나이 잊은 ‘황제’…윔블던에서 신기록 싹쓸이한 페더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7일 15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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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세 노장 로저 페더러(36·스위스·세계랭킹 5위)가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로 올라서며 윔블던의 전설로 우뚝 섰다.

페더러는 16일(현지 시간)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2014년 US오픈 우승에 이어 생애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노리던 마린 칠리치(29·크로아티아·세계랭킹 6위)를 3-0(6-3, 6-1, 6-4)으로 꺾고 개인 통상 8번째 윔블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날 승리로 페더러는 메이저 대회 최고령이자 윔블던 최다우승·최다승(90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프로 데뷔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던(2003년) 윔블던에서 14년 만에 각종 신기록을 싹쓸이하며 자신의 텃밭에서 테니스 황제의 면모를 과시한 것이다.

페더러는 노련함을 앞세워 처음부터 끝까지 경기를 주도하며 1시간 40여 분 만에 싱겁게 승부를 결정지었다. 그는 1세트에서 두 차례나 칠리치의 서브 게임을 잡아내며 36분 만에 세트를 가져갔다. 이후에도 페더러가 일방적으로 몰아치는 가운데 2세트와 3세트를 연달아 가져가며 완승했다.

이번 대회 내내 페더러는 상대 선수에게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냈다. 윔블던 ‘무실세트 우승’을 기록한 것은 1976년 비오른 보리스(스웨덴) 이후 페더러가 두 번째이다.

2012년 이 대회 우승 이후 4년간 침체기를 겪었던 페더러는 올해 1월 호주오픈에서 4년 반 만에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라 부활의 신호탄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수술을 받은 무릎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판단에 프랑스오픈 등 클레이 코트 시즌을 통째로 건너뛰는 강수를 두며 윔블던에 올인했다. 페더러의 윔블던 우승을 두고 “선택과 집중이 적중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다.

장기간 부진으로 한때 은퇴설이 나돌기도 했던 페더러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세간의 모든 우려를 훌훌 털어내며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페더러는 “윔블던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대회로 남을 것이다”며 “나의 영웅들이 거닐었던 곳이고, 그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었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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