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역도스타’ 김병찬의 금메달, 고물상에 넘겨질 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3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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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역도 스타 김병찬 씨의 스승인 김재근 강원도역도연맹 전무가 13일 춘천시 퇴계동 도역도연맹 사무실에서 앨범과 메달 등 유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춘천=이인모기자 imlee@donga.com
비운의 역도 스타 김병찬 씨의 스승인 김재근 강원도역도연맹 전무가 13일 춘천시 퇴계동 도역도연맹 사무실에서 앨범과 메달 등 유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춘천=이인모기자 imlee@donga.com

비운의 역도 스타 김병찬 씨가 선수시절 딴 국제대회 메달과 훈장, 앨범 등 유품. 하마터면 고물상에 넘겨질 뻔했던 이 물건들은 현재 강원도역도연맹이 보관하고 있다. 춘천=이인모기자 imlee@donga.com
비운의 역도 스타 김병찬 씨가 선수시절 딴 국제대회 메달과 훈장, 앨범 등 유품. 하마터면 고물상에 넘겨질 뻔했던 이 물건들은 현재 강원도역도연맹이 보관하고 있다. 춘천=이인모기자 imlee@donga.com

‘비운의 역도 스타’가 남긴 금메달과 훈장이 극적으로 빛을 보게 됐다.

지난해 6월 강원 춘천시 후평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병찬 씨(사망 당시 46세)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 역도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대한민국을 빛낸 역도 스타였다. 하지만 1996년 하반신이 마비되는 교통사고를 당한 뒤 장애와 생활고에 시달리며 은둔생활을 하다 역도계에서조차 잊혀졌고 병마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그런데 그나 남긴 빛나는 유품까지 고물상에 넘겨질 뻔한 안타까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 씨가 사망한 뒤 그의 유품은 인수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방치돼 왔다. 그의 어머니가 2013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이복형제도 오래전 왕래가 끊긴 터라 아무도 챙길 수 없었다. 최근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입주 대기자를 위해 김 씨의 짐을 정리하면서 그의 유품을 발견했다. 베이징 아시아경기 금메달과 1991년 세계역도선수권대회 동메달, 1991년 및 1992년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 금메달 등 메달 10여 개와 체육훈장 백마장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관리사무소는 인수자가 없어 고민 끝에 김 씨의 유품을 폐기물 수거업체에 맡겨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 씨 생전에 그와 가깝게 지내던 한 이웃이 지난달 27일 이런 소식을 듣고 강원도체육회에 대책마련을 호소하면서 유품의 폐기를 막을 수 있었다. 강원도체육회는 이날 물건을 인수했고 현재는 강원도역도연맹에서 보관하고 있다. 그의 스승이었던 김재근 강원도역도연맹 전무이사는 “그가 딴 많은 메달 가운데 이것들만 남아있는 것을 보면 애착이 컸던 것 같다”며 “가급적 춘천에 건립 중인 역도장에 전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씨의 사망을 계기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부터 ‘경기력 향상 연구 연금 수급자 생활보조비 제도’를 도입해 생활이 어려운 체육연금 수급자를 돕고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춘천=이인모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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