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곽승석을 잡았다면…KB손보 ‘쓰라린 리시브 추억’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3일 05시 45분


대한항공 곽승석. 스포츠동아DB
대한항공 곽승석. 스포츠동아DB
5년전 3순위로 신인 리베로 정성민 지명
당시 4순위 대한항공은 곽승석 잡고 1위

모든 배구 감독의 고민은 리시브다. 배구는 받고, 연결하고, 때리는 3박자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리시브에서 흔들리면 기초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건물과 마찬가지가 된다. 그래서 항상 배구 감독들은 서브와 리시브를 외친다.

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NH농협 2015∼2016 V리그’ 1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치른 남자부 대한항공과 KB손해보험은 리시브에서 상반된 길을 걸어왔다. KB손해보험은 전통적으로 리시브 불안 때문에 고생했다. 여러 처방을 써봤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2010∼2011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의 선택이 두고두고 아쉽다. 확률추첨 결과 전체 3순위를 확보해 리베로 정성민을 뽑았다. ‘제2의 여오현’으로 기대됐던 정성민은 두 시즌 후 현대캐피탈로 이적했고, 지금은 상무에 있다. KB손해보험은 흔들리는 수비와 리시브의 해법을 찾지 못했다.

당시 4순위의 대한항공은 곽승석을 지명했다. 그 선택으로 대한항공은 필요한 퍼즐을 맞췄다. 곽승석의 입단 이전 4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던 대한항공은 곽승석이 가세한 2010∼2011시즌 처음으로 시즌 1위를 차지했다. 3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도 나갔다. 안정된 리시브 덕분이었다. 만일 그때 곽승석이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었더라면, V리그의 역사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은 복을 받았다. 올 시즌은 더욱 행복하다. FA를 앞둔 곽승석도 건재하지만, 3년차 정지석의 급성장으로 서브 리시브 걱정을 덜었다.

김 감독은 2013∼2014시즌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6순위로 정지석을 선택했다. 그해 한국전력이 전광인을 1순위로 뽑았고, 창단팀 러시앤캐시가 2∼9순위 8명을 우선 지명했다. 2라운드에서 가장 먼저 선택권을 쥔 KB손해보험은 조기에 드래프트에 나온 장신대포 손현종을 선택했다. 정지석은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이 원했던 카드였다. 송림고 졸업반으로 프로 드래프트에 나온 선수였다. 신 감독은 석진욱의 뒤를 이를 수비형 레프트로 점찍고 있었다. 그러나 앞 순번의 김 감독이 채갔다. 그 순간 신 감독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김 감독으로부터 “키워보고 싶은 선수여서 미래를 봤다”는 평가를 받았던 정지석은 V리그 3년차에 기량이 급상승했다. 2시즌 동안 세트 평균 1.689개, 2.806개의 리시브 성공을 기록했지만 올 시즌 5경기에서 7.211개로 급상승했다. 공격력도 향상됐다. 김 감독이 “이번 시즌이 우승의 최적기”라고 말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세터 한선수의 가세지만, 정지석∼곽승석의 탄탄한 리시브 덕분에 어지간해선 팀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KB손해보험 강성형 감독은 올 시즌 신인 지명에서 황두연을 선택했다. 리시브 안정이 급선무라고 봤다. 그동안 공격력과 높이에 방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리시브와 수비다. 선수시절 누구보다 수비력이 좋았던 국가대표 레프트 출신의 강 감독은 3경기에서 세트 평균 3.727개의 리시브를 성공시킨 황두연에게 기대가 크다.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황두연의 가세로 KB손해보험은 종전보다 훨씬 끈끈한 팀이 됐다. “상대가 보기에 만만하지 않은 팀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꿈을 위해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

한편 대한항공은 2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NH농협 V리그’ KB손해보험과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18-25, 25-21, 25-21, 25-21)로 제치고 2연패를 끊었다. 이로써 4승2패, 승점 14점으로 리그 2위로 올라섰다. 반면 KB손해보험은 4연패 늪에 빠지며 최하위(1승4패, 승점 2점)를 벗어나지 못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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