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살리는 착한 ‘우리동네 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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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내 작은 가게-식당 소개에 생활정보 공유 ‘사랑방’ 역할
서울 신림9동-이태원 등 잇단 개발

서울 관악구 신림9동 주민들이 애용하는 동네 애플리케이션 ‘9동여지도’의 수다방 모습. 궁금한 점에 대한 질문과 답변 등 다양한 수다가 오가는 공간이다. 9동여지도 화면 캡처
서울 관악구 신림9동 주민들이 애용하는 동네 애플리케이션 ‘9동여지도’의 수다방 모습. 궁금한 점에 대한 질문과 답변 등 다양한 수다가 오가는 공간이다. 9동여지도 화면 캡처
고시촌이 모여 있는 서울 관악구 신림9동 주민들은 서로 얼굴과 이름은 몰라도 함께 소통하는 공간이 있다. ‘9동여지도’라는 동네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이다.

이곳에선 실시간으로 많은 수다가 오간다. 예컨대 한 주민이 “오늘 골목 순대트럭 아직 철수 안했나요?”라고 질문을 올리면 마침 인근을 지나가던 주민들이 확인하고 답글을 달아주는 식이다.

이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 외에도 동네의 작은 슈퍼마켓과 식당, 카페, 서점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아닌 소상공인 매장 위치 지도를 보여준다. 주민들이 직접 평가하는 맛과 서비스 등도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동네 지역경제를 살리는 스마트폰 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동네 작은 가게들을 주민과 연결해주는 소박하지만 ‘착한’ 앱이다.

올해 3월 서비스를 시작한 9동여지도는 역시 한때 신림9동에 머물었던 고시생 출신 학생이 직접 만들었다. 대학에서 소프트웨어와는 거리가 먼 문화재관리학을 전공하고 행정고시를 준비하던 이원희 씨(27)다.

‘삭막한 고시 생활을 하면서 서로 알뜰살뜰한 생활정보라도 주고받을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대학 동창인 김홍연 씨(26)와 함께 앱을 만들었다. 이 씨와 김 씨 모두 앱 개발은 처음이라 인터넷을 뒤지고 앱 개발 서적을 펼쳐가며 독학으로 만든 앱이다.

9동여지도는 서비스 시작 7개월 만인 현재 다운로드 횟수가 1만 건에 육박하고 회원 수는 6500명을 넘어섰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누구나 동네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업소 후기를 직접 남기거나 아직 앱에 등록되지 않은 자신의 단골가게를 소개할 수 있다. 특히 고시식당 메뉴나 독서실 운영시간 등 알짜배기 정보를 올리면 포인트를 쌓아주고, 이 포인트를 동네 제휴업소 30여 곳에서 할인 혜택 받는 용도로 사용하는 식이다.

동네 앱이 개발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 상공인들도 앱 키우기에 적극 동참했다. 제작비용 중 일부를 동네 제휴업소 사장들이 물심양면으로 지원했고, 관악구청에서도 광고를 올리는 등 점점 활성화되고 있다. 9동여지도 개발팀은 신림9동의 성공적 데뷔에 힘입어 노량진 지역 앱도 추가로 개발하고 있다.

이 밖에도 현재 서울 송파구와 강동구 등 구별로도 인터넷에서는 정보 찾기가 쉽지 않은 동네 화방과 작은 식당 정보 등을 구민들에게 앱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서울 이태원도 골목 구석구석에 위치한 작은 매장까지 소개하는 전용 앱 개발을 위해 상인들로부터 신청을 받고 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배달까지 해주는 대형마트에 밀려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동네 마트들의 온라인화를 돕는 앱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앱에 등록해 가맹비를 내면 기존에 오프라인으로 제작되던 할인 전단을 앱에 등록할 수 있고 배달 주문도 대신 받아준다.

‘동네마트’ 앱을 운영 중인 서보현 씨는 “대형마트들과 달리 동네의 작은 슈퍼마켓들은 선뜻 자체 앱을 개발하기 어려우므로 그 부분만 대행해주는 서비스”라며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의 시장이다 보니 뛰어드는 개발 업체도 점점 늘고 있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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