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31조원의 ‘검은 시장’…가정도 나라도 삼킨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5월 19일 05시 45분


1. 불법 스포츠 도박 왜 위험한가?

최근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수사과는 중국에 사무실을 두고 1200억원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한 혐의로 일당 20명을 검거했다. 3월에는 전직 프로선수가 현역 프로선수를 상대로 하지도 않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다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한때 한국 스포츠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승부조작의 망령뿐 아니라, 개인과 사회를 멍들게 하는 불법 스포츠 도박의 검은 그림자는 여전히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불법 도박 시장은 약 10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의 규모는 31조 1171억원 이상(2013년 기준)이다. 2010년의 13조 2202억원에서 3년 동안 135.4%가 증가한 금액이다.

그동안 한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몇몇 스타 선수와 감독이 승부조작에 연루돼 현장을 떠났고, 유명 연예인 등을 비롯해 수많은 일반인들도 불법 스포츠 도박의 유혹에 빠져 걷잡을 수 없는 추락의 길을 걸었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그야말로 ‘악마의 유혹’이다. 결코 이길 수 없는 게임으로 개인은 물론 나라도 멍들게 한다.

스포츠동아·동아일보·채널A·동아닷컴이 문화체육관광부·국민체육진흥공단·스포츠토토와 함께 ‘불법 스포츠 도박 추방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은 이 같은 심각한 현실을 일깨우고, 정정당당한 스포츠 정신을 회복해 ‘건강하고 깨끗한 한국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편집자 주>

높은 사행성…한번 발 담그면 중독 위험
대포통장·악성 프로그램 ‘2차범죄’ 유발
승부 조작 등으로 스포츠 공정성도 흔들
합법시장으로 흡수땐 수조원의 세금 조성

2006년 ‘바다이야기’와 같은 불법 사행산업이 철퇴를 맞은 이후 불법 도박 시장은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2009년 매출총량제 시행 등 합법 시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오히려 불법 도박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했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규모는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경찰청 신고센터,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약 3000개에 이른다. 이들 사이트들은 생성된 뒤 단기간에 사이트 이용자들의 단물을 빼먹고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불법 스포츠 도박은 왜 위험한가?

2013년 4월 경찰은 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스포츠 도박 관련자를 적발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불법 사이트를 운용한 5개 조직과 도박자 1865명이었다. 이들 도박자 중 4명은 수천만 원을 잃고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결국 자살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베팅액에 제한이 없고, 24시간 쉴 새 없이 운영되며,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다.

그렇다면 파멸로 이어지는 불법 스포츠 도박은 왜 위험할까. 첫 번째는 높은 사행성으로 인해 도박중독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1년 내내 중단 없이 계속 상품을 발매하는데, 자가진단 등 건전화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만큼 중독 가능성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베팅 상한액이 없어 일확천금을 노리다 파산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두 번째는 다양한 2차 사회문제를 양산한다는 점이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은 대포통장을 이용해 환급금을 지급하지 않고 도박금만 받은 뒤 사이트를 폐쇄하는 행태를 일삼는다. 특히 홍보를 목적으로 스팸문자를 보내고, 전자우편주소 등을 수집하기 위한 악성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2차 범죄’를 일으킨다.

세 번째는 불법 스포츠 도박 자체가 승부조작 등 스포츠 공정성을 저해한다는 점이다. 2011년 5월 발생한 프로축구의 승부조작 사건을 시작으로 프로야구, 프로배구, 프로농구 등에서도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자가 주도한 승부조작 사건이 잇달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를 비롯한 각 프로스포츠 단체가 선수 교육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재발 방지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선발투수 초구 스트라이크-볼 여부’ 등 선수 개인이 저지를 수 있는 요소를 베팅으로 발매하는 경우가 많아 선수들 역시 여전히 검은 유혹에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불법 스포츠 도박의 무책임한 상품 구성은 스포츠 인프라 구축을 통한 국민복지 증진을 목표로 하는 체육진흥투표권(일명 스포츠토토) 사업까지 스포츠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게 할 수 있다.

● “불법 스포츠 도박, 모든 것을 앗아갑니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국가 세수입의 감소도 불러온다. 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70%가 ‘먹튀’인 것으로 파악된다. 베팅자가 일정 조건을 맞히더라도 적중금액을 돌려주지 않고 사이트를 폐쇄해버리는 것이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업자는 특성상 이렇게 벌어들인 천문학적인 범죄수익에 대해 과세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는다.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을 줄이고 이를 합법 시장으로 흡수하면 연간 수조원의 세금 조성이 가능하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개인과 나라를 동시에 멍들게 하는 것이다.

스포츠 스타는 한국체육의 자산이다. 그동안 프로야구 박현준, 프로축구 최성국뿐 아니라 프로농구 강동희 감독 등이 승부조작에 연루돼 현장을 떠났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프로스포츠의 근간인 공정성을 깨뜨리는 가장 무서운 적이다. 개인의 파멸도 가져온다. 대부분이 ‘먹튀 사이트’라 이겨도 이길 수 없는 ‘승산 없는 게임’이 바로 불법 스포츠 도박이다. 불법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도 범죄지만, 단순 이용자의 경우에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피할 수 없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불법 스포츠 도박 관련 신고 건수는 2011년 7951건에서 2013년 4만6527건으로 약 6배 증가했다. 2015년 1분기 신고건수도 3만건을 넘어서 이미 지난해 신고건수의 절반을 초과한 상태다. 나를 위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부터 나와 사회를 지키겠다는 적극적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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