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가 간질간질… 습기제거-조기치료 필수-항문소양증 원인과 치료

  • Array
  • 입력 2010년 8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가려워 죽겠는데 대놓고 긁기도, 그렇다고 부위를 말하기도 민망해요.” 회사원 박모 씨(29·여·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부끄러움이 가득한 얼굴로 진료실을 찾았다. 여성에다 미혼이다 보니 어디에 고민을 털어놓기 어려웠다. 박 씨가 조그마한 소리로 털어놓은 증상은 항문이 참지 못할 정도로 가렵다는 것. 항문소양증이다. 이 증상은 치질 증상의 한 종류로 참을 수 없는 가려움으로 고통을 겪는다. 최근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비가 내리면서 항문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 당뇨-백혈병도 증세유발 가능

항문소양증의 가장 큰 원인은 직장항문 질환. 대변이나 분비물로 인해 피부가 자극을 받아 생기는 것이다. 치루, 치핵, 치열, 콘딜로마, 직장 탈출, 대장염, 종양 등 다양한 대장 항문 질환으로 인해 항문 주위로 분비물이 새면서 예민한 항문 피부에 소양증을 유발한다. 물론 피부 질환인 건선, 습진, 진균증 등도 항문에 생기면 소양증을 일으킨다.

특히 진균증의 경우 둥글고 돌출된 부위의 주변부가 붉다. 하얗게 떨어지는 피부 부스러기도 보인다.

두 번째 원인은 개인위생과 관련이 있다. 목욕을 잘 하지 않거나 변을 본 후 뒤처리가 깨끗하지 못하면 대변 속에 있는 세균, 독소, 효소, 단백질 대사산물이 피부에 자극을 주어 가렵게 만든다.

음식물 중에서도 알레르기를 일으켜 소양증을 일으킬 수 있다. 가려움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커피, 홍차, 콜라, 우유, 맥주, 포도주, 토마토, 감귤류, 비타민C 등이다. 실제로 커피나 홍차를 끊고 나서 증상이 좋아진 경우도 많다. 이외 폐쇄성 황달, 당뇨병, 백혈병, 만성신부전, 갑상샘 기능이상 등으로 항문소양증이 생길 수 있다.

직장항문질환-습진 등 원인,커피-홍차도 가려움증 유발

○ 항상 청결하고 건조하게 유지해야

직장항문 질환이 없는데도 항문소양증이 있다면 무엇보다 항문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항문을 비누로 자주 씻거나 비데를 세게 사용하면 항문을 보호하는 기름막이 손상돼 세균이나 곰팡이 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가려움증이 덧날 수 있다.

배변 후 휴지로 거칠게 닦거나 소독약이나 소금물로 좌욕하는 것은 오히려 피부 자극이 될 수 있어 피한다. 또 항문 주위를 너무 깨끗이 하기 위해 심하게 문지르거나 자극성의 알칼리성 비누를 사용하면 오히려 만성 소양증이 생길 수 있다.

항문이 축축하지 않도록 샤워 후 수건으로 물기를 완전히 없애주고, 땀이 찼을 경우에도 부드러운 휴지나 수건으로 엉덩이 부위의 땀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꼭 끼는 옷보다는 통풍이 잘되는 헐렁한 옷을 입는데, 특히 항문소양증이 있는 남자는 삼각팬티보다 사각 트렁크를 입는 게 좋다. 또 소아의 경우 기생충(요충)으로 인해 가려움증이 생기는 일이 많으므로 아이가 이유 없이 자꾸 항문을 긁는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본다. 그래도 가려움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항히스타민제나 진정제를 처방 받아 복용할 수 있다.

소독약-소금물 좌욕 삼가고 통풍 잘되는 헐렁한 옷 착용, 심할땐 수용성 연고 발라야

항문에 직접 바르는 것으로는 유성의 연고나 크림류보다는 수용성 로션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유성 연고나 크림류를 항문에 바르면 피부에 흡수가 잘 안 돼 끈적끈적해지기 때문. 스테로이드 연고는 가려움증의 완화에는 효과가 좋으나 장기간 사용 시 피부가 두꺼워져 오히려 만성소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증상이 좋아지면 바로 사용을 중단한다.

변비와 무른 변, 설사는 항문소양증을 가장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설사가 심할 경우 습기로 인한 피부 짓무름, 항문 주위 대변오염, 빈번한 항문 씻기로 인한 피부손상 등으로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 항문의 피부는 아기피부처럼 민감해 가려워서 긁다 보면 금방 상한다.

항문소양증은 조기에 적절한 관리와 치료를 하지 않으면 계절이 바뀌어도 가려움증이 계속돼 결국 만성가려움증으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1주일 이상 증상이 계속되면 병원을 찾아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받는 게 좋다.

(도움말=최동진 대전선병원 외과 과장, 이동근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대표원장)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항문소양증 예방수칙::

○ 치핵, 치열, 치루 등 항문 질환을 먼저 치료한다.

○ 항문을 청결히 하되 비누는 자극이 되므로 그냥 물로 씻는다.

○ 항문이 가려울 때는 절대 긁지 말고 미지근한 물로 씻는다.

○ 꽉 조이는 팬티보다 헐렁한 면 팬티를 입는다.

○ 용변 후 비데를 약하게 사용하고, 물로 씻거나 물티슈를 사용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