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말한다] 이순철의 1996년 KS 5차전 “대주자 잡은 3루송구 못잊어”

  • 입력 2009년 10월 13일 1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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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추격 맥끊은 파인플레이…선동열 없이도 우승 값진 경험

“선수들에게 선동열 김성한 없이도 우승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자고 했죠. 4차전에서 노히트노런패를 당한 뒤 더 똘똘 뭉쳤어요.”

야구해설가로 변신한 이순철(48·사진). 그는 7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서 환호하며 해태왕조 건설의 중심에 섰다. 해태가 마지막 9번째 우승을 차지한 1997년에는 김응룡 감독과의 불화로 엔트리에서 제외됐기에 자신의 마지막 우승 무대였던 1996년 현대와의 한국시리즈를 가장 잊지 못할 순간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가장 위험했던 한국시리즈였다고 회고했다.

“2승1패로 앞섰는데 4차전에서 현대 정명원에게 노히트노런을 당했잖아요. 단기전에서 그런 패를 당한 것은 크죠. 당시 주장이었는데 선수들을 모아놓고 그렇게 말했어요. ‘실력이 떨어져서 노히트노런을 당한 건 아니다. 안타가 나오지 않았을 뿐이다. 여기서 우리가 우승하지 못하면 다들 그동안의 우승은 선동열 김성한 덕분이었다고 본다. 그러면 우리는 뭐가 되느냐’고.”

95년을 끝으로 선동열은 일본 주니치에 진출했고, 김성한은 은퇴했다. “우∼, 동열이도 없고”를 외치던 승부사 김응룡 감독은 한편에서 “인천 출신 심판들을 배정하면 경기를 보이콧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었다. 4차전에서 인천 출신의 허운 심판이 주심을 본 사실을 트집 잡은 것이었다. 심판진은 물론 현대 선수단은 크게 흥분했다. 결과적으로 김응룡의 분위기 반전용 발언은 효과를 봤다.

노히트노런의 여운이 남아있기에 잠실에서 열린 5차전은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해태가 3회말 3점을 선취했다. 그리고 5회초. 현대 선두타자 손차훈의 볼넷 후 대타 장정석의 중전안타가 터졌다. 이때 3루로 달리던 대주자 염경엽이 중견수 이순철의 호송구에 걸려 자연 태그아웃. 이후 김인호의 좌익선상 2루타로 1점을 내주고, 윤덕규의 내야안타가 이어져 이순철의 호송구는 이 경기는 물론, 시리즈 전체 분위기를 좌우하는 키포인트가 됐다. 결국 해태는 5차전 3-1 승리로 노히트노런의 악몽을 털어냈고, 6차전마저 5-2로 잡았다.

우승이 확정되자 해태 선수들은 ‘군무(群舞)’를 연출했다. 선수단 맨 앞에서 군무를 진두지휘했던 이순철은 “즉흥적으로 만든 것이다. 그 전에는 서로 부둥켜안고 감독 헹가래 치는 것이 전부였는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독특한 세리머니를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우승을 많이 해봤지만 선동열 김성한 없어도 똘똘 뭉치면 우승할 수 있다, 해태는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그해 우승이 가장 값졌다”고 평가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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