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겨울잠의 비밀’ 풀렸다, 개골개골

  • 입력 2005년 3월 3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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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은 개구리가 긴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다.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숲에서 그나마 침엽수의 칙칙한 녹색이 위안일 뿐이었던 긴 겨울이 작별을 고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겨울 동안 개구리를 비롯해 그 많은 동물들은 어떻게 지내다 어느 순간 모습을 드러내는 것일까.

이들이 사라진 것은 물론 동면을 하기 때문. 영하인 날씨에 돌아다니다가는 굶어죽거나 얼어죽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들이 겨울을 나는 전략이 꽤 다양하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고 있다. 뱀이나 곰이 굴에 들어가 추위를 피하는 것은 그 중 하나일 뿐이다.

가장 놀라운 전략을 구사하는 동물은 캐나다에 사는 숲개구리. 이 녀석은 아예 동태가 되는 길을 자청한다. 심장이 멈추는 것은 물론 뇌사 상태가 된다. 보통 개구리는 물속에서 버틴다. 수면이 꽁꽁 얼어붙은 강물도 밑바닥은 0∼4℃로 지낼 만하기 때문이다. 한편 땅을 팔 수 있는 두꺼비는 온도가 어는점, 즉 0℃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땅속으로 피하는 전략을 택한다.

캐나다 카를레톤대 생화학자인 자넷 스토레이 교수는 20여년째 숲개구리에 매료돼 있다. 겨울동안 뻣뻣하게 얼어 있다가 날이 풀리면 몸이 녹으면서 피가 다시 돌고 폴짝 뛰어다니니 귀신이 곡할 노릇 아닌가. 도대체 이들은 어떻게 동결 상태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일까.

최근 스토레이 교수팀은 숲개구리가 동면에 들어가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이에 따르면 개구리 몸 전체가 꽁꽁 어는 것은 아니다. 몸속의 물 가운데 65% 정도가 얼음으로 바뀐다는 것.

주위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면 피부 아래부터 얼음결정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와 동시에 간에 저장돼 있던 녹말이 포도당으로 분해되면서 혈당수치가 평소의 100배 이상으로 급증한다. 포도당은 혈관을 타고 주요 장기와 근육으로 이동해 세포속으로 들어간다. 세포가 얼지 않게 세포속을 ‘진한 설탕물’로 만들기 위해서다. 소금물이나 설탕물은 0℃가 돼도 얼지 않고 온도가 더 낮아야 어는데 이를 ‘어는점 내림’이라고 한다.

세포가 포도당을 흡수하면 혈액내에서는 농도가 떨어지므로 결국 혈관은 얼게 된다. 심장이 멈춘다는 의미다. 이와 동시에 세포와 장기를 둘러싼 체강도 언다. 연구자들은 이런 복잡한 과정을 지시하는 유전자도 일부 밝혀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스토레이 교수팀의 연구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이 메커니즘이 명쾌히 규명된다면 얼렸다 녹이는 냉동인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엄청난 돈을 받고 냉동인간을 만들어 보관해주는 사업은 '사기'라는 게 대다수 과학자의 의견이다. 얼리는 과정에서 몸속 세포가 모두 파괴됐기 때문에 다시 녹여봤자 회복불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숲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유전적 스위치와 생화학적 과정은 대부분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다만 겨우내 얼어있던 혈관이 해동될 때 손상되지 않는 이유는 밝혀냈다. 숲개구리의 혈관벽에는 피브리노겐이라는 혈액응고를 촉진하는 단백질이 고농도로 존재한다. 이 단백질은 해동과정에서 혈관이 손상되면 즉시 내벽을 격자처럼 감싸서 피가 새지 않게 해 혈관의 추가적인 파열을 막아준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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