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생방 특수차량’개발…화학물질 독성여부 1시간내 판별

  • 입력 2002년 6월 30일 17시 35분


지난달 25일 한국 대 독일의 월드컵 4강전이 열린 서울 상암동 경기장 근처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하얀 색의 대형 컨테이너 차량이 서 있었다.

흰 연구복을 입은 군인들이 차량 안으로 들락날락 했고, 때때로 지프를 타고 온 군인들이 무엇인가 들고 와 컨테이너 안으로 전달했다. 이 차량은 경기가 끝난 뒤 한참이 지나서야 그곳을 떠났다.

화생방 테러에 대비한 ‘움직이는 연구소’가 국내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한국군이 개발한 화생방 특수 차량은 월드컵 같은 큰 행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화생방 테러를 현장에서 발견해 조기 진화에 나선다. 생화학 테러는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군 화생방 방어사령부 소속으로 영인과학이 설계해 미국에서 만들었다. 길이 10m, 무게 8t에 값은 16억5000만원이나 된다.

생물학 무기, 독가스, 방사성 물질 등을 한꺼번에 찾아낼 수 있는 화생방 차량은 한국군을 포함해 세계에 몇 대 밖에 없다.

화생방 특수 차량은 주변의 공기를 바로 채취해 독가스를 찾아낼 수 있다. 공기 중에 평소와 다른 이상한 가스가 있으면 바로 모니터에 나타난다. 이 차량은 독가스, 세균, 방사능 물질을 완벽하게 차단해 오염 지역 안에서도 작전을 수행한다.

또 문을 열어도 바깥 공기가 쉽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안쪽의 공기압이 높아 바깥쪽으로 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발견된 의심스러운 물질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고도 차량 바깥에 달린 통에 넣어 안으로 들여온다. 10만 가지 화학 물질에 대한 정보가 담긴 질량 분석기를 이용해 1시간 안에 독성 물질 유무를 알 수 있다.

가장 찾기 어려운 것이 페스트 등 생물학 무기다. 먼저 진단시약으로 리신, 보톨리누스, 탄저균 등 대표적인 독성 세균을 찾아낸다. 이어 형광현미경, DNA 증폭기(PCR) 등으로 정밀하게 세균의 정체를 찾는다. 세균 종류에 따라 2∼24시간까지 걸린다.

지난달 21일 터키 대 세네갈의 8강전이 열리기 하루 전인 부산에서는 이상한 화학 물질이 발견돼 한때 한국군을 긴장시켰다.

화생방 차량을 포함해 방어사령부 전체가 밤새 만약의 사태에 대기했다. 다행히 그 화학 물질은 부산항에 정박한 배에서 나온 것으로 판명됐다.

한국군 관계자는 “미국에서 추가 테러 경고가 나오는 등 언제 어디서 화생방 테러가 발생할지 모른다”며 “앞으로 부산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 행사에 화생방 차량을 투입해 생화학 테러에 적극 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