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KOVO 이사회 투표로 결정된 여자부 샐러리 캡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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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4월 9일 13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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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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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V리그의 가장 뜨거운 화제였던 여자부 샐러리 캡이 23억 원으로 확정됐다. 9일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에서 다수결 투표가 벌어진 끝에 2020~2021 시즌 여자부 샐러리 캡은 기존의 14억 원에서 18억 원으로 4억 원이 늘었다. 신설한 5억 원의 옵션 캡을 추가해서 총액은 23억 원 규모다. 여자부 구단들은 내용 검증과 모든 선수의 연봉공개도 결정했다.

그동안 흥국생명과 나머지 5개 구단은 서로 다른 샐러리 캡 개정안을 놓고 치열한 논리대결을 펼쳤다. 양 측의 주장이 좁혀지지 않자 2개 방안을 동시에 안건으로 올린 뒤 투표를 했다. 흥국생명을 제외한 5개 구단 연합은 ▲2020~2021 시즌 샐러리 캡을 14억 원에서 16억 원으로 인상, 4억 원의 옵션 캡을 신설해 총액 20억 원으로 확정 ▲샐러리 캡 개인별 상한(팀 전체연봉의 25%)에 개인별 옵션 상한(팀 전체 옵션의 50%) 추가 ▲새로운 시즌부터 검증하고 연봉공개, 원천징수영수증 및 소득자료 제출, 내부고발제도 시행 등을 주장했다.

흥국생명은 ▲2020~2021 시즌 20억 원, 2021~2022 시즌 25억 원, 2022~2023 시즌 25억 원의 샐러리 캡에 5억 원의 옵션 캡 추가 ▲개인별 상한제 삭제 ▲조건부 옵션은 구단의 재량 ▲검증과 제제는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2~2023 시즌부터 시행하자고 주장했다.

이사회에서도 오랜 시간 서로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5개 구단 연합은 샐러리 캡 18억 원+옵션 캡 5억 원의 최종 수정안을 제시했다. 흥국생명은 이 방안마저 거부했다. 그러자 이사회는 흥국생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투표로 결정을 내렸다. 샐러리캡 확정을 놓고 이사회가 전례에 없던 표 대결을 한 것은 FA 선수로 공시될 예정인 선수들의 이동과 관련이 컸다.

5개 구단 연합은 흥국생명이 이재영(흥국생명)과 이다영(현대건설)을 함께 묶으려고 억지를 부린다고 판단했다. 반면 흥국생명은 5개 구단이 담합해서 특정선수의 몸값을 깎아내리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흥국생명은 특히 “지금 당장 검증해야 한다”는 부분에 반감을 가졌다. “남자부처럼 2년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새 규정이 적용되면 FA 최대어 이재영이 받을 최대연봉은 4억5000만 원(18억 원의 25%)과 옵션 2억5000만 원(5억 원의 50%)을 합쳐 7억 원이 될 전망이다. 이를 기준으로 다른 FA 선수들의 몸값이 정해질 수 있다. 소문대로 이다영을 영입할 여력도 줄어들어 흥국생명이 어떤 해결방법을 찾을지 궁금하다. KOVO는 공식 발표문에서 “연봉공개 등 검증제도를 시행 하겠다”고 두루뭉술하게 밝혔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 궁금하지만 새로운 논란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이미 지난해부터 특정구단이 어느 선수에게 8억 원을 주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아는 상황에서 규정대로 검증을 할 경우 예상 못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또 선수가 아무리 잘해도 FA 시장에서 받을 액수가 정해지면서 팀을 선택할 기회가 줄어들 것은 뻔하다. 말만 FA 제도라는 비난도 각오해야 한다. 흥국생명은 “이미 대부분 구단이 최대 23억 원에서 17억~18억 원을 쓰는 마당에 총액 20억 원으로 제한해서 검증하고 제제하자는 방안은 현실성이 없다. 연봉을 올려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모든 제도는 예측이 가능해야 하는데 지금 규정을 만들어 당장 규제하는 것은 FA 선수들의 기대 이익을 박탈한 구단 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고 KOVO가 추구해온 신뢰성에도 문제가 된다”는 입장문을 이사회에서 발표했지만 다른 구단 단장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한편 이사회는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의 개최시기와 진행방법 등은 새로 논의하기로 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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