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한의 전쟁史]〈18〉신형 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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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패튼, 버나드 몽고메리, 하인츠 구데리안, 에르빈 로멜. 제2차 세계대전을 수놓은 명장들은 제1차 세계대전 땐 대개 위관급 장교로 복무했다. 1, 2차대전 사이 겨우 20여 년 동안 무기는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그 덕분에 육해공에서 전혀 새로운 전술이 탄생했다. 2차대전이 현대 전술의 교본이며 명장들의 각축전이 됐던 이유다. 20세기 전쟁이었기에 그랬던 것일까? 전쟁사를 돌이켜 보면 그렇지도 않다.

아시리아는 강철 무기와 강철 도구를 들고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를 아우르는 제국을 세웠다. 알렉산드로스의 마케도니아군은 고대 그리스의 중장갑 보병에 장거리 원정이 가능하고, 기병을 격퇴할 수 있는 기동성 있고 전술적 다양성을 지닌 장비와 전술을 장착했다. 알렉산드로스가 겨우 5만 명의 군대로 페르시아 대군을 격파하고 인도까지 갈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적들이 처음 보는 군대와 전술에 대항할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시대가 지나자 로마군은 마케도니아 전술의 약점을 찾아냈고, 그들 역시 새로운 전술을 더하면서 마케도니아의 영광을 땅에 묻었다.

전쟁사, 전술사를 보면 세계적인 전쟁, 인류 역사를 바꾼 전쟁에서 명장들은 언제나 새로운 무기와 새로운 전술을 착용하고 나타났다. 늘 낯선 환경에 부딪혀야 하고, 낯선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창의적인 재능과 도전적인 정신, 용기가 요구되는 것은 현대인에게만 적용되는 불행이 아니다. 인류의 전쟁사는 고대부터 과거에 해 본 것밖에 할 줄 모르거나 그것에 묶여 사는 사람과 새로운 상황과 도전이 주는 고통을 극복할 줄 아는 사람의 각축장이었다.

우리 사회가 새로운 경제적 위기 속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우리만의 위기가 아니다. 세계가 그렇다. 그럼에도 과거의 패러다임에 절어 있는 인간들은 자신들의 오류는 인정하지 않고, 남 탓만 해댄다. 심지어는 현재의 경제 상황이 우리가 처음 겪는 상황이라 그렇다고 둘러댄다. 처음 겪는 상황? 전쟁과 경제는 언제나 그랬다. 기원전 2000년∼기원전 1000년에도 말이다. 그걸 몰랐다면 무능한 지휘관이 아니라 무자격자인 것이다.
 
임용한 역사학자
#제2차 세계대전#조지 패튼#버나드 몽고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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