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역동적 무대 ‘감탄’ 완성도 미흡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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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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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발레 ‘디스 이즈 모던 2’
안무·연출 ★★★★ 무용수 기량 ★★★

가발과 속치마, 속바지 차람의 무용수들이 나와 과장된 동작과 익살스러운 표정연기를 선보인 킬리안의 ‘젝스 탄체’.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가발과 속치마, 속바지 차람의 무용수들이 나와 과장된 동작과 익살스러운 표정연기를 선보인 킬리안의 ‘젝스 탄체’.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기대만큼 아쉬움도 컸다. 9∼12일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된 ‘디스 이즈 모던 2’는 세계적 안무가 이르지 킬리안의 작품을 국내 단체로는 처음으로 무대에 올린 공연이었다. 1막에서 킬리안의 대표작 ‘프티 모르(작은 죽음)’와 ‘젝스 탄체(6개의 춤)’가 무대에 올랐다. 2막에서는 한국 안무가 허용순 씨의 ‘디스 이즈 마이 라이프’가 공연됐다.

각각 15분과 10분으로 길이가 짧다는 점을 제외하면 작품 자체는 기대에 부응했다. 특히 한순간도 관객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 역동적인 무대연출이 감탄을 자아냈다. ‘프티 모르’의 초반 6개의 펜싱 칼이 무용수와 함께 춤추는 장면, 검은 천이 무대를 뒤덮은 뒤 순간적으로 여성 무용수들이 등장하는 장면 등이 돋보였다. ‘젝스 탄체’ 역시 무대 뒤편과 양옆에서 쉴 새 없이 튀어나오는 무용수들,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안무로 웃음을 끌어냈다.

그러나 공연의 완성도는 초연임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웠다. 11일 오후 7시 공연의 경우 무용수들의 춤은 한 소절을 수백 개로 쪼개듯 음표 하나하나에 맞춰 이어지는 킬리안의 복잡한 안무와 불협화음을 빚었다. 특히 ‘프티 모르’는 펜싱 칼의 각도가 맞지 않거나 검은 천 뒤로 완전히 감춰져야 할 무용수들의 이동 모습이 노출되는 등 몰입을 방해하는 실수가 많았다. 긴장한 탓인지 움직임도 굳어 보였다.

이런 모습은 2막에서 공연된 재독 안무가 허용순 씨의 ‘디스 이즈 마이 라이프’와 비교됐다.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에 맞춰 여섯 사람의 인생 이야기가 빠른 속도로 펼쳐지는 이 작품에서 무용수들은 ‘프티 모르’ 때와 달리 자유롭게 에너지를 뿜어내며 즐겁게 춤을 췄다. 관객들도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다. 아무래도 2009년 국내 초연된 작품인 데다 익숙한 안무가의 작품이어서일까.

이날 공연은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못한 현대발레 공연이 더 많이 필요한 이유를 역설적으로 증명했다. ‘세계 수준에 올랐다’는 한국 발레가 진정 세계 수준을 보여주기 위해선 ‘백조의 호수’와 ‘지젤’ 같은 고전발레만큼 현대발레도 자유자재로 소화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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