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환의 춘하추동] 야구인이여 ‘티볼의 꿈’을 키워라

  • 입력 2009년 9월 26일 0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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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세이부 돔구장에서 열린 일본 전국 소학교(초등학교) 티볼 대회에 한국의 어린이팀과 함께 초대받아 다녀온 적이 있다. 야구의 씨앗이라 불리는 티볼을 위해 일본 야구계가 얼마나 애쓰는지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지역예선을 거친 전국의 40여개 팀과 많은 학부모가 참가한 이 자리는 일본 프로야구를 포함한 관련단체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13년째를 맞이한 이 대회에 프로야구의 원로야구인과 현역 스타선수들이 동참해 어린이들을 지도해 주고 있는 것을 감명 있게 봤다.

이승엽이 몸담고 있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9연패 신화를 이룬 가와카미(川上) 감독을 비록해 세계의 홈런왕 왕정치 선수에게 외다리 타법을 전수한 아라카와(荒川) 코치는 팔순을 넘긴 현재에도 후세를 위해 티볼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이날도 대회장 내에 별도로 마련된 타격교실에서 아라카와 코치는 고령의 나이를 잊은 듯 구슬땀을 흘리며 어린이들의 타격자세를 교정해주고 공도 T대에 올려주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티볼을 세계의 많은 나라에 보급하고 야구의 국제화를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세계 각국 언어로 된 티볼 교본을 만들어 유럽과 중남미에 보급하고 있고 티볼의 아시아연맹 창설까지 제의하고 있다. 또 필자를 대회 개막식 때 초청 인사로서 축사의 기회를 마련하는 배려심도 잊지 않는다.

야구가 올림픽에서 축출당하고 아시안게임에서도 쫓겨나올지 모른다는 대한체육회장의 언급도 있는 마당에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수 없는 우리도 야구의 세계 보급화에 일본과 손잡고 나설 때가 아닌가 생각돼 9월 26일 전국초등학교 티볼 대회가 열리는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중국, 대만 관계자와 모여 4개국이 아시아연맹 창설을 논의하기로 했다.

필자가 몇 년 전 KBO 육성위원장으로 있을 때 야구의 불모지인 파키스탄 등 중동국가와 캄보디아 및 아시아 몇 개 나라에 티볼 장비를 보내준 적이 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추가요청도 있었지만 형편상 그럴 수 없었던 기억이 있다.

티볼 경기는 야구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투수 포지션이 없는 대신 T자형 받침대 위에 올려진 공을 때리고 달리는 야구형 뉴스포츠다. 공은 고무로 제작돼 부상 위험이 없고 남녀 혼성으로 어디서든 작은 공간만 있으면 게임을 할 수 있다. 또 도구도 간단하고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특히 어린이나 여성들이 야구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어 야구의 씨앗으론 안성맞춤인 것이다.

현실적으로 열매를 거두기엔 장기간 세월이 요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인내심을 갖고 씨앗 뿌리기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야구의 세계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이제 국내 프로야구가 다시 국민의 사랑을 받고 또 한국야구가 세계정상에 오른 만큼 우리도 위상에 걸맞게 국제적 책임도 공유해야 할 때가 아닌가 여겨진다.

한편 일본과 달리 우리의 티볼 보급 현황은 학교체육 관계자로 이루어진 티볼협회가 중심이 돼 학원스포츠를 위해 강습하고 지도하다 보니 재원도 빈약하고 기술지도 등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국내보급조차도 힘들어하는 실정이다.

현재 김영삼 전직 대통령도 어린이 건강체육을 위해 티볼협회 총재직을 쾌히 수락하고 봉사하고 있는 터에 프로야구 관계자를 비롯해 많은 야구인들이 지금보다 더 한층 관심을 갖고 교사들을 격려하고 거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야구인

프로야구의 기본철학은 마라톤과 같다. 하루에도 죽었다 살았다를 수없이 외치며산넘고 물건너 구비구비 돌아가는인생의 축소판에서 팬들과 함께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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