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필 평양공연 막후의 조력자 2人

  • 입력 2008년 2월 29일 02시 56분


26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린 동평양대극장 객석에서 금호아시아나 김미형 부사장이 공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평양=공종식  기자
26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린 동평양대극장 객석에서 금호아시아나 김미형 부사장이 공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평양=공종식 기자
‘280명-악기 10t’ 안전수송 총지휘

■ 김미형 금호아시아나 부사장

사상 첫 북한 공연을 위해 평양을 찾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공연 관계자들이 머물렀던 평양 양각도 호텔. 이곳에서는 한국 여성이 미 국무부나 뉴욕필의 관계자들과 협의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김미형(44) 금호아시아나 전략경영본부 부사장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공연에 베이징∼평양∼서울 간 특별기를 지원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고비가 많았지만, 뉴욕필의 역사적인 평양공연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일정 역할을 맡은 점이 자랑스럽습니다.”

금호아시아나 부사장 겸 고문변호사로 국제 업무를 맡아 온 그에게 뉴욕필과 미 국무부로부터 ‘SOS 요청’이 도착한 것은 지난해 9월. 뉴욕필 단원과 취재진을 포함한 방북단, 악기를 싣고 평양에 갈 비행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280명에 이르는 방북단, 그리고 포장까지 합치면 무게가 10.5t에 이르는 뉴욕필 단원들의 악기를 동시에 평양까지 수송하는 것이 최대 난제였다. 대형 여객기인 B747-400 콤비 투입이 결정되면서 일단 문제는 해결됐다.

그러나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른 문제가 튀어나왔다. 항공기가 비행장에 머무르는 동안 화물칸 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특수 장비가 필요한데 평양순안공항에 이 장비가 없었던 것. 결국 아시아나 항공 엔지니어들이 평양에 가서 무게중심을 조절해야 했다.

김 부사장은 “뉴욕필의 한국 공연은 매번 금호아시아나가 후원했고, 특히 음악을 사랑했던 고(故) 박성용 명예회장은 뉴욕필 고위 관계자들과 오랫동안 깊은 유대관계를 가졌다”며 뉴욕필과 금호아시아나의 각별한 관계를 설명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법과대학원을 졸업한 김 부사장은 김병연 전 주 노르웨이 대사의 딸이다. 김현종 유엔 주재 한국대사가 그의 오빠다.

“음악의 힘으로 평화가 이어졌으면…”

■ 공연경비 후원 체스키나 씨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이 성사되기까지에는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70대 일본계 여성의 후원이 큰 역할을 했다.

이탈리아에 47년째 살고 있는 체스키나 나가에요코(75·사진) 씨. 그는 항공편을 비롯한 아시아나항공의 지원 속에서도 부족했던 공연 경비를 상당 부분 후원했다.

평양에서 만난 그는 “뉴욕 필이 평양 공연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음악의 힘으로 평화가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연주 경비 부담 의사를 뉴욕 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후원 액수를 밝히지 않았다.

하프를 전공한 체스키나 씨는 이탈리아 음악 유학 중 남편을 만나 결혼했으며 1982년 남편과 사별한 뒤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아 중요 음악 행사와 음악가들을 지원해 왔다.

그는 “어릴 때 일본에서 피아노로 ‘아리랑’을 치곤 했는데, 뉴욕 필이 앙코르로 연주한 ‘아리랑’을 듣는 순간 그때가 생각나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평양=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北 전역에 생중계 긍정적 변화 기대”

■ 자린 메타 뉴욕필 회장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아리랑’ 선율이 북한에 이어 남한에서도 울려 퍼졌다.

26일 평양공연을 마친 뉴욕 필은 28일 오후 1시 반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도 거장 로린 마젤의 지휘로 공연을 열었다. 뉴욕필은 평양에서와 마찬가지로 메인 프로그램에 앞서 대한민국의 애국가와 미국의 국가를 기립한 채로 연주했고 피날레는 북한 작곡가 최성한이 편곡한 ‘아리랑 환상곡’으로 장식했다. 메인 프로그램은 평양공연과 달리 ‘운명’ 등 베토벤의 곡을 택했다.

자린 메타(사진) 뉴욕필 회장은 음악회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평양에서는 뉴욕 필이 처음 소개되는 것인 만큼 미국적 특성이 담긴 ‘신세계’에서 온 작품으로 연주했다”며 “서울에서 베토벤의 ‘운명’을 택한 것은 훌륭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현 정세와도 딱 들어맞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휘자 주빈 메타의 동생인 메타 회장은 “북한 전역에 TV로 생중계된 뉴욕 필의 평양공연은 주민들의 미국에 대한 시선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줬으리라 기대한다”며 “이제 음악이 길을 뚫었으니 나머지 부분은 정치인이나 양국 정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양의 미국인’으로서 북한을 둘러본 소감을 묻자 “평양은 무척 광활하고 깨끗했으며 대리석 동상이 인상적이었다”며 “그러나 빌딩에 페인트칠이 필요하다고 느꼈으며, 가난한 나라이기 때문에 정치 경제적 개방이 더욱 필요하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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