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39>호(虎·범 호)

  • 입력 2005년 8월 17일 03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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虎는 쩍 벌린 입, 날카로운 이빨, 얼룩무늬가 잘 갖추어진 범을 그렸는데, 다른 글자와 상하로 결합할 때에는 호로 줄여 썼다. 동양에서의 범은 서양의 사자에 맞먹는 상징으로서, 힘과 권위와 용기와 무용을 대표해 왔다.

그래서 虎는 ‘힘’과 강제의 뜻을 가진다. 예컨대 虐(사나울 학)은 범(호)이 발톱(爪·조)을 세워 사람(人·인)을 할퀴는 모습이었는데, 이후 사람(人)은 없어지고 발톱이 뒤집힌 모습으로 변해 지금의 자형이 되었다. 그래서 虐은 虐政(학정)이나 虐待(학대)처럼 잔악하게 해침을 말한다.

또 虜(포로 로)는 원래 (꿰뚫을 o)과 力(힘 력)으로 구성되어, 범(호)처럼 강한 힘(力)으로 꿰어 놓은 조개 화폐(o·관, 貫의 본래 글자) 등 재산을 ‘빼앗음’을 말했는데, 지금은 호와 男(사내 남)의 결합으로 쓰기도 한다. 여기서 전쟁에서 상대의 재산과 인명을 강탈한다는 뜻이 나왔고, 그 동작을 강조하기 위해 擄(사로잡을 로)가 만들어졌다.

둘째, 무용을 뽐내고자 범과 격투기를 벌이고 범 가죽을 덮어 쓴 채 축제를 벌이던 모습을 담기도 했는데, 괵(범발톱 자국 괵)은 범(虎)과 맨손(m·률)으로 싸우는 모습을 그렸다. 虞(헤아릴 우)를 구성하는 吳(나라 이름 오)는 머리를 흔들며 춤추고(n·녈) 노래하는(口·구) 사람을 그렸다. 그래서 虞는 범(호) 가죽을 덮어 쓰고 춤추는(吳) 모습을 그렸고, 이로부터 ‘假裝(가장)’의 뜻이, 다시 ‘가장’ 속의 진실을 ‘추측하다’라는 뜻까지 나왔다.

끝으로, 處(살 처), 號(부르짖을 호), 彪(무늬 표) 등은 범의 특징인 커다란 몸집과 울음소리, 화려한 무늬 등이 반영된 글자이다. 處는 범의 앉은 모습을 그렸는데, 이후 호랑이(호)의 뒷발(치·치)이 받침대(궤·궤)로 변해 지금처럼 되었다. 거대한 덩치에도 비호처럼 달리던 호랑이가 앉은 모습에서 ‘멈추다’의 뜻이, 다시 處所(처소), 居處(거처) 등의 의미가 나왔다. 號는 범(虎)의 울음(호·호) 소리처럼 크게 울부짖음을, 彪는 번뜩이는(삼·삼) 화려한 범 무늬를 말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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