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수생활 연장? FA가 된 양동근의 행보는?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3월 30일 06시 30분


남자프로농구의 ‘살아있는 전설’ 양동근(울산 현대모비스)이 코트를 누비는 모습을 2020∼2021 시즌에도 볼 수 있을까. 
코로나19로 2019∼2020 시즌이 조기 종료된 가운데 우리나이로 마흔살의 베테랑임에도 여전히 현역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양동근의 거취가 오프 시즌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남자프로농구의 ‘살아있는 전설’ 양동근(울산 현대모비스)이 코트를 누비는 모습을 2020∼2021 시즌에도 볼 수 있을까. 코로나19로 2019∼2020 시즌이 조기 종료된 가운데 우리나이로 마흔살의 베테랑임에도 여전히 현역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양동근의 거취가 오프 시즌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남자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의 베테랑 양동근(39)은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두 장의 사진을 올렸다. 한 장은 자신의 오랜 친구인 고(故) 크리스 윌리엄스, 다른 한 장은 33번이 새겨진 자신의 새 유니폼을 입고 찍은 사진이었다. 양동근은 “마지막 라운드(6라운드)를 33번으로 마무리 하고 싶었는데 많이 아쉽네요”라고 적었다.

2004년 프로 데뷔 이래 줄곧 6번을 달고 뛴 양동근은 올 시즌 KBL의 승인을 받아 6라운드 때는 33번을 달고 뛸 예정이었다. 이는 세상을 떠난 친구 윌리엄스의 등번호다.

평소 양동근은 가까운 지인들에게 “은퇴할 때에는 크리스(윌리엄스)와 함께 한다는 의미로 33번을 달고 뛸 것이다”라는 말을 해왔다. 이번에 그가 올린 사진을 본 농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양동근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현대모비스는 양동근의 은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현대모비스와 1년 계약을 한 양동근은 다시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조기 종료된 올 시즌 현대모비스는 18승24패로 8위에 그쳤다. 새 시즌 전력 보강을 위해서는 선수 영입이 필수적이지만 샐러리캡 여유가 많지 않다. 4억 원의 보수를 받는 양동근이 은퇴할 경우 FA 영입에 숨통이 트인다.

세상을 떠난 ‘절친’ 크리스 윌리엄스(왼쪽)와 함께 한다는 의미로 등번호 33번을 새긴 임시  유니폼을 입고 6라운드를 소화하려던 울산 현대모비스 양동근의 계획도 코로나19로 수포로 돌아갔다. 사진출처|양동근 인스타그램
세상을 떠난 ‘절친’ 크리스 윌리엄스(왼쪽)와 함께 한다는 의미로 등번호 33번을 새긴 임시 유니폼을 입고 6라운드를 소화하려던 울산 현대모비스 양동근의 계획도 코로나19로 수포로 돌아갔다. 사진출처|양동근 인스타그램

그러나 팀 사정으로 인해 양동근의 은퇴를 부추길 수도 없다. 양동근은 KBL 역사상 최고의 선수이자 리그를 상징하는 선수다. 2004년 데뷔해 줄곧 현대모비스에서 뛰면서 6번이나 팀을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었고,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상(MVP)도 4차례나 수상했다. KBL 역사상 그보다 MVP를 많이 수상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역사에 길이 남을 선수를 코로나19 여파로 조기 중단된 시즌에 은퇴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장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양동근은 우리나이로 마흔 살의 베테랑이지만, 여전히 리그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세 시즌 동안 이대성(30·KCC)에게 메인 가드 자리를 내주고 보조 역할을 해왔던 그는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시즌 초반 이대성이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떠나자 다시 메인 역할을 맡아 40경기에서 평균 10.0점·4.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팬들은 물론이고 타 구단 관계자, 선수들까지도 양동근의 은퇴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과거 양동근과 국가대표팀에서 함께 뛰기도 했던 A구단 선수는 “(양)동근이 형은 여전히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농구를 잘한다. 항상 ‘너무 힘들다’며 앓는 소리를 하지만, 내게 동근이 형은 여전히 ‘농구 1인자’다”라고 말했다. 이어 “등 떠밀리 듯 은퇴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 뿐 만 아니라 다른 팀, 중·고교 유망주 중에서도 동근이 형을 동경하는 선수들이 있을 것이다. 멋있게 은퇴해야 ‘나도 양동근처럼 농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나. 이렇게 끝내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현대모비스 구단과 양동근은 아직 은퇴에 대한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은퇴와 선수생활 연장의 기로에 서있는 양동근의 행보는 프로농구 오프 시즌 최고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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