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강을 따라 흐르는 고대문명의 발자취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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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문명의 흔적을 따라서

룩소르에 정박해 있는 나일강 유람선. 거의 비슷한 크기와 높이로 만들어진 이 배들은 겹겹이 정박해 있는데 제일 바깥쪽 배의 승객들은 다른 배를 통과해 뭍으로 간다.
룩소르에 정박해 있는 나일강 유람선. 거의 비슷한 크기와 높이로 만들어진 이 배들은 겹겹이 정박해 있는데 제일 바깥쪽 배의 승객들은 다른 배를 통과해 뭍으로 간다.
나일강은 이집트의 축복이다. 고대 이집트 문명이 나일강을 따라 탄생했다. 이집트는 나일강의 주요한 교통수단이었다. 국토의 95% 이상이 사막인 이집트에서 인구의 90% 이상이 나일강 주변에 살고 있다. 현재 이집트의 가장 큰 수입원 중 하나인 관광도 나일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집트를 제대로 보려면 나일강 유람선은 필수 코스다. 이집트의 유명한 유적 대부분이 나일강가에 있기 때문이다. 유람선에서 먹고 자며 짧게는 2박 3일, 길게는 일주일 이상 유람선에 머물며 이집트인의 유산을 둘러볼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룩소르와 아스완을 오가는 여정이다. 유람선은 룩소르에서 출발해 에스나, 에드푸를 거쳐 아스완까지 운항하거나 혹은 반대 노선으로 운항한다. 룩소르와 아스완 사이에는 룩소르 신전, 카르나크 신전, 콤옴보 신전, 왕가의 계곡, 필레 신전 등 주요 유적들이 있어 이집트 문명 둘러보기의 최적화된 코스로 꼽힌다. 여기에 아부심벨 신전까지 포함하면 고대 이집트 유적을 어느 정도 봤다고 말할 수 있다.

이집트 주요 유적 대부분이 나일강가에 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짧게는 2박3일 길게는 10일 넘게 크루즈를 타고 룩소르와 아스완을 오간다.
이집트 주요 유적 대부분이 나일강가에 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짧게는 2박3일 길게는 10일 넘게 크루즈를 타고 룩소르와 아스완을 오간다.
19세기에 시작된 나일강 유람선은 전성기에는 500척 이상이 나일강에 떠 있었다. 하지만 테러 등 안전 문제로 이집트 여행객이 줄면서 이젠 150∼200척의 유람선이 나일강을 누비고 있다. 유람선 대부분이 5층 높이로 규모도 비슷하다. 하지만 유람선마다 내부와 객실은 차이가 커 5개 등급으로 나뉘어 있다. 가격도 하룻밤에 약 6만 원부터 60만 원까지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식사는 대부분을 선상에서 먹는다. 주로 뷔페 형식으로 준비된다. 음식은 서양식 또는 중동식이다. 저녁 식사는 코스 형태일 때가 있는데 반바지를 금지하는 등 드레스 코드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이집트 주요 유적 대부분이 나일강가에 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짧게는 2박3일 길게는 10일 넘게 크루즈를 타고 룩소르와 아스완을 오간다. 이집트의 전통 돛단배인 펠루카가 노을이 지는 나일강을 가로지르고 있다.
이집트 주요 유적 대부분이 나일강가에 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짧게는 2박3일 길게는 10일 넘게 크루즈를 타고 룩소르와 아스완을 오간다. 이집트의 전통 돛단배인 펠루카가 노을이 지는 나일강을 가로지르고 있다.
바다가 아닌 강을 따라 운항해 흔들림이 적은 편이다. 뱃멀미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갑판에서 나일강을 바라보고 있으면 파라오가 이집트를 지배한 이후 거의 변하지 않은 고대 풍경을 볼 수 있다. 작은 배에 올라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잡는 사람들, 강에서 당나귀나 말을 씻기는 소년들, 여럿이 모여 빨래를 하는 여성들 등 5000년 동안 이어져 온 일상적인 이집트의 풍경이 펼쳐진다. 가끔 이집트 전통 돛단배인 ‘펠루카’가 유유자적하게 떠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나일강 크루즈를 탄 관광객을 대상으로 물건을 파는 작은 배들이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물건을 던진 뒤 가격을 부르고 흥정 뒤 돈을 건네받는다.
나일강 크루즈를 탄 관광객을 대상으로 물건을 파는 작은 배들이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물건을 던진 뒤 가격을 부르고 흥정 뒤 돈을 건네받는다.
가끔 유람선 근처로 작은 배들이 모여들 때가 있다. 배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로 상품을 갑판 위로 던져 가격을 부르고, 흥정한 뒤 돈을 받는 과정이 신기하다. 역시 나일강을 통해 살아가는 또 다른 이집트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나일강변에 위치한 주요 유적을 소개한다.

아부심벨 암굴신전은 파라오 람세스 2세가 만들어 태양신과 여신 하트호르에게 바친 신전이다. 거대한 바위 언덕을 파서 만들었다.
아부심벨 암굴신전은 파라오 람세스 2세가 만들어 태양신과 여신 하트호르에게 바친 신전이다. 거대한 바위 언덕을 파서 만들었다.
아부심벨 신전

이집트 여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유적. 기원전 13세기경 언덕의 커다란 돌을 깎아 람세스 2세가 만든 신전이다. 현재의 아부심벨 신전은 아스완 하이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하자 1964년부터 5년간의 작업 끝에 강에서 200m 떨어진, 65m 높은 위치로 옮겨진 것이다. 신전 뒤쪽은 콘크리트로 만든 인공 언덕이다. 압도적인 크기와 아름다움에 입이 딱 벌어진다. 대신전의 안쪽 끝에 위치한 성소에는 매년 두 차례 2월 22일, 10월 22일 태양 빛이 약 20분간 들어온다.

아길키아섬의 필레 신전.
아길키아섬의 필레 신전.
필레 신전

필레섬은 클레오파트라가 카이사르와 함께 신혼여행을 왔던 곳이다. 기원전 7세기경에 이시스 여신에게 봉헌하기 위해 건설됐다. 아스완댐 완공 이후 1년의 3분의 1을 잠겨 있던 신전은 아스완 하이댐 완공으로 아예 수몰 위기에 처하자 옆의 아길키아섬으로 옮겨졌다. 아스완에서 가장 볼만한 신전으로 10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가 마지막으로 기록된 곳이다.

이집트어로 황금의 언덕을 뜻하는 콤옴보 신전.
이집트어로 황금의 언덕을 뜻하는 콤옴보 신전.
콤옴보 신전

콤옴보 신전은 유람선 선착장에서 걸어서 5분이면 닿는다. 악어 신과 매의 머리를 한 호루스 신에 봉헌된 신전이다. 이집트에서 두 신을 위한 신전은 보기 드물다. 이곳에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수술에 사용했던 의료기구와 출산 모습을 담은 돋새김, 채색 흔적이 보이는 돋새김 기둥 등이 남아 있다. 근처 악어박물관에는 악어 미라가 전시돼 있다.

에드푸의 호루스 대신전은 매의 신의 머리를 한 호루스 신을 모신 신전이다. 이집트에서 가장 보존이 잘된 신전으로 유명하다.
에드푸의 호루스 대신전은 매의 신의 머리를 한 호루스 신을 모신 신전이다. 이집트에서 가장 보존이 잘된 신전으로 유명하다.
에드푸 신전

선착장에서 마차를 타고 10분 정도 가야 한다. 먼지가 심해 머플러가 필요하다. 호루스를 모시는 곳으로 이집트에서 가장 보존이 잘된 신전이다. 신전과 외벽의 높이도 상당해 규모도 압도적이다. 신전을 돌아다니다 보면 꼭 이집트 유적을 탐험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벽과 천장의 돋새김이 독특하고 아름다우니 찬찬히 보는 것을 추천한다.

룩소르 신전은 기원전 14세기 아멘 신의 여름 별장으로 지은 작은 신전이었지만 이후 계속 증축되면서 큰 신전이 됐다.
룩소르 신전은 기원전 14세기 아멘 신의 여름 별장으로 지은 작은 신전이었지만 이후 계속 증축되면서 큰 신전이 됐다.
룩소르 신전

룩소르는 세계 최고의 야외 박물관이라고 불린다. 룩소르 신전은 그 도시 한가운데 있다. 입구 정면에는 람세스 2세의 좌상과 오벨리스크 1개가 세워져 있다. 높이 25m의 쌍둥이 오벨리스크 중 하나는 프랑스 파리의 콩코르드 광장에 서 있다. 일몰에 맞춰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다. 신전 맞은편에는 카르나크 신전까지 이어지는 스핑크스로 장식된 참배길이 2km 넘게 나 있다.

이집트에 남아 있는 신전 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카르나크 신전. 10개의 탑문, 3개의 오벨리스크, 2개의 기둥 홀 등으로 구성됐다.
이집트에 남아 있는 신전 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카르나크 신전. 10개의 탑문, 3개의 오벨리스크, 2개의 기둥 홀 등으로 구성됐다.
카르나크 신전

이집트에 남아 있는 신전 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신전이다. 기원전 2000년경 시작돼 약 1900년간 여러 왕조를 거쳐 세워져 다양한 문화양식을 담고 있다. 남북으로 1.5km, 동서로 800m의 거대한 규모로 2∼3시간은 열심히 걸어야 둘러볼 수 있다. 신전 한곳에는 자리를 찾지 못한 유적들이 축구장 크기의 공터에 놓여 있다. 풍뎅이상 주위를 도는 사람들이 있는데 시계 반대 방향으로 7바퀴를 돌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밤에는 빛과 소리의 행사가 열린다.

왕가의 계곡에는 총 64기의 무덤이 있는데 그 중 24기가 파라오의 무덤이다. 이 중 10개 정도만 일반인에게 공개되는데 가장 유명한 무덤이 투탕카멘의 무덤이다. 현재도 계속 발굴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왕가의 계곡에는 총 64기의 무덤이 있는데 그 중 24기가 파라오의 무덤이다. 이 중 10개 정도만 일반인에게 공개되는데 가장 유명한 무덤이 투탕카멘의 무덤이다. 현재도 계속 발굴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왕가의 계곡에는 총 64기의 무덤이 있는데 그 중 24기가 파라오의 무덤이다. 이 중 10개 정도만 일반인에게 공개되는데 가장 유명한 무덤이 투탕카멘의 무덤이다. 현재도 계속 발굴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왕가의 계곡에는 총 64기의 무덤이 있는데 그 중 24기가 파라오의 무덤이다. 이 중 10개 정도만 일반인에게 공개되는데 가장 유명한 무덤이 투탕카멘의 무덤이다. 현재도 계속 발굴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왕가의 계곡

룩소르 신전에서 강을 건너 서쪽에 위치한 왕가의 계곡은 유람선 선착장에서 보일 정도로 가깝다. 하지만 강 양쪽을 잇는 다리는 시내에서 10km 떨어진 곳에 딱 하나밖에 없다. 20년 전에는 다리도 없어 배로 건넜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면 유적지가 훼손될까 우려해서다. 왕가의 계곡에는 총 64기의 무덤 중 24기가 파라오의 무덤이다. 이 중 10개 정도만 공개돼 있다. 티켓을 끊으면 무덤 3개를 골라 입장한다. 가장 유명한 투탕카멘 무덤은 따로 티켓을 끊어야 한다. 무덤 안은 습하고 더운 편이다.

핫셉수트 장제전.
핫셉수트 장제전.
핫셉수트 장제전·멤논 거상

핫셉수트 장제전은 기원전 15세기경 15년에 걸쳐 만든 3층으로 된 거대한 건축물이다. 항상 사람들로 북적여 유적 안 통로로 돌아다니기가 쉽지 않다. 멤논 거상은 기원전 1300년경 완공된 2개의 거대한 조각상으로 녹색 경작지에서 갈색 사막으로 이르는 경계에 위치해 눈에 띈다. 
 
○ 팁+
 
△ 대부분의 나일강 유람선에는 가이드 비용과 유적지 입장료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아부심벨 신전, 왕가의 계곡에서는 휴대전화가 아닌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경우 별도의 비용(약 2만 원)을 내야 한다.

△이집트는 이슬람 국가다. 신전, 사원에서는 반바지나 민소매 착용이 불가할 수 있으니 꼭 확인해야 한다.

△이집트 파운드는 조금만 환전해도 된다. 대부분의 물건은 달러나 유로로 구입이 가능하다.

△아부심벨 신전은 아스완에서 자동차를 타고 가는 방법과 비행기로 카이로나 아스완에서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 두 가지 모두 아부심벨에서 숙박을 하지 않는 한 1∼2시간의 관람 시간만 주어져 빠듯한 느낌이 든다.

△아부심벨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딱 10초간 아부심벨 신전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순간을 놓치면 아쉽다.

이집트=글·사진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이집트#아부심벨 신전#필레 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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