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린 알렉산더 “평창 링크에 ‘아리랑’ 울려퍼지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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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귀화 피겨 아이스댄스 대표 겜린 알렉산더
2년전 민유라와 짝이뤄 폭풍성장… 9월 독일대회서 올림픽티켓 예상
“한국 발음 맞춰 이름 개믈린→겜린”

한국 국적을 취득한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겜린 알렉산더가 새로 발급받은 한국 여권을 손에 들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위대한 나라를 대표하는 시민이 된게 너무 자랑스럽다.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흥분된다”고 썼다. 겜린 인스타그램
한국 국적을 취득한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겜린 알렉산더가 새로 발급받은 한국 여권을 손에 들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위대한 나라를 대표하는 시민이 된게 너무 자랑스럽다.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흥분된다”고 썼다. 겜린 인스타그램
“레드삭스 팬인가요, 양키스 팬인가요?”

푸른 눈의 ‘태극 댄서’ 알렉산더 개믈린(24)은 한참을 생각했다. 그의 고향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이다. 그런데 어릴 때 이사해 자란 곳은 뉴욕이다. 보스턴을 연고로 하는 메이저리그 팀 레드삭스와 뉴욕이 홈그라운드인 양키스는 ‘100년 라이벌’이다. 고민 끝에 그는 “아무래도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양키스를 택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런데 전 야구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야구팀을 선택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한국 국적을 얻을지에 대해서는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달 초 만난 그는 “한국은 제게 특별한 나라예요. 음식, 풍경, 문화, 사람들 등 모든 게 좋아요.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러워요”라고 했다.

개믈린은 지난달 말 법무부의 특별귀화 심사를 통과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민유라(22)와 짝을 이룬 그는 피겨 아이스댄스 국가대표로 내년 2월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알렉산더 개믈린(Alexander Gamelin)이지만 한국 여권과 주민등록증에 표기되는 한국 이름은 ‘겜린 알렉산더’다. 성의 앞 글자인 ‘Game’을 한국 젊은이들이 ‘겜’으로 줄여 부르는 걸 알고 겜린이라고 정했다.

겜린이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된 것은 우연이자 필연이었다. 어릴 적부터 그는 쌍둥이 여동생 대니얼과 짝을 이뤄 아이스댄스 선수로 활동해 왔다. 하지만 2015년 대니얼이 은퇴하면서 그는 갑자기 짝을 잃었다. 그즈음에 민유라 역시 이전 파트너와 헤어져 혼자 남게 됐다. 미국 미시간주 오클랜드 노바이의 같은 링크를 쓰던 둘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의기투합했다.

팀을 결성한 지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민유라-겜린 조는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올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32개 참가팀 가운데 20위를 차지했다. 출전권 커트라인인 18위에 약간 모자랐지만 내달 독일에서 열리는 네벨혼 트로피에서 충분히 출전권 획득이 가능하다. 이 대회에는 5장의 출전권이 걸려 있는데 이미 출전권을 딴 나라를 제외한 국가에만 출전권을 주기 때문이다.

겜린은 한국어도 꽤 잘한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한글과 영어를 병기해 소식을 전한다. 겜린-민유라 조는 지난달 열린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챌린지에서 한복을 모티브로 한 의상을 입고 ‘아리랑’을 배경음악으로 연기를 펼쳤다. 겜린은 “평창 올림픽은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첫 번째 겨울올림픽이다. ‘아리랑’이 울려 퍼진다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생각해 그 음악을 골랐다”고 말했다. 그는 4일 한국 여권을 갖고 훈련지가 있는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알렉산더 개믈린#특별귀화#피겨 아이스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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