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이어 가수 신해철 씨도 받은 저체온 치료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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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 후 의식이 안 돌아온 환자… 뇌세포 파괴 막으려 체온 낮춰 치료

저체온 치료법으로 주로 쓰이는 외부 냉각법 모습(사진). 차가운 주머니나 담요를 머리와 양 겨드랑이 등 신체에 접촉시키고 냉각된 물이나 공기를 순환시켜 저체온을 유도한다. 사진 출처 uspharmacist.com
저체온 치료법으로 주로 쓰이는 외부 냉각법 모습(사진). 차가운 주머니나 담요를 머리와 양 겨드랑이 등 신체에 접촉시키고 냉각된 물이나 공기를 순환시켜 저체온을 유도한다. 사진 출처 uspharmacist.com
심정지 응급환자가 병원에 이송됐을 때 의료진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바로 뇌 손상 여부다. 뇌가 손상되면 설령 의식이 돌아오더라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22일 심정지로 쓰러진 가수 신해철 씨가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바로 저체온 치료에 들어갔던 것도 뇌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응급조치였다.

올해 5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심근경색 수술 뒤 회복 과정에서 받은 치료법도 저체온 치료였다. 심민섭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저체온 치료는 심장마비가 왔을 때 심장 치료 뒤 의식이 깨어나지 않은 환자에게 대부분 시행하는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심장박동이 되살아나 혈액순환이 다시 일어나면 혈류가 파도처럼 조직으로 밀려들어갈 수 있다. 혈류 공급이 막혔다가 갑자기 피가 다시 흐르게 되면 활성화 산소 등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생겨 뇌로 흘러들어가 손상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체온을 의식적으로 낮춰 놓고 하루 정도 유지하다가 회복기에 시간당 0.25∼0.5도 정도 서서히 올려줘야 체내 세포들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심 교수는 “보통은 체온을 약 33도로 떨어뜨려 놓고 12∼24시간 정도 유지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며 “상황에 따라 20∼29도로 낮추기도 한다”고 말했다.

방법은 외부 냉각법과 내부 냉각법 두 가지가 있다. 주로 차가운 주머니나 담요를 머리와 양 겨드랑이 등 신체에 가까이 놓고 냉각된 물이나 공기를 순환시켜 저체온을 유도하는 외부 냉각법이 쓰인다. 내부 냉각법은 정맥에 차가운 액체를 주입하거나 혈관 내 냉각도관을 삽입하는 방식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정지 상태에서 벗어난 뒤 저체온 치료를 받은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6개월 이내 사망률이 낮다. 신경학적 회복률도 더 높다. 하지만 체온을 낮추면 뇌는 보호할 수 있지만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심 교수는 “체온을 떨어뜨리면 피를 응고시키는 성분인 단백질이 덜 활성화되면서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며 “면역력이 떨어지는 등 감염 위험도 있어 패혈증 환자나 이전에 큰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저체온 치료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저체온 치료#심폐소생#이건희#신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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