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과 바꾼 양악수술… “턱 돌아가고 눈물 안멈춰” 여대생 자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 ‘양악성형’ 자칫하면 악소리… 부작용 어떻기에

지난해 봄 유명 성형외과를 찾아 상경해 수술대에 누울 때만 해도 A 씨(23)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어디를 가든 스스로를 움츠러들게 했던 지긋지긋한 안면 장애를 이젠 떨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수술 후 위턱과 아래턱은 더 어긋났고 눈물샘에 이상이 생겨 하루 종일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안면 장애에 좌절감까지 겹치면서 우울증이 찾아왔다. 수술 후 1년 반 만인 25일, 그는 집에서 넥타이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대학 4학년의 꽃다운 청춘이 실패한 성형수술의 후유증으로 꺾인 것이다. 유서에는 “수술 후 턱이 돌아가고 눈물샘이 막혀 눈물이 계속 흐르는 후유증과 부작용으로 너무 힘들었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등의 글이 남겨 있었다.

양악수술의 부작용은 A 씨만의 얘기가 아니다. 배우 신은경 씨는 얼마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양악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겪었던 고통을 털어놨다. 얼굴 윤곽을 갸름한 ‘V라인’으로 만들기 위해 수술을 받은 신 씨는 한동안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그는 “물 말고는 어떤 음식물도 섭취하지 못했으며 며칠간은 숨쉬기도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런 위험에도 양악수술은 대한민국 전역에서 유행하고 있다. 대학 입학을 앞둔 여고생, 취업준비생, 연예인 지망생 등 ‘주먹만 한’ 얼굴을 갖고 싶어 하는 여성들 사이에서 이 수술이 ‘필수 성형 아이템’ 중 하나로 이미 자리 잡았다. 여기엔 방송과 인터넷 매체의 요란한 홍보성 프로그램들이 경쟁적으로 양악수술의 성공 사례를 떠벌리며 부추긴 것도 한몫을 했다.

양악수술은 본래 위턱과 아래턱이 잘 맞물려 있지 않아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하거나 얼굴 뼈 기형이 심한 경우 치료 목적으로 시술됐다. 요즘엔 심한 ‘주걱턱’이나 좌우대칭이 맞지 않는 얼굴을 보기 좋게 정돈할 수 있어 미용 효과를 위해 수술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양악수술은 부작용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 수술의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접수한 양악수술 부작용 건수는 121건에 이른다. 통증 및 감각 이상, 얼굴 비대칭, 치아 교합 이상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수술 부작용을 호소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을 ‘턱 때문에 자살하기 일보직전인 20대 여성’이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수술 후 매일 치아 교합이 오른쪽으로 뒤틀리면서 오히려 얼굴 윤곽이 변하고 있다”며 “밥 먹을 때도 턱관절에서 소리가 나고 통증이 심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한 직장인은 “수술 뒤 새벽 4시에 갑자기 코피가 터져 10분 이상 멈추지 않고 코에서 큰 핏덩어리가 쏟아져 나왔다”며 “의사는 코피와 양악수술은 관계가 없다고 했지만 너무 무섭다”며 불안해했다. 턱을 무리하게 집어넣다 보니 콧대 등 다른 얼굴 부위가 변형되거나 입술과 턱 주변 감각이 무뎌지는 증상도 많았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단순히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술을 고려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말하거나 음식 씹는 데 장애가 있어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해야 한다”며 수술 결과를 정밀하게 따져 보지 않으면 합병증과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뼈가 계속 자라는 성장기에 수술을 받으면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더 높아진다. 미성년자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얼굴뼈는 키가 다 큰 후에도 20대 중반까지 성장하기 때문에 20대 중반 이전에 양악수술을 받으면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지만 방학 때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학생 할인’을 내세우고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널A 영상] 양악수술 전문 의사, 탈세 위해 빼돌린 현금만 40억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여대생 자살#양악수술#부작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