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작은 정원 큰 행복]베란다서 키우기 딱좋은 열매식물 3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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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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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키우는 즐거움 중 하나가 바로 ‘수확의 기쁨’입니다. 오늘은 아파트 발코니에서 키우기 쉬운 과일나무와 열매채소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해드릴 얘기가 많아 지면을 좀 늘렸습니다.

과일나무와 열매채소에는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발코니에서 키우기 적합한 것보다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 좀 더 많습니다. 사과나 배, 블루베리 같은 온대지방 과일나무는 겨울을 춥게 나지 않으면 꽃이 잘 피지 않습니다. 북방계 블루베리는 7.2도 미만의 온도에서 1000∼2000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볕이 잘 드는 아파트 발코니는 겨울에도 낮에는 온도가 꽤 올라갑니다. 반면 열대지방에서 온 나무들은 조금만 온도가 떨어져도 죽을 수 있습니다. ‘커피나무에 찬바람을 한 번 쐬었는데 잎이 우수수 떨어졌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키워야 수확의 기쁨을 쉽게 맛볼 수 있을까요? 저는 구아바와 앨파인스트로베리, 토마토 3가지를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 해 동안 경험을 해 보니 이 3가지 식물은 약간 과장한다면, 아파트를 위해 태어난 것 같더군요.

○ 달콤한 맛 구아바

‘구아바 구아바 망고를 유혹하네’란 CM송으로 이미 유명한 남미 원산의 과일입니다. 하지만 실제 모습을 본 분들은 별로 없더군요. 구아바는 열대지방 원산이지만 웬만한 아파트 발코니에서 너끈히 겨울을 납니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남미 고산지대가 고향이라서 그렇습니다. 다만 최저 생육온도가 0도라 얼음이 어는 추운 발코니에서는 살지 못합니다.

노란 열매와 빨간 열매가 맺히는 두 가지 종류의 나무가 대표적입니다. 요즘엔 국내에서도 구하기가 쉽습니다. 노란 열매는 단맛이 강하고 빨간 열매는 새콤달콤한 맛이 납니다. 재스민을 닮은 꽃향기도 일품입니다. 타닌 성분이 많은 잎은 차(茶)로 끓여 마십니다. 당뇨병에 좋다고 합니다. 타닌은 차의 쓴맛을 내는 성분입니다. 당연히 구아바에는 병충해가 거의 없고 튼튼하기가 거의 잡초 수준입니다. 단, 물을 좋아해 화분이 마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저희 집에 있는 빨간 열매 구아바 나무는 지난해 70개 정도의 열매를 맺었습니다. 열매는 그냥 먹어도 좋지만 냉동실에 넣어 얼려 먹으면 아이스크림처럼 맛이 있습니다.

요즘은 구아바 꽃이 피는 때입니다. 저도 매일 아침저녁으로 붓을 들고 인공수정을 하고 있습니다. 하우스에서 기른 구아바에는 이미 열매가 맺혀 있습니다. 보통 3, 4년생부터 열매가 맺힙니다.

○ 새콤달콤 앨파인스트로베리

쉽게 말하면 서양 산딸기입니다. 유럽과 북미의 산지가 고향입니다. 앨파인스트로베리는 허브의 일종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그 잎을 말려서 차로 끊여 마십니다. 생잎에는 독성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열매는 걱정 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산딸기처럼 앨파인스트로베리 열매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커봐야 엄지손톱만 하지요. 그렇지만 일년 내내 수확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양지바른 곳에만 두면 한겨울에도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힙니다. 열매는 좀 시긴 하지만 맛과 향이 꽤 좋은 편입니다. 비타민C도 풍부합니다.

보통 딸기는 줄기에서 뿌리가 나와 번식합니다. 앨파인스트로베리는 씨앗으로 번식한다는 점이 다르지요. 비료를 주면 열매가 더 크고 달아집니다.

○ 사먹는 것보다 맛있는 발코니 토마토

토마토는 국내에 한해살이식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원산지인 남미에서는 다년초로 자랍니다. 잘 키우면 키가 2m 이상 자라지요.

토마토 재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종 또는 종자의 선택입니다. 저는 조금 비싼 모종이나 종자를 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병에 강하고 열매 맛도 더 좋으니까요.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훨씬 낫지요. 간혹 본인이 수확한 토마토 열매에서 씨를 받아 심는 분들이 있습니다. 싹이 나긴 하지만, 놀랍게도 이것은 불법이라고 합니다. 해당 종자회사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란 이유에서지요. 어쨌든 실리적인 면에서도 열매에서 씨를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시중에서 파는 토마토는 여러 품종의 교잡으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따라서 그 후손은 어미 포기의 우수한 형질을 그대로 나타내지 못하고, 열성 형질을 나타낼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아파트 발코니에서는 덩치가 크지 않은 방울토마토가 키우기 쉽습니다. 요즘에는 방울토마토보다 키가 작은 왜성종도 구할 수 있습니다. 저희 집의 경우 직접 키운 토마토가 사먹는 보통 토마토보다 맛이 훨씬 좋고 달며, 과육이 단단하더군요. 줄기에서 완숙을 시켰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중에도 완숙 토마토가 있지만 값이 좀 비쌉니다.

참, 독자 여러분께서는 혹시 ‘기적의 사과’란 책을 읽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완전 유기농으로 키운 사과 열매가 1년이 다 되도록 썩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희 집에서 키운 토마토에도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올해 1월 수확한 열매가 아직까지 썩지 않고 있더군요. 약간 쪼글쪼글해지기만 했습니다.

토마토는 생각보다 키우기 쉽습니다. 몇 가지 포인트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째, 포기가 쓰러지지 않게 지지대를 세워주세요. 아무래도 실내니까 뾰족한 지지대 끝을 와인 코르크나 빈 병으로 덮어주어야 안전합니다. 둘째, 곁순(곁가지)을 따 주어야 합니다. 곁순을 따 주어야 원가지가 튼튼해지고 열매가 실합니다. 셋째, 토마토 꽃은 손가락으로 살살 흔들어 주기만 해도 수정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연이어 같은 흙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면 잘 자라지 않습니다. 이를 연작장애라고 합니다. 토마토 농사를 할 때는 흙을 바꿔주는 것이 좋습니다.

토마토는 16세기 무렵 남미에서 이탈리아에 전파됐습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7세기 전후로 추측됩니다. 조선 선조 때 학자 이수광이 지은 ‘지봉유설(芝峰類說)’에 ‘남만시(南蠻시)’란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지금은 전국 각지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귀화식물입니다. (네이버 백과사전 참조)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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