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투 인비테이셔널 결승 박지은 vs 유창혁

  • 입력 2009년 2월 9일 07시 53분


5일 용산 e스포츠 상설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응원함성 속에 유창혁과 허영호가 차례로 부스 안에 자리를 잡았다.

두 사람의 모습이 대형 스크린에 잡히니 일단 ‘그림’이 좋다.

허영호는 바둑계에서 자타가 공인해 마지않는 ‘꽃남’ 프로기사. 지금은 연륜에 다소 풍화(?)된 감이 없지 않지만 유창혁은 20∼30대 때 해도 한국바둑 최고의 미남기사로 꼽혔다.

바투 인비테이셔널의 결승으로 가는 좁은 길문이 드디어 열렸다.

B조 준결승5번기. 5판 중 3승을 먼저 올리는 쪽이 결승전에 진출하게 된다. 결승무대의 반대쪽 코너에는 이미 ‘홍일점’ 박지은이 선착해 있다.

어디선가에서 이 경기를 초조한 심경으로 지켜보고 있을 터. 1세트는 제네시스맵에서 펼쳐졌다. 허영호가 가장 꺼려하는 맵이다. 아니나 다를까 허영호는 회심의 히든이 유창혁의 스캔에 걸리면서 허망하게 첫 판을 내주고 말았다.

허영호의 반격은 2세트에서부터 곧바로 이루어졌다. 2세트 카오스맵에서 허영호는 유창혁의 베이스빌드를 정확히 단수로 만들면서 초반부터 앞서 나갔다.

이후 휘청거리는 유창혁의 복부 깊숙이 히든 한 방을 꽂아 넣으면서 1세트의 패배를 화끈하게 설욕!

왕소금처럼 짜디 짠 포인트관리로 3세트에서도 승리를 낚아 올린 허영호는 4세트 스카이맵에서 초반 베이스빌드의 열세를 딛고 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3-1로 유창혁의 헤드셋을 벗게 만들었다. 결승에 오른 허영호는 박지은과 결승 5번기를 벌이게 됐다. 두 사람은 본선리그에서 한 차례 만났고, 박지은이 2-1로 허영호를 꺾었다.

하지만 허영호는 자신이 만만이다.

“당시는 내가 전력을 다 하지 않았다. 따라서 졌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박지은은 상대의 히든을 맞추는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포인트 관리면에서 내가 앞서고 있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히든 훈련을 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결승전 스코어 예상에서도 허영호는 자신감을 과시했다.

“제네시스맵만 아니면 다른 맵에서는 자신있다. 제네시스에서 한 판만 잡아낸다면 3-1 정도로 이길 것 같다.”

한편 이날 허영호와 유창혁의 경기를 앞두고 바투 전문가 3인이 내놓은 예상평이 모두 보기 좋게 빗나갔다는 점이 흥미롭다. 바둑계 최고의 해설자로도 유명한 김성룡 9단은 “허영호가 유리하다.

다만 유창혁이 첫 판을 이기면 3-2 정도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했으나 결과는 유창혁이 첫 판을 이기고도 내리 3판을 내줘 역전패를 당했다.

바투전문가 Dr.루이는 “허영호가 3-1 정도로 승리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해 세 명 중 가장 정확한 예상을 내놨다.

그러나 “유창혁이 첫 판을 이긴다면 2-2로 막판까지 승부가 갈 것”이라고 사족(?)을 붙여 2% 부족. 바투개발위원이자 바투분석가로 알려진 Mr.히든은 “3-2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유창혁의 우세가 예상된다”고 해 완벽한 헛다리를 짚었다.

“바투 적응력만 놓고 본다면 허영호가 51대 49로 우세. 기세나 분위기로는 유창혁의 52대48 우세. 고로 101 대 99 로 2 포인트 앞선 유창혁이 우세!”라는 비교적 전문적인 수치까지 제시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세 명 중 최악의 예상자가 됐다.

‘히든킬러’ 박지은이냐, ‘왕소금 포인트맨’ 허영호냐!

결승5번기는 12일 같은 장소에서 속개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관련기사]온라인 게임 ‘스타 마케팅’ 열풍… 우린 원더걸스와 게임한다

[관련기사]게임산업진흥원, 게임언어 건전화 지침서 발간 外

[관련기사]PSP용 ‘용사주제에 건방지다 or 2’

[관련기사]이젠 바투시대… 파이터 박지은 “女心으로 이겼어요”

[관련기사]이젠 바투시대… 3세트 절묘한 히든…역시 조훈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