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풍경]인터넷서점 판매지수의 비밀

  • 입력 2007년 5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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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인터넷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검색해 봤다.

예스24의 1위 ‘파페포포 안단테’(판매지수 48,957), 2위 ‘남한산성’(17,144), 3위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27,744), 4위 ‘코믹 메이플스토리’(8,376), 5위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19,671)….

알라딘의 1위 ‘행복의 건축’(판매지수 55,650), 2위 ‘코믹 메이플스토리’(39,620), 3위 ‘남한산성’(70,460), 4위 ‘파페포포 안단테’(86,780), 5위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91,335)….

리브로의 1위 ‘파페포포 안단테’(판매지수 84,408), 2위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264,237), 3위 ‘남한산성’(15,753), 4위 ‘배려’(470,045), 5위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281,921)….

여기서 관심을 끈 것은 베스트셀러 순위가 아니라 판매지수였다. 판매지수라고 하면 분명 ‘잘 팔리고 덜 팔리고’와 관련된 수치일 텐데 베스트셀러와 판매지수의 순위가 일치하지 않으니 궁금증이 생겼다.

알아보니 이러했다. 판매지수는 우선 인터넷서점들이 판매량에 맞게 점수를 부여(예를 들어 권당 10점 등)해 작성한다. 여기에다 최근 많이 팔린 책에는 대개 가산점을 준다. 똑같은 판매량이라고 해도 수년 전에 팔린 책보다는 요즘 잘 팔리는 책에 더 높은 점수를 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판매지수는 베스트셀러 집계처럼 일정 기간을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해당 인터넷서점에서 팔린 누적 판매량을 수치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베스트셀러 순위와 판매지수 순위가 일치하지 않는 일이 생긴다.

그런데 판매지수를 작성하는 인터넷서점들은 고민이 많다. 한꺼번에 책을 다량으로 구입할 경우 이를 지수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고민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어떤 책을 100권 구입했을 때 이를 1권으로 칠 것인지, 100권으로 칠 것인지의 문제다. 예스24는 이를 1권으로 계산한다. 출판사의 사재기일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사재기가 아닐 경우 그 책을 출간한 출판사로서는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아예 판매지수를 작성하지 않는 인터넷서점도 있다.

이는 시장 논리를 따를 것인지, 아니면 출판 시장의 공공성을 강조할 것인지 사이에 낀 딜레마이기도 하다. 시장주의자들은 “100권을 샀든, 1000권을 샀든 판매량 그대로 지수에 반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반면 공공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출판계는 공익을 위해 사재기를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반박한다.

사실 쉽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책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건 분명 책에 대한 믿음의 표현일 것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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