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형곤씨 사망]“나도 혹시…”중년남성 돌연사 공포

  • 입력 2006년 3월 1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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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떠난 김형곤씨12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개그맨 김형곤 씨의 빈소에서 선후배 개그맨들이 조문하고 있다. 생전에 빵과 도넛을 좋아한 고인을 추모하며 후배 개그맨이 도넛을 영정 앞에 놓았다. 안철민  기자
너무 일찍 떠난 김형곤씨
12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개그맨 김형곤 씨의 빈소에서 선후배 개그맨들이 조문하고 있다. 생전에 빵과 도넛을 좋아한 고인을 추모하며 후배 개그맨이 도넛을 영정 앞에 놓았다. 안철민 기자
《몸무게 120kg에서 30kg을 감량해 다이어트 사업에도 진출했던 개그맨 김형곤(金亨坤) 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충격을 주고 있다.

돌연사는 증상이 나타난 뒤 1시간 이내 사망하는 예기치 않은 자연사를 말한다. 대부분 돌연사의 주범은 심장병.

돌연사하는 50세 이하 중년 남성의 90%는 심장동맥이 막히는 심근경색이나 심장동맥이 좁아지는 협심증이 원인이다.

심장질환으로 인한 돌연사는 1000명당 한두 명이 발생할 정도로 흔한 중년 건강의 복병이다.》

■ 개그맨 김형곤씨 사망 충격

▽사인은 심근경색?=김 씨는 살을 빼기 전 동맥경화, 당뇨병, 고혈압 등 심장병을 일으킬 만한 원인질환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씨를 검안한 혜민병원 측은 “김 씨는 1시간 사우나를 하고 15분 정도 트레드밀에서 운동을 했는데 이것을 과도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부검을 하지 않아 정확한 사인을 알 수는 없지만 심근경색이나 부정맥에 의한 급성 심장마비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권현철(權鉉哲) 교수는 “김 씨는 뚱뚱할 때부터 동맥경화가 진행되고 있다가 운동 후 동맥경화 부위에 생긴 피떡(혈전)이 심장혈관을 막아 급성 심근경색이 생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 씨가 화장실에서 사망한 것으로 미뤄볼 때 뇌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가 파열돼 사망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화장실에서 용변을 볼 때 힘을 주다 사망하는 질환으로 고혈압 환자는 이런 경우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

김 씨는 이혼 및 아이를 외국에 내보낸 ‘기러기 아빠’ 생활, 사업, 코미디 활동 등으로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스트레스도 심장질환의 중요한 원인이다. 실제로 남을 웃기는 일은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큰 직업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혈관을 수축해 혈소판을 자극하며 혈소판이 자극되면 피떡이 만들어진다. 또 혈관 수축으로 상승한 혈압은 심장의 부담을 크게 만든다.

▽무리한 다이어트가 원인?=김 씨는 11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H헬스클럽에서 1시간 정도 사우나를 하고 트레드밀에서 15분가량 뛰었다. 1년 전부터 다닌 이 헬스클럽에는 일주일에 3, 4회 정도 와서 1시간가량 운동했다고 이 헬스클럽 서모 이사가 전했다.

서 이사는 “김 씨는 20∼30분 운동하고 화장실에 다녀온 뒤 다시 운동을 하곤 했다”며 “그러나 이날은 웬일인지 15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숨을 몰아쉬다가 화장실로 향했다”고 말했다.

동료 개그맨 이용식 씨는 “형곤이는 평소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이 대단했다. 형곤이의 돌연사는 무리한 운동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이어트=시청자들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의무감에 불탔다. 밥을 먹으면 바로 운동할 정도로 집착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씨의 매니저는 “김 씨가 평소 꾸준히 운동을 해 왔기 때문에 돌연사한 것을 믿기 어렵다”며 “한꺼번에 30kg을 뺀 것이 아니라 1∼2년 열심히 운동해서 뺐기 때문에 무리한 다이어트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이날 오전 11시 반경 헬스클럽에서 목욕을 마치고 트레드밀에서 운동을 한 뒤 화장실에 갔다가 쓰러져 사망했다. 향년 46세.

이에 앞서 10일 낮 성낙합(成樂合) 서울 중구청장도 급성 심근경색으로 집무실에서 사망했다. 향년 57세.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살빼기는 한달 1kg 적당… 금연은 필수

■ 중년 돌연사 피하려면

중년 돌연사의 주원인인 심장병을 피하려면 생활습관 교정이 필수적이다. 적당한 음주, 적절한 운동과 체중 감량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물론 금연은 필수다. 그러나 살을 빼기 위한 단기간의 격렬하고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남대 순환기내과 정명호(丁明鎬) 교수는 “갑자기 체중을 줄이면 심장으로 가야 될 에너지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심장에 무리가 간다”며 “심장에 무리가 없을 정도가 되려면 한 달에 1kg가량 살을 빼는 게 적당하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도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게 좋다고 권고한다. 운동은 심장 및 심근육 발달을 촉진하고 심혈관계의 탄성을 좋게 만들어 주요 신체기관에 혈액이 잘 공급되도록 돕는다.

중년에 좋은 운동은 순식간에 힘을 쓰는 과격한 운동보다는 가벼운 걷기나 조깅, 수영, 등산 등 유산소 운동이다. 운동 강도는 달리기를 하면서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정도다.

걷기나 조깅은 하루 30분 이상씩 일주일에 5일 이상 하거나 일주일에 150분 하는 게 적당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운동 전 음주나 과로, 야근 등은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피해야 한다.

체중 감량 시에도 단백질 등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평소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새벽 운동을 피하는 게 좋다.

스트레스나 흥분도 심장병의 중요한 원인이다. 개그맨 김형곤 씨도 이혼과 사업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는 취미활동이나 휴식으로 그날그날 풀어 주는 게 상책이다. 만일 운동을 할 때 가슴통증이나 가슴 전체를 누르는 압박감과 불쾌감이 있거나 목 어깨 팔 등으로 통증이 뻗칠 경우엔 반드시 심장병 전문가를 찾아가도록 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잘∼돼야 될텐데”… 후련한 정치풍자 선물

■ ‘우리 회장님’ 김형곤씨

“잘∼돼야 될 텐데….”

정치권에 대한 조롱과 풍자로 뼈있는 웃음을 안겨줬던 개그맨 김형곤 씨. 1960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그는 동국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80년 TBC 개그콘테스트에서 은상을 받으며 연예계에 데뷔했다.

1987년 KBS ‘유머 1번지’의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코너에서 ‘비룡그룹’ 회장 역을 맡은 김 씨는 “잘 돼야 될 텐데” “잘될 턱이 있나”와 같은 유행어를 독특한 제스처와 함께 퍼뜨리면서 코미디 인생의 정점에 오른다.

상승하던 김 씨의 인생 곡선은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꺾였다. 1999년 자민련 명예총재 특별보좌역으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2000년 무소속으로 서울 성동구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하면서 재산을 대부분 날렸다. 출마를 반대했던 아내와도 선거 패배 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혼했다.

당시 만 여섯 살이던 아들(13)을 영국으로 유학 보내고 ‘기러기 아빠’로 지내왔다. 김 씨는 최근 한 여성지와의 인터뷰에서 “이혼하고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결국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를 유학 보냈다. 아들이 너무 보고 싶고, 아비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유학 중인 아들과 매일 통화할 정도로 아들을 챙기는 정성이 지극한 아버지였다”고 전했다.

아버지가 위독하다고만 전해 듣고 급히 귀국길에 올랐던 김 씨의 아들은 12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해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듣고 눈물을 쏟았다.

“사람은 제조일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유통기한이 중요한 것”이라며 의욕적으로 제2의 인생을 꿈꾸던 김 씨는 지난해 공연수익금으로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들을 돕는 자선 활동을 펼쳤으며 최근 KBS2 ‘폭소클럽’으로 방송 출연을 재개하면서 성공적으로 재기했다. 이달 30일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교민을 대상으로 코미디 쇼를 열 예정이었다.

후배 개그맨 박승대 씨는 “정치 입문 실패와 이혼으로 힘들 때에도 오히려 ‘사람은 누구나 실패한다. 나의 실패를 코미디로 승화시키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코미디를 사랑한 사람”이라고 추억했다.

시신은 그의 뜻(1999년 시신 기증 서약)에 따라 가톨릭대 의대에 기증되며, 유품은 김 씨가 가장 아꼈던 후배 개그맨 양종철 씨가 잠들어 있는 경기 고양시 청아공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2001년 교통사고로 김 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양 씨는 ‘회장님…’ 코너에서 김 씨의 처남 역으로 출연했었다. 13일 오전 7시 열리는 영결식은 KBS, MBC, SBS의 코미디언들이 연합해 대한민국 희극인장으로 치러진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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