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236년 역사상 처음 모든 미사 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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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원주교구도 “국가위기 동참”… 주교회 “가톨릭사에 유례 없는 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26일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26일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한국 가톨릭교회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16개 교구 모든 성당의 미사 중단이 26일 결정됐다.

서울대교구 등 14개 교구에 이어 이날 제주, 원주 교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에 따라 미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국내 가톨릭은 1784년 중국 베이징에서 이승훈이 세례를 받고 귀국한 뒤 국내에서 활동한 것을 출발점으로 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 가톨릭은 성당 1747곳에 신자 수는 586만6000여 명에 이른다.

제주교구는 이날 공문을 통해 “27일부터 3월 7일까지 미사를 중지한다”는 결정을 발표했다. 또 교구가 작성하고 교구장 주교가 승인한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 은총을 청하는 기도’를 배포하고 교구 신자가 기도를 바쳐 달라고 권고했다.

원주교구도 같은 날 지침을 내 27일부터 별도의 지침이 있을 때까지 ‘교우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19일 대구대교구가 미사 중단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일주일 만에 전체 교구의 후속 조치가 이어졌다.

각 교구에서는 미사가 중단됨에 따라 신자들은 묵주기도와 성경봉독, 선행 등으로 그 의무를 대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구장들의 협의체인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 따르면 26일 사순절 시작을 알리는 ‘재의 수요일 미사’는 전국 성당, 수도원, 성지에서 상주하는 신부들과 수도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봉헌됐다.

가톨릭 교계에서는 전례 없는 결정인 만큼 성직자는 물론 신자들 사이에서도 고민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대교구의 한 관계자는 “사제들 사이에서 미사 중단을 둘러싸고 여러 의견이 나왔다”며 “또 나이가 많은 신자들은 ‘전쟁 중에도 미사를 어떤 방식으로든 진행했는데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들을 많이 전달해 왔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홍보국장인 안봉환 신부는 “16개 모든 교구의 미사가 중단된 것은 한국은 물론 세계 가톨릭사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가톨릭교회가 신자들의 건강을 지키고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가톨릭교회#성당 미사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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