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면 거인?” 이석환 신임대표가 롯데에 바라는 ‘정체성’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1월 29일 14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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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시무식과 신임대표 취임식이 2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선수단 및 임직원 일동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석환 신임대표가 취임사를 하고 있다. 부산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롯데 자이언츠 시무식과 신임대표 취임식이 2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선수단 및 임직원 일동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석환 신임대표가 취임사를 하고 있다. 부산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키가 크고 힘이 세면 전부 거인인가요?”

롯데 자이언츠의 2020년 첫 걸음은 조금 특별했다. 1월 공식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이석환 신임대표(53)는 스프링캠프 출국을 이틀 앞둔 28일 취임식을 가졌다. 예년까지 롯데는 대표이사 취임식을 사직구장 내 강당에서 진행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부산 롯데호텔을 대관했다.

딱딱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소통하겠다는 의지였다. 실제로 단상에서 “오늘은 취임식이 아니다. 지금 하는 말도 취임사가 아니다. 그저 대화라고 해석해 달라”고 선수단 및 프런트에게 주문했다.

무겁지 않은 분위기를 표방했지만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1984년 우승 주역인 故최동원, 김용희, 김용철의 사진을 띄운 이 대표는 “이때 야구 보러 참 많이 다녔다”고 회상한 뒤 “과연 거인의 의미가 무엇일까”라고 반문했다. 유니폼에 새겨진 ‘GIANTS’라는 이름에 스스로 어울리는지 되짚어보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청중이 잠시간 침묵에 잠기자 이 대표는 “키가 크고 힘이 세다고 거인이 아니다. 그건 괴물일 뿐”이라며 “영웅이 되어야 한다. 동료들을 위해 노력하고 희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준다”고 되짚었다. 이어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는 주위에서 결정하는 게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결정한다. 이 옷을 입는 순간 우리는 자이언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롯데는 15년 만에 최하위로 떨어졌다. 구단 분위기도 최악이었다. 2019년 한 해 동안 감독, 단장, 사장이 모두 물갈이 되는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다. 선수단 내에서도 패배의식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캡틴’ 민병헌은 이날 단상에 올라 “젊은 선수들이 베테랑처럼 행동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식석상임에도 무거운 메시지를 전한 것도 분위기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팀 구성 자체가 완전히 새로워졌다. 같은 행보를 되풀이한다면 ‘롯데는 영원히 안 된다’는 비아냥을 자인하는 꼴이다. 새로운 정체성을 세워야 할 허문회 감독, 성민규 단장, 그리고 이석환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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