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인터뷰]프로게이머 'LenA' 이지혜

  • 입력 2000년 6월 29일 19시 27분


프로게이머 레나(LenA). 본명 이지혜(21). 프로게임구단인 ‘디스커버리 위닝스’ 팀의 유일한 전속선수인 그와의 만남 자체가 재미있었다. 노랑 머리를 길게 기른 모습으로 약속장소에 나타난 그는 연예인처럼 보였다.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는데 포즈 취하는 품이 보통이 넘는다.

“프로게이머답게 좀 공격적인 느낌을 주는 자세를 취해봐요”라고 주문하자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는데 안 그래요. 고요히 정신집중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요”라고 ‘항변’한다.

아닌게 아니라 이씨는 ‘공격적’이고 ‘냉정한’ 프로게이머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멋지게 땋은 머리카락에 애교넘치는 말투까지 여느 여대생과 다를 것이 없다. 그는 남동생만 있는 큰 딸이지만 언뜻 보기에는 막내같이 어려 보인다.

그러나 게임에 관한 한 그는 ‘프로’다. 게임관련 회사에서 웹마스터를 하다 우연히 2월말 프로게임 리그인 ‘프로게이머 코리아 오픈(PKO)’ 주최 여성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면서 프로 게이머로 데뷔했다. 스타크래프트 뿐 아니라 철권 퀘이크 등 여러 게임에 능하다.

지금은 케이블뉴스채널 YTN과 경인방송(iTV)에서 ‘게임자키’로 활동하고 있다. 새로 나온 게임이나 게임 소식을 전해주고 가끔 ‘레나만의 필승전술’을 알려주는 것이 ‘게임자키’의 임무다. 신문에도 ‘스타크래프트 초보탈출’과 ‘레나의 도전! 게임왕’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이지혜는 요즘 인기 연예인 부럽지 않다. 아직 대회 우승 경력은 없지만 그에게는 이미 팬이 너무도 많다. 일주일에 꼬박 이틀은 방송촬영에 공을 들이는데다 인터넷엔 ‘클럽레나’라는 팬클럽도 생겼다. “한 게임 하자”는 도전성 e메일부터 “누나 좋아해요”라는 팬레터까지 온갖 종류의 메일이 쏟아져 들어온다.

‘연예인처럼 활동하고 인기를 끄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는 “그게 바로 게임산업이 팽창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 아닐까요”라고 대답했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이다.

“학교(순천향대 독어독문학과)를 휴학한 상태지만 언젠가 공부는 계속할 거예요. 게임에 관련된 다른 일도 배우고 싶어요. 게임관련 직업이 앞으로 얼마나 많아질건데요. 프로매니저 게임해설가 게임자키 베타테스터(게임 정식 출시전 시험적으로 사용해보는 사람) 게임대회기획가 게임방송작가까지….”

아직은 일일이 메일에 답장을 쓸 정도로 즐긴다지만 혹 부담은 없을까.

“프로가 되고 나서는 게임 하는 것이 너무나 부담스러워요. 이기면 ‘본전’이고 지면 창피해요. 게다가 ‘실력이 훨씬 나은 남자 게이머들도 많은데 왜 레나냐’고 말하는 걸 들으면 어쩔 줄 모르겠어요. 사실 대전게임은 남자들이 더 잘하거든요.”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스폰서들은 여자 프로게이머를 선호한다. 홍보효과가 높은데다 예쁜 여자 게이머라면 금상첨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만큼 열심히 해서 게임자키로 인정받고 싶고 여러 가지 타입의 프로게이머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단지 ‘여성 게이머’라는 이유만으로 프리미엄을 누리고 싶지는 않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김명남기자>star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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