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에서 엄마로…‘3쿠션 컴백’ 차유람 “가족은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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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13일 06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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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볼 여신’ 차유람(32)이 3쿠션 선수로 컴백한다. 결혼과 출산으로 잠시 떠나 있던 당구 테이블 앞으로 돌아오는 차유람은 “가족들을 생각하니 더 열심히 하게 된다”며 두 아이의 엄마로서 책임감을 드러냈다.

차유람을 만난 것은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위치한 그의 스튜디오에서였다. 현재 차유람은 복귀를 앞둔 선수이면서 개인 유투브 채널 ‘차유람TV’를 운영하는 대표이기도 하다. “월세와 직원들 급여를 챙겨주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웃음 섞인 그의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차유람이 마지막으로 공식 대회에 출전한 것은 지난 2015년 3월. 같은해 6월 ‘베스트셀러 작가’ 이지성(45)과 결혼한 뒤로 딸과 아들을 출산하면서 자연스럽게 큐를 놓게 됐다. 벌써 공백기가 4년을 훌쩍 넘는다.

결혼 전 20대였던 차유람은 이제 30대다. ‘당구 여신’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한 미모, 샷을 앞두고 공을 응시하는 매서운 눈빛은 그대로였지만 달라진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스튜디오 구석구석에 놓인 유아용 장난감들에서 ‘엄마 차유람’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어느새 세월이”… 4년만에 다시 잡은 큐

최근 차유람은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포켓볼에서 3쿠션으로 종목을 바꿔 선수 복귀를 선언했기 때문에 준비할 것이 많다. 가정에서는 두 아이(딸, 아들) 엄마로서의 역할도 해야 한다. 남편과 언니, 친정 부모님의 도움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차유람 스스로 해내야 할 몫이 있다.

차유람은 “아침 8시에 일어나서 첫째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오전에는 헬스장에 나가서 운동을 한다. 오후에는 (3쿠션) 연습을 하고, 저녁에 귀가해 아이들 돌보고 목욕시키고, 밥 먹이고 하면 하루가 지나간다”고 자신의 하루 일과를 소개했다.

여느 워킹맘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있는 차유람이다. 차이가 있다면 선수로서 짧지 않은 공백기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하나 더 끌어안고 있다는 점. 차유람은 “결혼하고 출산하고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어느새 ‘세월’이라고 할만큼 시간이 흘러 있더라”며 큰 눈을 깜빡였다.

팬들과 소통을 위해 만든 유투브 채널도 차유람에게는 바쁜 일상의 일부다. 유투브 활동을 통해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는 사실도 새삼 알게 됐다.

차유람은 “나도 몰랐는데 다시 당구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며 “앞으로 성적도 중요하겠지만 팬들과 소통을 많이 하려고 한다. ‘잘 못치네’, ‘점수 내려야겠네’라는 댓글도 보이지만 그런 것들 조차 좋다”고 말했다.

더 많은 팬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 차유람은 유투브 채널을 통해 자신과 3쿠션 대결을 할 팬들을 모집했다. 그 결과 예상보다 많은 팬들이 대결 이벤트에 응모했고, 그 중 소수를 추리는 어려운 작업을 해야만 했다.

차유람은 “생각보다 신청자 수가 많아서 놀랐다”며 “대결을 신청하는 사연을 함께 받고 있는데, 갱년기 증세를 당구로 치유하고 싶다는 40대 남성이 기억에 남는다. 그만큼 당구를 향한 열정이 넘치는 분들이 많더라”고 소개했다.

◇“가족들이 동기부여” 결혼·육아로 달라진 삶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 차유람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나’만 생각하면서 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이제는 챙겨야 할 ‘가족’들이 있다.

두 아이의 엄마라는 무거운 짐을 안게 됐지만 든든한 후원자도 있다. 남편 이지성 작가다. 선수 복귀를 결심했을 때도 남편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었다. 결혼 전, 앞장서서 “힘들면 그만두라”고 권했던 남편이 이제는 복귀를 준비하는 아내를 향해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차유람은 “남편이 지지를 해주고 있기 때문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남편의 응원과 지지에 많이 고맙다”며 “내가 진심으로 원했기 때문에 남편도 ‘나중에 하고 싶은걸 못하게 했다고 바가지 긁히는게 더 무섭다’면서 열심히 하라고 하더라”고 웃음을 보였다.

가족은 차유람의 힘이다. 엄마 없는 시간이 늘어난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대신 보살펴야 하는 부모님, 육아 및 집안일의 부담이 늘어난 남편 모두 차유람에게는 고마움과 미안함의 대상들이다. 그런 가족들을 바라보며 차유람은 더욱 집중해서 연습에 임한다.

차유람은 “결혼 전에는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모두를 위해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그래서 결혼 전보다 지금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가족들의 희생은 나에게 큰 동기부여”라고 설명했다.

◇남편과는 천생연분? “세대차이 없고 싸워도 금방 풀려”


차유람-이지성 부분은 적지 않은 나이 차이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언뜻 둘 사이에는 감출 수 없는 세대차이가 존재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작가 특유의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으로 남편이 젊게 사는 편이라고 차유람은 설명한다.

차유람은 “나는 애늙은이같고 남편은 소년같은 부분이 있어서 세대차이는 못 느낀다”며 “철저하게 냉정하고 이성적일 때도 있어서 그런 프로페셔널한 부분은 내가 보고 배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차유람의 말에 남편을 향한 애정이 묻어났다.

차유람의 차분한 말투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성격이 차분한 편”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런데 ‘욱’하는 성격도 있다. 부부싸움도 한다. 특히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는 견해 차이를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남편이 많이 져주고, 서로 사과를 잘 하는 편이다. 충돌이 생기면 하루를 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딸 한나, 아들 예일이를 향한 사랑도 감추지 못했다. 차유람은 “둘째가 그렇게 예쁜지 몰랐다. 예쁜짓을 많이 한다. 첫째는 귀여운 시기가 지나갔고, 자아가 생기다보니 미운 행동도 한다”고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 엄마와 같은 설명을 풀어놨다.

셋째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차유람은 “누가 낳아주면 좋은데”라며 미소와 함께 잠시 숨을 고른 뒤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당분간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당분간’이라는 단서를 붙이며 셋째를 아예 계획에서 배제하지는 않았다.

◇포켓볼과 3쿠션의 차이 “피부로 느끼는 중”

3쿠션 선수로 복귀를 고민하던 무렵, 운명처럼 프로당구(PBA) 투어가 출범했다. 차유람이 다시 큐를 잡고 더욱 열심히 훈련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다. 오는 22일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개최되는 ‘신한금융투자 PBA/LPBA 챔피언십’을 통해서는 3쿠션 선수로 데뷔전도 치른다.

‘당구’라는 카테고리로 묶이는 포켓볼과 3쿠션. 그러나 그 둘은 전혀 다른 종목이다. 차유람도 “그 차이를 피부로 느끼는 중”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포켓볼 선수 시절부터 차유람을 지도해온 이장수 전 당구대표팀 감독은 “별개의 두 종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차유람은 “다른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며 “자세, 시선처리, 큐의 굵기와 길이 등 모든 것이 다르다. 포켓볼에서는 장점이었던 것들이 3쿠션에서는 방해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화가 나고 스트레스도 받는데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최상급 포켓볼 선수에서 3쿠션 ‘초짜’가 된 차유람은 스스로를 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난 차유람인데 이런 것도 못 치고’라는 생각이 든다”며 “그걸 내려놔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성격이라 아직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차유람의 3쿠션 실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팬들도 궁금해하는 대목. 이장수 감독은 “이제 제대로 시작한지 몇 개월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좋은 성적을 기대하긴 어렵다”면서도 “독하기 때문에 잘할 것이다. 연습을 정말 독하게 열심히 한다. 경기에 들어가면 상대를 위축시킬 정도로 집중력도 보인다”고 차유람을 평가했다.

3쿠션 복귀전에 대한 차유람의 구체적인 각오는 오는 1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신한금융투자 PBA/LPBA 챔피언십’ 미디어데이에서 들어볼 수 있다. 차유람과 함께 포켓볼에서 전향한 김가영(36)도 참석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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