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현대건설 마야의 성공스토리 속에 담긴 교훈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24일 0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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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마야(맨 오른쪽). 사진제공|현대건설
현대건설 마야(맨 오른쪽). 사진제공|현대건설
현대건설은 V리그 4라운드 막판에 3연승을 거뒀다. 2019년 들어 무패의 팀이다. 시즌 개막 이후 11연패에 빠지며 무기력했던 팀의 모습은 간 곳이 없다. 2라운드 5경기를 모두 3-0으로 완패 당했지만 남자부 우리카드와 함께 시즌 도중에 가장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연패 속에서도 묵묵히 많은 땀을 흘리며 노력해온 선수들이 대변신의 주인공이지만 대체 외국인선수 마야도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시즌 도중 V리그 선수로의 꿈을 이룬 마야의 영입막전막후와 팀의 에이스로 녹아든 스토리 속에는 많은 교훈이 숨어 있다.

● 급할수록 돌아간 결과는 복덩이 마야 선택

팀 전력에서 큰 역할을 하는 외국인선수 마야의 선택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현대건설은 시즌 개막 이전부터 문제가 많았던 베키를 1라운드 끝나자마자 퇴출시킨 뒤 새로운 외국인선수를 물색했다. 한시라도 빨리 새로운 선수를 원했던 현장에서는 태국리그에서 뛰던 파토우 듀크(현재 등록명 파튜)를 원했다. 하지만 도로공사가 한 발 먼저 접촉해 데려가 버렸다.

막막했지만 구단 상층부의 생각은 달랐다. 단장과 부단장은 “언제든지 선수는 바꿔줄테니 급할수록 신중 또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라”고 당부했다.

지난 시즌 도중 부상당한 엘리자베스를 대신해 필리핀에서 대체 외국인선수 소냐를 급히 데려왔지만 효과가 좋지 못했던 교훈을 잊지 않았던 지시였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 코칭스태프는 영입가능 선수의 영상을 수십번 다시 돌려봤다. 마야는 무려 6번이나 경기영상 확인과 현재 리그에서의 성적 등을 참고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추린 영입후보는 3명. 마야~메이필드~크리스티나의 순이었다.

3명의 각자 소속구단에 이적가능 여부를 물었다. 예상대로 엄청나게 많은 이적료를 요구했다. 사무국장은 먼저 터키로 날아갔다. 얼굴이라도 보고 얘기를 시작해보자는 용감한 생각이었다. 안되면 메이필드가 뛰는 스위스로 이동할 계획까지 세웠지만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 한국과 여러모로 인연이 닿았던 마야

마야의 소속팀은 아직 자신들이 영입한 선수를 시즌 도중에 다른 구단에 팔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현대건설의 뜻밖의 이적 제의에 당황했지만 한국의 구단이라는 점에 마음이 끌렸다고 했다. 이들은 “형제의 나라 한국에서 우리 선수를 보러온다고 해서 방문을 거절하지 못했다”고 나중에 털어놓았다. 이들은 “우리가 데리고 있던 선수가 현대건설과 V리그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호의적인 태도로 협상을 했다. 그동안 마야의 영입에 들어갔던 액수를 솔직하게 밝히면서 이적료 협상에서 많은 양보를 해줬다.

마야도 한국행에 관심이 많았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때는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이 입었던 옷을 가져갈 정도였다. 외국인선수가 마음에 든다고 하자 이정철 감독도 선뜻 옷을 벗어줬다. 마야는 이정철 감독에게 답례로 맥주 6병을 선물했다. 그만큼 외향적인 성격으로 스스럼이 없었다. 한국과 V리그를 유독 좋아했다. 꼭 V리그에서 뛰고자 했던 마야는 비록 트라이아웃에서는 한국행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현대건설의 이적제의가 오자 즉각 간다고 했다.

● 기량보다 더 중요한 팀의 선수로 녹아들다

11월24일 IBK기업은행과의 2라운드에서 V리그 데뷔전을 가진 마야는 갈수록 복덩어리였다.

시작은 자신에게 익숙한 포지션 오른쪽이 아닌 왼쪽이었다. 팀의 터줏대감 황연주와의 공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받아들였다.

높은 타점과 파워가 눈에 띄었다. 기량도 기량이지만 밝은 성격으로 동료들과 쉽게 어울린 것이 더 좋았다. 그의 세리머니가 커질수록 그동안 연패로 주눅이 들어있던 동료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꼴찌 팀일수록 이런 선수가 필요하다. 경기력으로 동료들을 이끄는 에이스도 필요하지만 분위기메이커도 경기도중 숫자가 나타내지 못하는 큰 역할을 한다. 지금 현대건설에서는 마야가 그런 중요한 존재다.

그는 IBK기업은행의 어나이와 에이전트(진용주 대표)가 같다. OK저축은행의 요스바니도 같은 에이전트 소속이다. 현재 V리그에서 가장 잘 나가는 선수 3명이 같은 에이전트 소속이라는 것이 흥미롭다. 마야의 영입과정에서도 에이전트는 큰 역할을 했다. 진용주 대표는 계약을 마치면 뒷일은 잘 챙기지 않는 몇몇 외국인 에이전트와는 달랐다. 항상 선수의 경기 때나 훈련장을 찾아다니면서 한국에서의 생활에 힘든 점을 묻고 도울 일이 있으면 먼저 나섰다.

선수가 외로워하거나 하소연을 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데리고 나가서 밥도 사주면서 상담을 해줬다. 머나먼 객지에서 외국인선수가 의지할 사람은 에이전트뿐인데 진 대표는 가족처럼 이들을 대하면서 최고의 플레이를 하도록 유도했다. 그런 배려가 마야를 갈수록 더 무시무시한 선수로 만들었다. 이제 한국생활이 익숙해진 마야는 쉬는 날이면 화성까지 가서 어나이의 경기를 보며 응원도 하고 함께 수다를 떨며 즐거운 시간도 보낸다. 선수는 코트 밖에서의 생활이 편해야 경기 때 전력을 다한다. 이 또한 중요한 교훈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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