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차곡차곡 모은 1억 ‘통큰 기부’

  • Array
  • 입력 2013년 2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현대중공업 생산직 박우현씨 “어릴때 받은 도움 갚고싶었다”
아내도 부업으로 모은돈 보태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에 최근 성금 1억 원을 낸 현대중공업 박우현 씨는 현대중공업 입사 후 25년간 월급에서 떼 내 적립한 1억 원을 공동모금회와 적십자사에 5000만 원씩 기부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에 최근 성금 1억 원을 낸 현대중공업 박우현 씨는 현대중공업 입사 후 25년간 월급에서 떼 내 적립한 1억 원을 공동모금회와 적십자사에 5000만 원씩 기부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지난달 28일 오전 10시 울산 현대중공업 내 새마을금고. 이 회사 대형엔진시운전부 기원인 박우현 씨(57)는 자신의 통장에서 5000만 원을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송금했다. 이어 이날 오후 3시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로 5000만 원을 더 보냈다. 박 씨가 현대중공업에 25년간 다니면서 차곡차곡 모은 1억 원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전달한 것이다.

박 씨는 오래전부터 불우이웃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남 곡성에서 6남매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힘든 유년기를 보내면서 당시 가정살림을 도와준 이웃에 대한 고마움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자랐다. 그 고마움을 가슴에 담고 언젠가는 남을 도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박 씨는 공고를 졸업한 뒤 서울과 중동의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 198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이때부터 매월 급여 가운데 일부를 따로 모았다. 그러는 사이 어려웠던 가정형편도 많이 좋아졌다. 두 아들도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해 생활비도 크게 들지 않았다.

박 씨는 지난해 말 아내 조길자 씨(54)에게 오랫동안 품어 왔던 생각을 털어놓았다. “곧 찾게 될 적금 1억 원을 남을 위해 쓰자”라는 것이었다. 이 적금에는 아내가 건설현장에서 설비 일을 하고, 시장에서 부업을 하면서 보탠 돈도 포함돼 있었다. 조 씨도 남편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지난달 25일 박 씨는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에 전화를 걸어 성금 기탁 의사를 밝혔다. 두 단체의 실무자들은 월요일인 지난달 28일 오전 9시경 현대중공업을 급히 찾아 박 씨를 총무부 사무실로 불러 만났다. 기부 의사를 확인하러 온 것. 두 단체 실무자와 만난 직후 박 씨는 사내 새마을금고에서 5000만 원씩을 송금했다.

박 씨가 1억 원이라는 거액을 기탁하면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대한적십자사에 직접 가지 않은 것은 ‘근무 중’이었기 때문. 박 씨는 “근무시간이어서 전화로 성금 기탁 의사를 밝힌 뒤 새마을금고에서 이체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성실성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박 씨는 25년간 생산 현장에서 근무하며 1512건의 공정 개선안을 내놨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특허출원 베테랑 기능인으로 ‘대한민국 신지식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사내 직무 동아리인 ‘엔진기계 반장협의회장’을 2008년부터 맡아 환경정화 활동과 불우이웃돕기, 소외계층 집수리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박 씨는 2011년 7월에는 300여만 원을 들여 고향 마을 노인 40명에게 경남 거제 관광도 주선했다. 박 씨는 성금 기탁과 관련한 질문에 “소문낼 일이 아니다”라며 인터뷰를 사양했다. 그러면서 “주위 사람들의 배려와 관심이 없었다면 나 역시 행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성금을 냈다”라며 “앞으로도 남에게 힘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개인이 5000만 원을 기탁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라며 “박 씨에게 모금회 사무실로 나와 언론사 배포용 사진 촬영을 하자고 권했으나 한사코 거절해 회사를 찾아가 만났다”라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기부#박우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