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연출이다…사진 예술의 개념 바꾼 ‘베르나르 포콩’전

  • 입력 2007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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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포콩(57)은 현대 사진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눈에 보이는 장면 그대로를 사진으로 찍어야 한다고 믿던 시절, 그는 인위적인 연출을 감행했다. 마네킹과 진짜 사람을 하나의 화면에 배치해 현실과 가상의 세계가 공존하는 장면을 연출한 ‘여름방학’ 시리즈로 포콩은 1970년대 사진계를 뒤흔든다. 그의 작업은 ‘테이킹 어 포토(taking a photo)’가 아니라 ‘메이킹 포토(making photo)’였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작가 포콩의 전시회 ‘베르나르 포콩, 빈티지 사진전’이 서울 종로구 팔판동 공근혜갤러리에서 3월 18일까지 열린다. 그가 특히 사진사에 충격을 주었던 시기인 1970, 80년대 ‘빈티지 사진’ 22점이 전시된다. ‘빈티지 사진’이란 작가가 처음 작품을 발표한 이래 1∼2년 안에 인화한 사진들을 가리키며, 훗날 에디션의 모델이 되는 최고 품질의 사진을 의미한다.

금발의 소년 마네킹들과 실제 소년을 섞어 놓은 ‘카니발’ ‘왕의 간식’ 등은 ‘사진은 사실의 재현’이라는 인식을 뒤집어 놓은 혁명적 작품들이다. 포콩이 자신의 유년시절 기억을 바탕으로 한 ‘여름방학’을 찍을 때 “기억은 환상과 섞여 있으며, 그때 모습을 정확하게 재현할 수 없다”는 것을 안 터이다. 포콩 특유의 ‘프레송 기법’(목탄지에 인화하는 기법)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포콩은 사진에서 인물을 들어내기 시작한다. 그는 인물 대신 불을 집어넣는다. “인물을 뺀 자리에 무언가 생명력을 상징하는 것을 넣고 싶었으며, 그래서 타오르는 불을 선택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불마저도 없앤다. 얼음을 바닥에 깔아 연출한 ‘겨울의 방’이나 바닥에 흰 눈(실제 눈은 아니고 연출한)이 깔린 ‘14번째 사랑의 방-눈보라’…. 유명한 ‘사랑의 방’ 연작에는 생명력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포콩은 1997년 살갗에 ‘fin(끝)’이라는 글자를 새긴 사진을 끝으로 작업을 중단한다. 디지털 카메라와 포토숍 프로그램이 보급되면서 사진이 대중화하자 더는 사진 작업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그 대신 세계 25개국을 돌면서 청소년들에게 카메라를 지급하고 사진을 찍도록 하는 행사를 벌였으며 2005년 25번째 나라로 한국을 방문해 청소년들을 만났다. 02-738-7776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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