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시간’…코로나19 위기 속 ‘영화계 갈등’ 아쉬움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4월 10일 06시 57분


영화 ‘사냥의 시간’의 공개가 전면 보류됐다. 넷플릭스는 법원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10일 전 세계 190여개국 공개 계획을 철회했다.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영화 ‘사냥의 시간’의 공개가 전면 보류됐다. 넷플릭스는 법원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10일 전 세계 190여개국 공개 계획을 철회했다.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 영화 ‘사냥의 시간’ 상영금지 가처분 거센 후폭풍

콘텐츠판다 “이중 계약” 가처분 신청
오늘 넷플릭스 190개국 공개 보류
영화계 “어려운 시기 분쟁 아쉬워”


영화 ‘사냥의 시간’의 후폭풍이 거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극장 등 영화계가 고난의 시기를 겪는 가운데 가까스로 찾은 자구책이 한국영화 내부의 분쟁으로 확대되면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윤성현 감독이 연출하고 이제훈이 주연한 ‘사냥의 시간’은 당초 2월26일 개봉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극장 개봉을 건너 뛰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 공개로 직행했다. 극장 개봉을 위해 만든 한국영화가 넷플릭스로 먼저 공개되는 첫 사례인데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시장의 변화 움직임으로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진행 과정에서 ‘사냥의 시간’의 해외 판매 대행사인 콘텐츠판다와의 계약상 갈등이 불거졌고,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넷플릭스는 10일 전 세계 190여개국 동시 공개 일정을 전면 보류했다. 한국영화에서 처음 벌어지는 사태다.

●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갈등

이번 논란의 쟁점은 ‘사냥의 시간’이 콘텐츠판다를 통해 30여개국에 작품을 판 상태에서 넷플릭스와 계약을 체결한 부분이다. 글로벌 플랫폼 넷플릭스가 190여개국에 동시 공개를 결정하자 선판매를 진행한 콘텐츠판다는 ‘사냥의 시간’ 투자배급사인 리틀빅픽처스를 향해 “이중 계약”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과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차례로 제기하고 계약 무효 소송도 냈다.

리틀빅픽처스는 줄곧 “코로나19라는 천재지변에 따른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마케팅비용까지 전부 소진한 상태에서 개봉이 기약 없이 연기되고, 추가 손실은 물론 110억원에 이르는 총제작비 회수조차 불투명하게 되자 자구책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수차례 콘텐츠판다에 이해와 양해를 구하고, 배상을 포함한 합의안을 제시했지만 거절당했다고도 주장했다.

리틀빅픽처스의 한 관계자는 9일 “제작비 중 65억원이 모태펀드(정부가 벤처캐피털에 출자한 상위펀드)”라며 “코로나19의 위기를 감안해 투자사들은 물론 감독, 제작사까지 동의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 “어려운 시기 과도한 분쟁” 아쉬움

‘사냥의 시간’ 논란은 코로나19로 극장은 물론 영화계 전체가 셧다운 위기에 빠진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일일 극장 관객이 1만명대로 추락한 상황에서 위기의 돌파구로 찾은 자구책이 오히려 갈등과 논란으로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상 문제를 떠나 “어려운 시기에 과도한 분쟁”이라는 영화계 내부의 여론이 형성되는 이유다.

영화계 중견 제작자는 “양보하면서 합의점을 찾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런 시국에 상영금지 가처분으로 치닫은 상황이 답답하다”며 “무리한 요구를 접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합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콘텐츠판다 관계자는 9일 “리틀빅픽처스와의 협상 채널은 열려있다”며 “한국 영화계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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