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는 양동근 향한 유재학 감독의 마음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4월 1일 14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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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 사진제공 | KBL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 사진제공 | KBL
은퇴를 선언한 양동근(39·울산 현대모비스)은 2004~2005 시즌 데뷔 이래 2019~2020 시즌까지 6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4번의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상(MVP) 수상 등 굵직굵직한 기록을 남기면서 KBL 역대 최고선수 반열에 올랐다.

이와 같은 양동근의 커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바로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57)이다. 양동근은 프로 생활의 시작부터 은퇴할 때까지 유 감독과 함께 했다. 14시즌을 치르는 동안 단 한 명의 감독과 인연을 이어왔다는 것은 현대 프로스포츠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유 감독도 오랜 기간을 함께 해온 양동근의 빈자리가 당분간은 허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1일 “(양)동근이가 없는 현대모비스를 떠올리면 허전하고 어색할 것 같다. 시즌을 준비를 위해 훈련을 시작할 때도 그럴 것 같다. 아마 다른 선수들도 그럴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양대를 졸업한 양동근은 2004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현대모비스(KCC로부터 지명권 양수)에 입단했다. 때 마침 유 감독은 2004년 현대모비스 감독으로 부임했다.

유 감독은 갓 프로에 입단한 양동근의 기량 발전을 이끌어 내기 위해 늘 엄격하게 대하고 혹독한 훈련을 시켰지만, 그에 대한 마음만큼은 각별했다. 바로 등번호다. 양동근은 한양대학교 시절 사용했던 6번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이를 원한 것은 바로 유 감독이었다. 유 감독의 현역 시절 등번호 역시 6번이었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나는 부상과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선수 생활을 오래하지 못했다. 성실한 양동근을 최고의 선수로 만들겠다는 다짐과 애정을 담아 내 선수 시절 등번호인 6번을 달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동근이가 6번을 달았으면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유 감독의 바람대로 양동근은 국내 프로농구를 넘어 아시아에서 인정받는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다. 또한 6번은 현대모비스의 영구 결번으로 남게 됐다. 그는 “동근이는 당시 리그최고 가드였던 이상민, 김승현과 같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선수는 아니었다. 본인의 노력으로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올랐다. 후배들에게 ‘나도 열심히 하면 양동근처럼 될 수 있구나’라는 귀감이 되는 선수다. 노력이 지금의 양동근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각별한 애정을 쏟았던 선수인 만큼 유 감독은 마무리를 짓는 데에 있어서도 양동근과 2019~2020 시즌 중반부터 이야기를 나눠왔다. 그는 “동근이가 나이가 들어 힘들어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본인이 티를 내지 않고 그동안 잘 버텨왔다. 이제는 선수 생활 이후의 미래도 봐야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팀을 이끄는 입장에서는 양동근과 같이 좋은 선수가 은퇴하는 것이 아쉬운 거은 당연한 마음이지만 동근이의 미래를 더 생각한 결정이다”라며 “책임감 높고 성실하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친구다. 선수 때 이룬 업적만큼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성공을 기원한다”며 진심을 전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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