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올인’ 아베, 치명적 타격 불보듯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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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회복시킬 ‘부흥 올림픽’ 선전… 외부요인 탓 연기해도 책임 못벗어
내년 9월 이전 조기퇴진까지 거론

도쿄 올림픽이 실제로 연기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치명적인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계에선 그가 조기에 물러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아베 총리는 올해 1월 정기국회 시정연설에서 ‘올림픽’이란 단어를 11번이나 썼다. “도쿄 올림픽을 부흥 올림픽으로 만들겠다”며 일부 경기를 후쿠시마 등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지에서 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야마구치 가오리(山口香)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이사가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JOC나 선수들 사이에 ‘올림픽을 연기해야 한다’고 말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아베 총리의 의지는 강했다.

그만큼 아베 총리에게 도쿄 올림픽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전문가들은 도쿄 올림픽을 끝낸 뒤 올해 10월, 11월경 아베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해 왔다. 올림픽 분위기를 이용해 또다시 선거에서 압승을 거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이런 정치 일정은 꼬이게 됐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2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무제한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우는 ‘아베노믹스’를 실시했다. 하지만 올림픽 연기로 인해 경기가 꺾이면 아베 정권에 대한 기대감도 급속히 식을 수 있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집권 자민당 총무회장은 3일 기자회견에서 “올림픽이 연기되면 정치적 책임에 대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올림픽이 연기된다 해도 총리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2020 도쿄 올림픽#연기#아베 신조#조기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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