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스를 보고 공 찬 베일 ‘우상의 恨’을 풀어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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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16 조별리그 3경기 연속골… 웨일스의 첫 본선 이어 16강 이끌어

라이언 긱스
라이언 긱스
“개러스 베일(27·레알 마드리드)은 나를 뛰어 넘는 웨일스의 대표 선수가 될 것이다.”

박지성과 함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뛰었던 웨일스 출신의 슈퍼스타 라이언 긱스(43·은퇴)는 지난해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16 예선을 치르고 있던 웨일스 대표팀의 에이스 베일을 극찬했다. 현역 시절 자신이 대표팀에서 이루지 못한 메이저 대회 본선 진출의 꿈을 후배가 달성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발언이었다.

맨유 소속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13회)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2회)을 이끈 긱스지만 대표팀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과 유로 등 메이저 대회 본선 무대를 단 한 차례도 밟아 보지 못했다. 대표팀 선수층이 얇은 웨일스는 1958년 스웨덴 월드컵 이후 메이저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2007년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긱스는 “(웨일스에는) 잠재력 있는 선수가 많다. 멀리서라도 대표팀의 메이저 대회 진출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역대 웨일스 대표팀 최연소 A매치 출전 기록(16세 315일) 등을 세우며 ‘제2의 긱스’로 불린 선수가 베일이다.

긱스의 ‘한(恨)’을 긱스를 우상으로 여기며 축구 선수의 꿈을 키운 베일이 풀어 주고 있다. 웨일스를 사상 첫 유로 본선에 올려놓은 베일은 유로 2016 본선에서도 슬로바키아와의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프리킥 골을 터뜨려 웨일스의 역대 유로 본선 첫 득점을 기록했다. 또 21일 열린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도 골을 추가해 3경기 연속 골을 기록했다. 베일의 활약 속에 웨일스(승점 6점)는 잉글랜드(승점 5점)를 제치고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왼발을 주무기로 하는 긱스와 베일은 잉글랜드 대표팀 합류 제의를 뿌리치고 웨일스 대표로 남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긱스가 EPL 최고 미드필더로 활약할 때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긱스에게 여러 차례 러브콜을 보냈다. 웨일스보다 전력이 강한 잉글랜드 소속으로 뛸 경우 긱스는 월드컵 본선에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어머니와 내가 태어난 웨일스 소속으로 뛰는 게 행복하다”며 거절했다. 웨일스의 수도 카디프에서 태어난 베일도 유소년 시절부터 수차례 잉글랜드 축구협회로부터 대표팀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 그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잉글랜드 대표팀에 합류해 달라는 제안을 듣고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빠르게 답했다. 나는 웨일스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대표팀에서 홀로 분투했던 긱스와 달리 베일은 에런 램지(아스널), 조 앨런(리버풀) 등 유럽 빅 클럽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뛰어난 동료가 많다. 이 때문에 베일은 “웨일스는 내가 이끄는 ‘원맨 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긱스를 넘어 웨일스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베일은 “본선에서 우리가 속한 조의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16강에서는 누구를 꺾게 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라이언 긱스#개러스 베일#레알 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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