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빨개지는 ‘안면홍조증’ 원인과 예방법

  • 입력 2006년 11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사진 제공 한림의료원
사진 제공 한림의료원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개팅 자리.

소개남이 정색하고 물었다.

“혹시... 한잔하고 오셨나 봐요?”

당황한 나,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그가 또 물었다.

“그럼 목욕 갔다 오셨나요?”

“@%&$#!”》

“몸조리 잘하세요.”

취업준비생 안은선(가명·24) 씨는 얼마 전 한 홍보대행사에 면접을 보러 갔다가 면접관에게서 들은 말을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달아오른다.

안 씨는 면접관 앞에 앉자 갑자기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한번 붉어지기 시작하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자신의 증세를 잘 알고 있었다. 당황한 안 씨는 준비한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어섰다. 면접관은 안 씨가 아픈 줄 알고 위로의 말을 던졌다.

안 씨는 안면홍조증 환자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안면홍조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질환은 남성보다 여성이 3배 정도 많다. 이는 건강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질병은 아니지만 면접을 망치게 하거나 대인관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 질환을 갖고 있는 젊은 여성들은 취업 시즌에 병원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원인에 따라 피부과나 산부인과 의사의 진단을 받아 치료하는 게 좋다.

▽모세혈관의 비정상적 확장=최근 연세스타피부과가 환자 1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환자의 29%가 ‘대인 관계 시 위축되거나 불편하다’, 28%가 ‘감정 변화를 고스란히 들켜 당황스럽다’고 했다. 안면홍조는 얼굴에 있는 모세혈관이 확장돼 생긴다.

사람이 당황하거나 긴장하면 모세혈관이 확장돼 피가 몰려들어 피부가 붉게 보이게 된다. 손이나 발이 아닌 얼굴이 주로 붉어지는 건 볼에 모세혈관이 많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확장된 모세혈관이 금세 수축되지만 안면홍조 환자들은 모세혈관의 수축성이 떨어진다. 또 모세혈관이 늘어나기도 한다. 모세혈관의 수축 기능이 떨어지면 혈액순환과 피부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피부가 푸석푸석해진다.

모세혈관이 확장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자외선, 피부연고, 커피, 술 등 자극적인 음식물, 스트레스, 당뇨 등 내분비계 질환, 폐경기 이후 여성호르몬 감소 등을 들 수 있다. 50대 폐경을 겪은 사람 가운데 절반 정도는 안면홍조를 겪는다고 한다.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연고를 너무 오래 사용하면 모세혈관이 발달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생활습관 고쳐야=한번 늘어진 모세혈관은 회복되지 않으므로 안면홍조증은 일단 생기면 치유하기 힘들다. 레이저 시술은 증세 호전에 도움이 되지만 완전히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안면홍조증 예방을 위해선 생활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목욕이나 사우나는 가능한 한 짧은 시간에 끝내는 게 좋다. 외출 때는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발라야 한다. 커피 술 초콜릿 치즈 토마토 호두는 안면홍조를 악화할 수 있으므로 되도록 피한다. 비타민B와 E를 먹으면 도움이 된다.

폐경기 이후 여성호르몬 부족 때문이라면 콩, 두부를 많이 먹어 자연스럽게 여성 호르몬 성분을 섭취하는 것도 좋다. 여성호르몬 보충제를 먹기도 하는데 이때는 반드시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고 정확한 용량을 정확한 시기에 먹어야 한다. 호르몬대체요법이 유방암이나 심장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움말: 강북삼성병원 피부과 이가영 교수,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정훈 교수,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주희 교수, 초이스 피부과 최광호 원장)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