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시카메라 컬러 사진은 불가능…흑백으로 명암만 구별

  • 입력 2000년 11월 8일 18시 58분


최근 수영복 입은 미스코리아의 투시카메라 사진 소동은 결국 속임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공개된 것과 같은 컬러 투시사진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눈은 전자기파의 특정 영역인 파장 380∼770㎚(1㎚는 10의 -9승m)사이의 가시광선만을 볼 수 있다. 이 파장 영역에 무지개의 보라색에서부터 빨간색이 펼쳐지고 이것이 합쳐지면 백색광이 된다. 인간의 눈에는 각각 파랑, 녹색, 빨강에 민감한 3가지의 빛 수용체 세포가 있어 수많은 색을 구분한다.

한편 비디오 카메라의 감광센서(CCD)는 사람의 눈보다 넓은 영역의 파장을 빛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사람이 볼 수 없는 770㎚ 이상의 적외선 영역을 여전히 빛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비디오 카메라에 감광된 장면을 그대로 내보낸다면 실제와는 다른 색상의 영상이 나온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카메라의 내부에는 적외선 차단 필터(ICF)가 설치돼 있다.

1998년 나오자마자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회수됐던 소니의 비디오 카메라 ‘나이트샷(Nightshot)’은 착탈식 적외선 차단 필터가 달려있고, 자체에서 적외선을 내보낼 수 있다.

낮에는 적외선 차단 필터를 끼워 일반 카메라로 쓰고, 어두운 밤에는 해상력을 높이기 위해 필터를 빼고 마치 플래시를 터뜨리듯 적외선을 내보내 선명한 영상을 얻는다. 이 비디오 카메라에 가시광선 차단 필터를 끼우고 대낮에 야간모드로 촬영하자 투시영상을 찍을 수 있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투시카메라는 내부의 적외선 차단 필터를 없애고 렌즈 앞에 가시광선 차단 필터를 끼운 것이다. 따라서 이것으로 수영복 입은 사람을 볼 경우 옷의 색을 나타내는 가시광선은 렌즈 앞에서 차단되고 옷을 통과해 옷 밑 피부에서 반사된 적외선만 감광센서에 잡혀 영상으로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일반 투시카메라의 원리다. 물론 영상은 흑백으로 명암만 구별된다.

삼성전자 디지털 비디오 시스템 사업부 김성훈 과장은 “옷이 몸에 착 달라붙지 않을 경우 제대로 알아보기도 어렵다”며 “또 따로 적외선을 비추지 않을 경우 투시사진의 해상도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색은 가시광선 영역의 빛의 조합으로 얻어지기 때문에 적외선만으로 이번처럼 수영복에 가려진 피부나 신체부분을 컬러로 보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강석기동아사이언스기자>alchimist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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