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황병하교수 교통사고로 숨져

  • 입력 1998년 10월 21일 19시 39분


문학평론가이자 라틴문학번역가로 활약해온 황병하교수(광주여대 창작문학과)가 17일 새벽 광주직할시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44세.

미국 텍사스 휴스턴대학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UCLA에서 라틴아메리카 현대소설로 박사학위를 받은 황교수는 20세기 라틴문학의 거장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아르헨티나)의 작품 전집을 국내 최초로 완역하는 등 라틴문학의 정수를 소개하는데 앞장서왔다.

또 90년대 초반부터 ‘반리얼리즘 문학론’을 주창하며 협애한 리얼리즘의 틀을 뛰어넘을 것을 제안했고 97년에는 평론집 ‘메타비평을 위하여’를 통해 비평 자체를 비평하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리얼리즘 너머를 지향하는 그의 작업은 이론에만 그치지 않아 이른바 ‘흑색소설(black novel)’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장편소설 ‘흑맥주’를 창작하기도 했다. 문단에서는 “대안적 리얼리즘이 모색되는 요즘 지적 뿌리가 튼튼한 이론가이자 활동가인 황병하의 요절은 큰 손실”이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