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역은 수도권 과밀 분산과 국가 균형발전에 큰 도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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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委, 접경지 지자체 부단체장 좌담회

접경지역 자치단체 부단체장과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관계자들이 접경지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 방향에 관한 의견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승호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 박준하 인천시 행정부시장, 김희겸 경기도 행정1부지사.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 제공
접경지역 자치단체 부단체장과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관계자들이 접경지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 방향에 관한 의견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승호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 박준하 인천시 행정부시장, 김희겸 경기도 행정1부지사.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 제공
북한과 맞닿은 접경지역의 상대적으로 열악한 생활 여건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각 지역의 특색에 맞는 신산업 개발과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적극적인 추진을 통해 접경지역을 국가균형발전의 중요한 지역으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본보는 이와 관련해 인천, 경기, 강원 등 접경지역 자치단체와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부터 접경지의 현재 상황과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당초 주요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좌담회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면 인터뷰를 진행한 뒤 좌담회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인터뷰에는 진승호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 박준하 인천시 행정부시장, 김희겸 경기도 행정1부지사, 김성호 강원도 행정부지사, 박진영 접경지균형발전 공동연구위원회 운영위원장이 참여했다.

왼쪽부터 김성호 강원도 행정부지사, 박진영 접경지균형발전 공동연구위원회 운영위원장.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 제공
왼쪽부터 김성호 강원도 행정부지사, 박진영 접경지균형발전 공동연구위원회 운영위원장.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 제공
―균형위가 접경지역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진승호 기획단장=
균형위는 대한민국 전역의 고른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접경지역은 수도권정비법과 군사보호규제 등의 영향으로 그동안 발전이 지체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곳이다.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제16조는 성장촉진지역, 특수상황지역 등의 생활환경 개선과 발전 촉진을 위한 시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기, 인천의 접경지역은 수도권이지만 과밀억제권역보다 낙후된 도로교통망 등 개선해야 할 인프라가 적지 않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산업기반 확충이 필요한 곳이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접경지역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주요 요인을 꼽아보자면….

▽박준하 인천시 행정부시장=
강화군과 옹진군은 북한과 인접한 최전방 접경지역이면서 도서지역이다. 정주 여건이 다른 곳에 비해 열악한데,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로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규제를 받고 있다. 여기에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른 규제도 중복 적용돼 매우 불합리한 상황이다. 인구집중유발시설 설치가 어려워 일자리가 부족해 인구가 줄어들고 지역경제도 침체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김희겸 경기도 행정1부지사=경기도 면적의 30.7%가 접경지역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물론이고 군사시설, 개발제한 등의 이유로 각종 규제를 받고 있다. 주한미군 공여지역까지 있어 균형발전에 어려움이 많다. 경기 북부의 도로 보급률은 전국 최하위이며 각종 생활 문화 인프라도 부족하다.

▽김성호 강원도 행정부지사=강원도의 많은 지역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른 규제로 묶여 있다. 한편으로는 70여 년간 지역경제의 상당 부분을 군에 의지해 왔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추진하는 ‘국방개혁 2.0’으로 상당수 기초지자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군 시설 축소, 인원 감축 등은 소상공인 매출 감소와 폐업으로 이어지는 등 다방면에서 피해가 우려된다.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균형위는 접경지균형발전 공동연구용역을 진행했는데….

▽진승호=지금은 한반도신경제, 남북협력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4차 산업혁명 같은 경제 환경의 변화와 남북 교류협력 활성화에 대응해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지역특화 신산업 및 잠재적인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발굴하는 것이 용역의 핵심 목적이다. 접경지역은 수도권 외곽 지역 및 강원도로, 수도권의 과밀을 해소하는 동시에 한반도의 허리로서 동북아 경제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과 남북 협력 역량을 보유하는 등의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각 지자체별로 지역특화 신산업을 포함해 주목하고 있는 접경지역 발전계획은….

▽박준하=우뭇가사리를 원료로 고부가가치 물질을 생산하는 해조류사업이 특화사업으로 선정됐다. 우뭇가사리 시장 규모는 성장세이지만 주 생산국인 모로코가 생산량을 줄이기로 하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 마합도에 대규모 우뭇가사리 군락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가까운 소청도와 연평도에 서식하는 우뭇가사리가 마합도와 같은 종이라 사업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해조류 평화벨트’를 구축해 한반도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김희겸=경기도는 전국 광역지자체 최초로 한강 하구의 경제·생태·역사 가치를 재평가하고 평화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려고 한다. 한강 하구는 정전협정상 군사분계선이 없는 중립수역이다. 70여 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이곳에서 생태자원 조사와 포구 역사 및 문화 복원, 평화도보다리 건설 등의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

▽김성호=강원도는 동해관광공동특구와 통일경제특구에 힘을 쏟고 있다. 동해관광공동특구는 조성됐을 때 생산유발효과가 6조9992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3조1890억 원으로 예상된다. 취업유발효과도 10만5379명으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철원에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통일경제특구도 중요하다. 통일시대를 위한 산업거점 육성을 위해 남북 경제협력 모델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국회에 계류된 법안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

▽박진영 운영위원장=각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계획처럼 접경지역에 한반도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신산업이 들어선다면 이 지역에 산업 일자리가 다수 만들어지고 지역 발전의 활력도 이어갈 수 있다.

―접경지역은 통일시대를 대비한 준비를 해야 하는 중요한 거점인데….


▽박준하=인천시는 남과 북의 하늘길과 바닷길이 연결되는 남북 교류 관문도시다. 서해평화협력지대 및 서해경제공동특구 조성 등 실현 가능한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해 문화, 관광, 환경, 수산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남북 경협 중심지로 거듭나려고 한다.

▽김희겸=경기도는 비무장지대(DMZ)를 주목하고 있다. DMZ는 천혜의 자연보고다. 이곳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해 남과 북은 물론이고 세계가 함께 가꾸고 보존하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다. 북측과는 이미 평화공원 공동 조성을 합의한 바 있다. 국제적 평화담론을 위한 ‘DMZ포럼’, 세계인이 함께하는 공연·전시·체험 축제 ‘Let‘s DMZ’ 등도 준비하고 있으며 자전거 대회, 걷기 대회 등을 열어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 소득 증대에 힘쓰겠다.

▽김성호=강원도민에게 평화는 생존의 문제다. 남-북-미 관계 개선은 강원도가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열어줄 것이다. 2024년 열리는 겨울유스올림픽은 이러한 맥락에서 매우 중요하다. 국제 정세만 좋아진다면 남북 공동 개최가 가능하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의견도 있었다. 우리는 강원평화특별자치도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지속 발전이 가능한 남북 교류를 통해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시범지대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남북 관계가 다소 경색된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진승호=접경지 특화산업과 남북 교류협력 사업의 연계는 투 트랙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남북 교류협력이 실현되기 전이라도 해당 지역의 신산업 개발은 접경지 발전에 꼭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접경지는 그동안 매우 소외받았다. 최근에는 군부대 축소, 이전에 따른 경기 침체까지 우려하고 있다. 남북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남북 접점 신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우수한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스타트업을 활용한 첨단 IT 밸리를 1차로 접경지에, 2차로 개성공단에 구축해 이곳을 한반도 신경제의 심장으로 키우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IT 인력 교류를 통해 상호 신뢰 프로세스가 작동한다면 남북 경협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다. 또 특화산업 육성 방안은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산업 정책 및 균형발전 정책과도 일치한다.

―접경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대안이 있다면….


▽박진영=접경지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개정해 접경지에 혁신도시를 건설하고 공공기관을 이전시키는 방법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또 남북 접점 산업의 하나로 남북 농수산품 등 생필품 교역거래소를 한강 하구 일대에 조성하는 등 새로운 방식의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최근 주목하고 있는 DMZ 외에도 임진강과 예성강, 한강이 만나는 삼각주나 인천∼백령도∼해주∼단둥을 잇는 서해경제공동특구를 통해 남북 협력의 영역과 폭을 확대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을 실행에 옮김으로써 접경지는 수도권 과밀억제 분산과 국가 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대륙을 향해 뻗어 나가는 동북아 중심으로 부각될 것이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북한 접경지#균형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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