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의 공감… 亞건축의 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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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서울세계건축대회 금메달 받은 일본인 건축가 이토 도요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만난 이토 도요 씨는 “나의 건축이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그들의 마음을 달래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만난 이토 도요 씨는 “나의 건축이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그들의 마음을 달래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흰색 테 안경을 쓴 건축 노장 앞으로 긴 줄이 늘어섰다.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건축연맹(UIA)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에서 금메달을 받은 일본 건축가 이토 도요(伊東豊雄·76) 씨와 기념촬영을 하기 위한 행렬이었다.

이토 씨는 1세대 건축가를 대표하는 단게 겐조(1913∼2005), 마키 후미히코(89) 등 2세대를 잇는 일본의 3세대 건축가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통하는 프리츠커상(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2012년) 등을 받았다. 그를 본보가 단독 인터뷰했다.》
 

―도쿄대 건축과 시절부터 건축에 큰 뜻을 품었나.

“솔직히 대학 다닐 때엔 건축에 흥미를 못 느꼈다. 졸업 후 1965년 기요노리 기쿠다케 설계사무소에서 일하면서부터 ‘건축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라는 걸 배웠다.”

―52년 동안 건축을 해 오면서 이런저런 변화가 있었을 텐데….

“젊을 땐 새로운 걸 추구했지만 건축이 사람을 구한다는 걸 점차 깨닫게 됐다. 특히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내가 할 일은 뭘까 생각하니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일이었다.”

그는 파격적인 외형으로 주목받은 건축가였다. 요코하마의 ‘바람의 탑’(1986년)은 금속판에 구멍을 여러 개 뚫어 기상 조건에 따라 각기 다른 빛이 난다. 도쿄 오모테산도의 ‘토즈’ 매장(2004년)은 주변 가로수 모양을 외벽 디자인으로 활용했다. 그랬던 그가 동일본 대지진 이후엔 구마 겐고 등 후배 건축가들과 ‘모두를 위한 집(Home for all)’이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모두를 위한 집에 대해 설명해 달라.

“재해 지역에 남아 있는 재료들을 활용해 지역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휴식공간을 짓는 작업이다. 큰 테이블을 둬서 고독한 농어촌 어르신들이 모여 이야기할 수 있게 했다. 이들은 자연을 두려워하고 존경한다.”

―건축은 기술로 자연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하지 않나.

나무 그늘 아래 책을 읽는 스케치에서 설계를 시작한 대만 국립대. 이토 도요 제공
나무 그늘 아래 책을 읽는 스케치에서 설계를 시작한 대만 국립대. 이토 도요 제공
“그것이 20세기 서양의 모더니즘이었다. 하지만 그 대표 소재인 철과 콘크리트도 대지진 앞에서는 버티지 못했다. 자연에 감사하고 경의를 표하는 아시아의 건축이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다. 건축의 혼은 곧 자연과의 공감이다.”

물푸레나무를 사용해 나무 향이 나는 민나노모리 기후 미디어 코스모스. 이토 도요 제공
물푸레나무를 사용해 나무 향이 나는 민나노모리 기후 미디어 코스모스. 이토 도요 제공
그는 일본 민나노모리 기후 미디어 코스모스(2015년)를 지을 땐 물푸레나무를 구부려 지붕을 물결치게 만들었다. 대만 국립대(2013년)는 나무 그늘을 형상화했다. 타이중 국립극장(2016년)은 곡선 디자인이 돋보여 시민들이 건축을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공간이 됐다.

―일본 건축가들은 왜 유명한가.

“우리는 세대 간 전통을 계승해 창작하는 것 같다.”

―당신의 제자인 세지마 가즈요가 2010년 먼저 프리츠커상을 탔다. 둘은 어떻게 다른가.

“(웃음). 그녀는 8년간 우리 회사에서 일했다. 나는 토지에 밀착된 건축을 하는 반면 그녀는 하얗고 투명한 소재로 알기 쉬운 건축을 추구한다.”

―요즘 일본 패션 브랜드 ‘무지(MUJI)’에서 조립식 집도 만든다. 집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대도시 젊은이들에게서 집, 자동차, 명품에 대한 소유욕이 사라지고 공유주택인 ‘셰어하우스’가 뜨는 현상을 안다. 그런 문화도 있지만 한편으론 장인의 손길이 깃든 집을 찾는 요구도 공존할 것이다.”

―젊은 건축 지망생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우리 때엔 마음을 열고 서로의 사상을 확인하는 자리가 많았다. 젊은이들이 동년배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으면 좋겠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일본 건축가#이토 도요#건축가#서울세계건축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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