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이 연구]<17>‘그림 속 도교’ 연구 이용주 박사

  • 입력 2009년 3월 23일 02시 56분


이용주 전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가 구름을 탄 신선의 머리 위에 해와 달이 나란히 떠 있는 모습을 담은 청나라 때 신선도를 가리키며 도교의 세계관을 설명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이용주 전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가 구름을 탄 신선의 머리 위에 해와 달이 나란히 떠 있는 모습을 담은 청나라 때 신선도를 가리키며 도교의 세계관을 설명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신선-태극 등 ‘우리 곁의 도교’ 찾죠”

이용주 전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47)는 도상(圖像·이콘·icon)을 중심으로 도교를 연구한다. 노장사상(老莊思想) 연구라는 기존 학계의 방식으로는 삶에 녹아 있는 도교 세계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선도(神仙圖)와 태극도(太極圖) 등 도교의 의례와 상징, 신화를 표현한 시각적 이미지인 도상에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무신도(巫神圖)에서 1만 원권 지폐 그림에 이르기까지 생활 속에 숨어있는 도교의 도상을 찾아내고 있다. 신선 세계와 현실 세계가 다리 하나로 이어져 있다고 묘사하는 도교의 신선도 그림은 조선시대 무신도와 민화에도 빈번하게 나타나며, 1만 원권 지폐의 일월오봉도(조선시대 왕좌 뒤에 두른 병풍 그림)의 해와 달은 음양의 대칭과 통합을 의미하는 도교적 도상이라고 분석한다.

1999년 서울대 종교학과에서 ‘주희의 문화적 정통의식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유교에서 출발해 도교로 연구의 영역을 넓힌 종교학자다. 같은 대학 국문학과를 나와 한문학에 매료돼 대학원 종교학과에 진학한 뒤 다산(茶山)과 연암(燕巖), 퇴계(退溪), 주희(朱熹)를 배웠다.

“공부하다 보니 유교가 이 땅에 뿌리를 내리기 전 우리 삶에 자리 잡고 있던 도교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박사과정 재학 중 1992년부터 4년 동안 도교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기관인 파리고등연구원 5섹션(종교사)과 중국 쓰촨(四川)대 등에서 공부했다.

그는 10여 권의 책과 20여 편의 논문을 냈다. 이 중 2003년에 낸 ‘도, 상상하는 힘’(이학사)은 생활 속 도교 세계를 살핀 책으로 주목받았다. 함기석 최영철 이성선 씨 등 젊은 시인들의 작품을 도교의 ‘은일(隱逸)’과 ‘자유’ 이미지 중심으로 분석하고 우리 민족의 귀신에 대한 인식과 문화의 뿌리에 도교가 있음을 탐구한 책이다.

그는 27일부터 5월 말까지 매주 금요일 서울 마포구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도교의 도상을 사례로 들어 연금술 강의를 한다. 그는 “구원과 해탈을 찾는 도교와 ‘성질이 다른 물질들이 결합해 전혀 다른 차원의 물질로 거듭나는’ 연금술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려는 작업”이라고 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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