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훈수’ 덕에 마스크 생산 두배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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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생’ 화진산업 가보니

8일 전남 장성군에 있는 화진산업의 마스크 생산 라인에서 공장 직원이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화진산업은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에 힘입어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낮춰 생산량이 배 이상으로 늘었다.장성=임현석 기자
lhs@donga.com
8일 전남 장성군에 있는 화진산업의 마스크 생산 라인에서 공장 직원이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화진산업은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에 힘입어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낮춰 생산량이 배 이상으로 늘었다.장성=임현석 기자 lhs@donga.com
8일 전남 장성군의 보건용 마스크 생산업체인 화진산업에선 기계가 부직포와 필터 원단, 귀걸이 끈을 붙여 만든 마스크를 쉴 새 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검수직원이 불량 여부를 확인한 뒤 위생복을 입은 직원 10명이 비닐 포장하는 작업이 순식간에 이뤄졌다. 화진산업은 24시간 공장을 돌려 하루에 마스크 9만8000여 개를 생산하고 있다. 초당 1.13개꼴이다.

포장용 랩을 만들던 이 회사가 지난해 12월 보건용 마스크 제작에 뛰어들었을 때만 해도 생산량은 하루 4만 개 수준이었다. 이현철 대표는 “유망 사업이라고 보고 기계를 도입했는데 설비가 자주 멈추고 불량품이 많아 절반은 버려야 했다”고 말했다.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곳은 삼성전자였다. 1월부터 삼성전자의 제조업 전문가 10여 명이 화진산업에 투입돼 생산 공정을 일일이 점검했다. 귀걸이 끈을 붙이는 기계 부품의 균형이 맞지 않아 불량품이 많았다. 기기를 재배치했다. 기계의 생산 속도를 맞추려면 포장 인력이 라인당 4, 5명은 돼야 한다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반영해 2명이었던 인력도 조정했다.

삼성전자는 쉽게 마모돼 불량률을 높이는 기기 부품을 미리 제작해 제공하기도 했다. 2월 마스크 대란이 터지면서 마스크 공장마다 해당 부품을 구하느라 난리였지만 화진산업은 충분한 재고 물량 덕분에 공장을 풀가동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예상되는 문제들을 미리 점검해 대비하는 대기업의 노하우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대기업의 사회 공헌이 단순히 돈이나 물품을 지원하던 방식을 넘어 자신들이 보유한 제조 기술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부 요청에 따라 중소기업에 제조 노하우를 전수하는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이런 지원 역량을 최근엔 마스크 등 코로나19 관련 위생용품 업체에 집중하고 있다. 덕분에 화진산업을 비롯해 스마트공장 기술 지원을 받은 마스크 제조업체 4개사의 하루 생산량은 기존 총 92만 개에서 139만 개로 51% 증가했다.

대기업의 노하우 전수는 앞으로 진단키트, 소독제 등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기부와 중기중앙회는 진단키트 업체를 비롯해 손소독제 업체, 의료용 보안경 제조업체 등 30곳으로부터 스마트공장 지원 신청을 받아 선별 작업에 들어갔다.

다른 대기업들의 아이디어도 남다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국내 10만 명에 이르는 임직원을 위해 마스크를 직접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생산한 마스크를 우선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남은 물량은 의료인이나 취약계층에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소재 공급에 나선 업체들도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MB필터를 9일부터 생산해 무상 공급 중이다. 도레이첨단소재는 경북 구미공장의 기저귀 소재 생산 라인을 일부 개조해 MB필터 생산 라인으로 전환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제조 노하우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장성=임현석 lhs@donga.com / 서형석 기자
#화진산업#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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