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여 제발 좀 열려라, ‘괴물 고3’ 어깨 식어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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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고교 최동원상’ 강릉고 김진욱
주말리그 탈삼진 1위-다승 공동1위… 소형준 등 쟁쟁한 선배 제치고 수상
91이닝 볼넷 18개 제구력 최대 무기… 청룡기-봉황대기 결승까지 올려놔
“구속 더 끌어올려 올해 반드시 우승”

강릉고 3학년 투수 김진욱은 2학년이던 지난해 선배들을 제치고 제2회 고교 최동원상을 받았다. 3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난 김진욱은 “지난해(182cm)보다 키가 3cm컸다. 겨울 훈련 때 러닝과 상체 웨이트 트레이닝에도 집중했다”며 올 시즌 활약을 자신했다. 프로 데뷔 후 꿈은 마운드에서 직접 팀의 우승을 결정짓는 투수가 되는 것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강릉고 3학년 투수 김진욱은 2학년이던 지난해 선배들을 제치고 제2회 고교 최동원상을 받았다. 3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난 김진욱은 “지난해(182cm)보다 키가 3cm컸다. 겨울 훈련 때 러닝과 상체 웨이트 트레이닝에도 집중했다”며 올 시즌 활약을 자신했다. 프로 데뷔 후 꿈은 마운드에서 직접 팀의 우승을 결정짓는 투수가 되는 것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학교에 있는데 오전에 코치님이 사진 한 장 찍자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오후에 그 사진이 뉴스로 나왔어요. 실감이 안 났죠.”

강릉고 3학년 투수 김진욱(18)은 2학년이던 지난해 11월 야구판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쟁쟁한 3학년 선배들을 제치고 ‘제2회 고교 최동원상’ 수상자가 된 것. 올 시즌 신인 1차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KT 소형준 등을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3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난 김진욱은 “전설적인 최동원 투수의 이름이 달린 상을 받으니 야구가 더 재밌어졌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더라. 한 번 더 받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고 당차게 말했다.

지난해 성적은 2학년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왼손 투수 김진욱은 지난해 주말리그 및 전국대회 21경기에 등판해 11승 1패 평균자책점 1.58을 기록했다. 삼진은 132개나 잡았다. 탈삼진 단독 1위, 다승은 유신고 허윤동(삼성 입단)과 공동 1위였다. 고교 선수 중 유일한 세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한 에이스의 활약 속에 강릉고는 12년 만에 청룡기 결승에 올랐고, 창단(1975년) 후 처음 봉황대기 결승에도 진출했다. 최동원기념사업회는 김진욱에 대해 “‘야구 변방’ 강릉고를 전국대회 2회 준우승으로 이끈 유망주”라고 설명했다.

밝은 미래만 열려 있을 것 같던 김진욱도 요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2월 중순부터 단체 훈련이 중단되면서 웨이트트레이닝 등 개인 훈련만 하고 있다. 학교 운동장도 폐쇄되면서 투구 훈련을 할 공간조차 찾기 어렵다. 날이 다르게 성장하는 어린 선수에겐 하루하루가 아쉬운 상황. 아버지 김태경 씨(47)는 “2학년 겨울방학을 보내면서 급성장하거나 뒷걸음질치는 선수도 있는데 훈련 공백이 길어지고 있어 염려스럽다”고 했다. 정작 김진욱은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며 애써 덤덤해했다.

사회인 야구를 하는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김진욱의 최대 장점은 제구력이다. 지난해 91이닝을 던지면서 볼넷은 18개, 몸 맞는 공은 단 1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왼손 오버스로 투수로 볼 끝이 좋은 데다 몸도 유연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신 있는 변화구는 슬라이더다. 시속 140km대 초중반인 속구 구속을 끌어올리는 게 남은 숙제다.

롤 모델은 메이저리그 토론토의 왼손 에이스 류현진(33)이다. 류현진의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 위기관리 능력을 배우고 싶단다. 김진욱은 장정석 전 키움 감독의 아들인 오른손 투수 장재영(덕수고 3학년)과 함께 내년도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메이저리그 복수의 구단이 김진욱에 대한 신분조회를 요청했을 만큼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다.

“꼴찌 팀도 1위 팀을 이길 수 있는 게 야구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김진욱은 지난해 고교야구 주말리그 전반기(경기·강원권), 청룡기, 봉황대기 등 3개 대회에서 준우승만 세 차례 했다. 팀이 정상에 오르지 못하면서 최우수선수(MVP)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세 대회에서 모두 감투상을 받는 진기록도 세웠다.

올해 목표는 졸업하기 전 강릉고에 사상 첫 전국대회 우승 트로피를 안기는 것이다. 하루빨리 야구의 봄이 와야 기회가 생긴다. 이름에 ‘아침 해 욱(旭)’자를 쓴다는 김진욱이 한국 야구의 미래를 비추는 새로운 얼굴로 떠오를 수 있을까.

프리랜서 사진가 이영학 씨 제공
프리랜서 사진가 이영학 씨 제공
○ 김진욱은…

△생년월일: 2002년 7월 5일
△키, 몸무게: 185cm, 90kg
△등번호: 15번
△투타: 좌투좌타
△출신교: 수원신곡초-수원북중-강릉고 3학년 재학 중
△2019시즌 기록: 21경기 91이닝 11승 1패 ERA 1.58, 132탈삼진
△주요 수상 기록: 제2회 고교 최동원상, 2019 고교야구 주말리그 전반기(경기·강원권) 감투상, 청룡기 감투상, 봉황대기 감투상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김진욱#강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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