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의자를 버려라, 그리고 움직여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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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의 배신/바이바 크레건리드 지음·고현석 옮김/492쪽·2만8000원·아르테

앉아 있는 책상을 퇴출시켜야 한다면 서 있는 책상은 나을까. 움직이지 않고 한 자세로 오래 서 있는 것은 오히려 만성 통증의 원인이 된다. 하루 종일 마음대로 자세를 바꿀 수 있는 책상을 만드는 것이 현명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앉아 있는 책상을 퇴출시켜야 한다면 서 있는 책상은 나을까. 움직이지 않고 한 자세로 오래 서 있는 것은 오히려 만성 통증의 원인이 된다. 하루 종일 마음대로 자세를 바꿀 수 있는 책상을 만드는 것이 현명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영화 ‘두 교황’을 본 사람이라면 베네딕토 16세(앤서니 홉킨스)의 스마트워치를 눈여겨봤을 것이다.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조너선 프라이스)의 가상의 만남을 그린 영화는 두 교황의 끊임없는 대화로 구성된다. 이야기를 나누는 두 교황이 한자리에서 조금이라도 오래 머물면 베네딕토 16세의 손목에서 경고음이 울리며 “움직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두 교황은 스마트워치의 ‘명령’에 따라 일어나 걷기 시작한다. 영화평론가들은 “움직이라”는 스마트워치의 소리를 “개혁하라”는 종교적 은유로 읽었다. 그런데 이 목소리를 교황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아주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책이 나왔다. ‘의자의 배신’이다.

깨끗한 실내에서 의자에 가만히 앉아 일하는 삶은 수천 년간 많은 인류가 꿈꿨던 일상이다. 고통스러운 육체노동에서 조금씩 벗어난 현대 일반인의 생활수준은 중세시대 왕보다 낫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현대적 삶이 공룡에게 잡아먹힐 확률이 줄어들었다는 것만 빼면 별다른 이점이 없다고 밝힌다. 알레르기성 비염부터 골다공증 수면장애 당뇨병 부정교합은 물론이고 암에 이르기까지 다양환 질환이 현대인의 삶의 방식에서 기인했다면서 말이다.

문제는 DNA다. 우리 몸은 유전자가 발현한 결과물인데 이 유전자의 발현 방식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인류는 오랜 시간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해왔고 이 같은 생활 방식에 따라 몸이 형성됐다. 그런데 약 1만 년 전 농경이 시작되고 18세기 산업혁명을 거쳐 지금의 사무실 노동에 이르기까지의 짧은 기간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우리 몸은 아직도 수렵, 채집에 맞춰져 있는데 말이다.

그 결과 나타난 대표적인 증상이 바로 요통(腰痛)이다. 세계적인 의학저널 ‘랜싯’에 실린 ‘2015년 지구 질병 부담 연구’에 따르면 요통은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이 겪는 장애다. 일본 미국 독일 폴란드인이 요통을 많이 앓는 반면 앙골라 케냐 가나 사람들은 세계에서 요통이 가장 적다. 얼마나 많이 활동하느냐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진다.

편하게 스트레스 없이 사는 것이 건강의 지름길이라고 여기지만 실은 끊임없이 움직여야 우리 몸이 더 튼튼해진다는 사실도 새겨들을 만하다. 우리 뼈는 적당한 충격을 가할수록 더 크고 단단해지며 근육도 쓸수록 강해진다.

첫 장에서 5억 년 전부터 3만 년 전까지 몸의 형성 과정을 설명하는 책은 이후 시간 순서대로 몸의 변화를 5개 장에서 설명한다. 각 장 말미에는 몸을 ‘과거’로 돌리기 위한 해법을 친절하게 제시한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독자라면 ‘절대 한자리에 오래 앉아있지 말라’는 지침은 경구처럼 새겨야 할 것 같다. 현재의 인체공학은 우리가 20분 일하면 1∼2분간 스트레칭해야 하며, 50분마다 5∼10분씩 휴식을 취한 후 다른 업무를 해야 한다고 권한다. 저자는 회의실에서만이라도 의자를 퇴출시키라고 제안한다. 회의가 훨씬 짧아지고 효율적이 된다는 추가 이득도 얻을 수 있다면서 말이다.

인간이 전 지구의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류세(人類世)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데 함부로 밖에 나가기도 어려운 전염병이 창궐한 지금은 인류가 어디까지 왔는지 돌아볼 만한 좋은 시기다. 조용히 고통의 비명을 지르고 있는 몸의 소리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의자의 배신#바이바 크레건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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