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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먹어 치우는 ‘착한 콘크리트’ 온실가스 주범 오명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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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먹어 치우는 ‘착한 콘크리트’ 온실가스 주범 오명 씻는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0-02-17 03:00수정 2020-02-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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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소재로 변신 중인 콘크리트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구팀이 개발한 콘크리트다. 화력발전소 등의 굴뚝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일부 흡수해 콘크리트로 만들었다. 전 세계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산업 분야 중 하나인 건설 분야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UCLA 제공
현대 도시는 흔히 ‘회색 도시’로 묘사된다. 회색 도시라는 별칭이 붙은 건 콘크리트의 칙칙한 회색빛 탓이다. 강도가 높아 철근과 함께 거대한 경기장부터 수백 m 높이의 초고층 빌딩까지 다양한 건물을 짓는 데 사용되지만 획일적인 느낌을 피하기 힘들다. 하지만 안도 다다오 같은 현대 건축가들 가운데는 콘크리트의 질감과 색을 건물 전면에 과감히 노출하는 기법을 통해 단점을 새로운 미학으로 승화한 사례도 적지 않다.

콘크리트의 예술적 차용에도 불구하고 콘크리트가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바로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를 양산하는 주범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콘크리트의 핵심 재료인 시멘트는 1t을 생산할 때마다 0.8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대표적 ‘기후 악당’으로 꼽힌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간한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의 28%는 건물에서, 11%는 건설 산업에서 발생했다. 건설 산업 발생분의 대부분(전체의 8%)은 시멘트 생산에서 나왔다.

전 세계 곳곳에서 도시와 건물은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 역시 늘고 있다. 최근 콘크리트 연구자들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거나, 심지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일부에선 대형 건물이나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강도에 도달하는 성과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인 시멘트를 적게 넣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무시멘트 콘크리트를 개발하고 있다. 제철소 고로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슬래그 미분말’과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연소 부산물인 ‘플라이애시’를 섞어 시멘트를 적게 쓰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콘크리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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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없이 콘크리트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물만 넣으면 반응이 저절로 일어나는 시멘트와 달리 무시멘트 콘크리트는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고경택 건설연 남북한인프라특별위원회 특화기술연구팀장은 “반응재(화학약품)를 넣어 반응을 유도하는 과정을 통해 강도가 높은 콘크리트를 만들고 있다”며 “현재는 아파트를 지을 정도의 강도인 20∼30MPa(메가파스칼)은 충분히 나오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짓는 아파트에 들어가는 콘크리트도 이 정도 강도다. 다만 추우면 강도가 떨어지고, 강도를 높이기 위해 고온 공정을 도입할 경우 추가적인 이산화탄소가 나오는 한계가 있어 아직은 아파트에 쓰지 않고 건물 보수 등 한정된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만나면 내부의 철근을 부식시킬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고 팀장은 “하지만 화학물질에 견디는 능력이 기존 콘크리트보다 우수하다”며 “기존 콘크리트와는 다른 장점이 있어 하수시설 등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 사용을 줄이는 또 다른 방법은 시멘트와 콘크리트를 적게 사용하면서도 강도가 높은 건설 재료를 개발하는 것이다. 건설연은 아파트 건설에 필요한 강도보다 5∼10배 강도가 높은 슈퍼 콘크리트를 개발했다. 보통 콘크리트는 누르는 힘(압축력)에는 잘 견디지만 잡아 늘이는 힘(인장력)에는 약하다. 이를 보강하기 위해 가운데에 인장력에 강한 철근을 넣어 철근 콘크리트로 활용한다. 슈퍼콘크리트는 이럴 필요가 없다. 시멘트 사용량을 확 줄일 수 있는 데다 전체 구조물 무게를 30%, 제조 원가는 50%로 줄일 수 있다.

슈퍼 콘크리트는 수명이 200년으로 일반 콘크리트보다 4배 이상 길다. 2017년 울릉도 힐링스테이 코스모스 리조트와 2018년 춘천대교 주탑에 이 콘크리트를 각각 세계 최초로 사용했다. 두 시설 모두 미국 연방도로국이 주관한 초고성능콘크리트학회 혁신상을 지난해 받았고, 한국공학한림원이 선정하는 ‘2019년 산업기술성과’에 꼽혔다.

해외에서는 대기 중 콘크리트를 ‘먹어 없애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구팀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저장하는 콘크리트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팀은 콘크리트 성분이 이산화탄소를 만나 다른 물질로 바뀌면서 내부로 흡수하는 원리를 활용했다. 포틀랜다이트라는 칼슘계 광물을 이용한다. 연구팀은 와이오밍주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실제 콘크리트 시험 생산도 시작했다. 콘크리트를 10t 생산할 때마다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매일 0.5t씩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기술은 미국 전력기업 NRG와 캐나다 석유회사 코시아가 주최하는 기후변화 완화 기술 국제 경연 프로젝트인 ‘카본 엑스(X)프라이즈’의 최종 후보작 10개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후보작에는 캐나다 기업 카본큐어와 영국 카본캡처머신의 기술도 선정됐다. 이들 기업 역시 건설 재료에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을 결합시키고 있다. 그 외에 폐콘크리트나 레미콘 세척수를 이용해 광물을 탄산화하는 방법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 저장하는 기술, 광합성균을 첨가하는 방법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콘크리트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연구되고 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콘크리트#이산화탄소#친환경#온실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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