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두산’의 진실과 거짓…폭발 가능성은 YES, 재난 디테일은 NO!

  • 신동아
  • 입력 2020년 1월 19일 0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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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백두산’이 1월 중순 현재 관객 수 800만 명을 넘기며 순항하고 있다. 실존하는 자연재해 위협을 소재로 삼아 긴장감이 높다는 평이다. 작품 배경은 백두산 화산이 폭발한 후의 한반도. 시기는 2021년 11월이다. 영화가 묘사한 대재앙이 실제로 벌어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백두산 장군봉에서 찍은 천지의 모습.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백두산 장군봉에서 찍은 천지의 모습.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백두산은 언제든 분화할 수 있는 생화산(활화산)이다. 최근 1만 년 안에도 분화 기록이 여러 번 존재한다. 특히 1000년 전인 10세기에 기록한 소위 ‘밀레니엄 분화’는 최근 1만 년 내 지구에서 일어난 분화 가운데 가장 강력했던 6건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분출된 화산재는 멀리 일본까지 날아가 독특한 지층을 형성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분화가 임박한 듯 미소지진이 연거푸 일어나고 지형이 변화하는 양상이 나타나 동아시아 주변국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언제든 분화할 수 있는 살아 있는 화산이자,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피해를 줄 잠재성을 지닌 화산이다. 백두산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마냥 ‘픽션’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화산 전문가들은 “영화는 영화로만 즐겨달라”고 당부한다. 백두산 분화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재난인 것은 사실이지만, 재난의 ‘디테일’은 다르다는 것이다. 전문가 조언을 바탕으로 백두산 영화의 주요 설정을 분석해봤다(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지만 기사를 읽고 영화를 봐도 주요 스토리를 즐기는 데 지장이 없다).
백두산 폭발 영향으로 서울에서 지진이 나는 상황을 묘사한 영화 백두산 스틸컷.
백두산 폭발 영향으로 서울에서 지진이 나는 상황을 묘사한 영화 백두산 스틸컷.

○ 백두산 지진이 서울 덮친다?

영화에서 서울에 사는 주인공들이 백두산 폭발의 영향을 처음 경험하는 계기는 지진이다. 규모 7이 넘는 강력한 지진이 평양을 강타하고, 뒤이어 서울을 강타해 강남대로가 붕괴하고 건물이 무너진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백두산이 아무리 강하게 분화한다 해도 서울이 지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주장이다. 백두산을 10여 차례 방문한 화산 전문가 이윤수 포스텍 환경공학부 특임교수는 “뜨거운 마그마가 올라오면서 주변 암석에 충격을 주면 암석이 깨지고 그 결과 지진이 발생한다”며 “하지만 그 영향이 미치는 반경은 100km를 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 근거로 10세기에 벌어진 백두산의 강력했던 ‘밀레니엄 분화’ 사례를 들었다. 백두산에서 북서쪽 140㎞ 지점의 호수 퇴적물에 쌓인 당시 지층을 연구했는데 지진 영향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사 기록에도 지진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 교수는 “만약 그렇게 큰 지진이 한반도를 강타했다면 당시 고려 수도 개성이 무너졌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화산이 분화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마그마가 ‘화도’를 통해 바깥으로 분출되는 과정에서 거의 소모된다. 큰 지진을 일으킬 여력이 없다.
영화 백두산은 핵을 이용해 마그마 방의 압력을 낮추려는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GettyImage]
영화 백두산은 핵을 이용해 마그마 방의 압력을 낮추려는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GettyImage]

지하 마그마방의 실체

영화는 백두산 지하에 4개의 마그마방이 있다고 설명한다. 20세기 말 중국 주도의 국제연구팀이 이런 분석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려 작은 인공 지진을 일으킨 뒤 지진파가 땅속을 통과하는 속도를 측정, 분석해 백두산 내부의 지질구조를 진단하는 방식을 썼다. 당시 연구진은 지진파를 마치 병원의 초음파 진단 도구처럼 활용해 내부를 봤다. 지진파 전파 속도가 다르게(느리게) 측정되면 그곳에 일반적인 땅과 다른 구조가 존재한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백두산 지하에 최다 4개의 마그마방이 존재하고, 그 가운데 하나는 서울 면적의 두 배인 1256㎢에 걸쳐 퍼져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영화 ‘백두산’의 핵심 줄거리는 바로 이 가장 큰 마그마방의 폭발을 막기 위한 고군분투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가 모든 학자의 동의를 얻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윤수 교수는 “당시 연구진이 데이터를 무리하게 해석했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백두산 지하에 마그마가 존재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마그마방의 수나 위치, 형태 등을 해석하는 데엔 이견이 있다는 설명이다.

당시 연구는 남북 한 방향으로만 지하 구조를 탐사했다. 이 때문에 마그마방의 입체 구조를 파악하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당시 측정된 것이 마그마방이 아니라 마그마가 어느 정도 포함돼 있는 다른 지질구조라는 주장도 있다. 이 교수는 “백두산 지하 5~7㎞ 지점에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사실까지가 그나마 확인된 결론”이라고 말했다.

2013~2015년 북한 과학자가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도 지진파를 측정해 백두산 지하에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백두산 아래 지각이 부풀어 있다는 사실 등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때 마그마방의 개수, 형태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영화에는 핵무기를 이용해 백두산 지하 마그마방에 구멍을 내고, 이를 통해 마그마방 압력을 낮추면 재앙적인 대형 분화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등장한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한 아이디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작업을 할 경우 위험천만한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게 과학자들 견해다. 김기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 석유가스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일본 운젠산 화산의 마그마방을 감압하자는 주장이 실제로 나온 적이 있지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시행되지는 않았다”며 “땅속에 물만 주입해도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폭발 시도는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윤수 교수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후지산을 포함한 일본 화산대가 자극을 받아 폭발할 가능성이 제기돼 화산학자들이 크게 긴장한 적이 있다”며 “결과적으로 분화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후 주변 호수 수위가 심하게 변하는 등 우려스러운 일이 많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 도쿄 도심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신화=뉴시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 도쿄 도심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신화=뉴시스]

핵무기로 마그마방에 구멍을 내면…

핵폭발이 마그마방을 자극해 화산 분화 가능성을 오히려 키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팀은 2016년 북한 지하 핵실험에 따른 인공 지진이 백두산 마그마방의 압력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기포가 발생하면 부력에 의해 마그마가 위로 상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됐다.

당시 논문에 따르면 풍계리에서 지하 핵실험을 해 규모 7의 인공 지진을 유발할 경우, 백두산 지하 마그마방 속 마그마를 치솟게 할 수 있다. 다만 이 연구는 실제 마그마방의 위치와 크기를 모르는 상태에서 지하 5km 지점에 지름 3km인 둥근 형태의 마그마방이 있다는 가정하에 이뤄진 것이다. 실제 백두산에서는 더 약한 지진에도 마그마 상승이 일어날 수 있고, 반대로 더 강한 지진에도 마그마 상승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운 좋게 마그마방 압력을 낮춘다 해도 새로운 문제가 있다. 만약 그 구멍을 통해 뜨거운 마그마가 인근에 있던 안정적인 상태의 마그마로 들어가 섞일 경우, 불안정성이 높아져 화산 분화가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 후지산. [AP=뉴시스]
일본 후지산. [AP=뉴시스]

시속 100km로 덮쳐 오는 화산재의 위협

화산 분화 시 진짜 큰 피해를 일으키는 건 분출한 용암이 아니라 화산재다. 화산재가 중간에 산기슭을 타고 빠르게 쏟아져 내리는 것을 화쇄류라고 하는데, 수백 도에 이르는 고온의 화산재가 빠를 땐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쏟아져 내려와 지상을 폐허로 만든다.

또 화산재는 멀리 퍼진다. 백두산에서 분출한 화산재는 남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10세기에 발생한 백두산 밀레니엄 분화 때 화산재는 동해는 물론 일본까지 날아갔다. 당시 나온 화산재를 모으면 남한 전역을 1m 높이로 덮을 수 있을 만큼 많다. 높이 날아간 화산재도 문제다. 대기 중에 떠오른 화산재는 3~4년간 약 50㎞ 상공의 성층권에 머물 수 있다. 태양빛을 막아 지구 평균기온을 떨어뜨려 농업 등에 큰 피해를 준다.

2018년 6월 과테말라 화산 폭발 후 화산재로 덮힌 마을. [AP=뉴시스]
2018년 6월 과테말라 화산 폭발 후 화산재로 덮힌 마을. [AP=뉴시스]

돌도 많은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10세기 당시 백두산 화산은 끈적한 마그마(유문암질 마그마)를 분출했다. 이런 마그마는 가스를 많이 머금고 있다. 가스는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데, 그 결과 마치 팝콘처럼 구멍이 많은 ‘부석’이라는 돌이 만들어진다. 분화 시 이 돌이 사방으로 튈 가능성도 크다.

백두산 천지의 물도 위험 요소다. 천지는 최대 깊이가 380m 이상인 큰 호수로, 안에 20억t에 이르는 많은 양의 물이 담겨 있다. 그 아래에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액체 상태로 가라앉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화산이 분화해 호숫물이 넘칠 경우 이산화탄소가 유출될 수 있다. 이윤수 교수는 “주변 반경 50㎞의 생물은 한 시간 내에 질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까지 화산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진 울릉도. [뉴스1]
최근까지 화산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진 울릉도. [뉴스1]

울릉도에 주목하라

한반도의 화산 폭발 가능성을 언급한 대중문화 작품은 대부분 백두산 분화 가능성을 기반으로 한다. 2000년대 초반에 실제로 분화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비교적 최근까지 활동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산학자들은 백두산 외에 다른 화산 역시 분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관련 모니터링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반도엔 현재 백두산 외에 생화산이 두 개 더 있다. 한라산과 울릉도다. 전문가들이 최근 특히 주목하는 건 울릉도다.

울릉도가 살아 있는 화산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2016년의 일이다. 당시 손영관 경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와 김기범 지질연 선임연구원팀은 울릉도 중심부 나리분지 화산재 층을 분석해 울릉도가 최근까지 화산활동을 한 젊은 화산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울릉도는 약 500만 년 전 동해가 열릴 때 만들어진 화산이다. 그때는 지금 백두산 천지처럼 분화구에 물이 고인 호수 지형을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1만9000년 전 마그마가 올라와 분화구의 호숫물과 닿으면서 막대한 양의 수증기가 발생하고 맹렬히 폭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충격으로 지하에 고인 마그마가 폭발했고, 1만2000년 전에는 일본까지 화산재를 날릴 만큼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당시 지층을 뚫고 나온 암석 파편과 화산재는 일본 남부 규슈에 쌓였다. 1만 년 전 이후에도 세 번의 추가 폭발이 있었으며 마지막 폭발은 5000년 전에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울릉도는 다른 지역보다 지열이 높다. 기존 마그마가 덜 식었거나, 추가적인 새 마그마가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기범 연구원은 “최근에는 울릉도에서 이산화탄소로 구성된 가스가 분출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적 관심을 받고 있는 백두산과 달리 울릉도는 아직 마그마 위치조차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제대로 된 모니터링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먼 훗날 이야기지만, 한반도가 지금 일본과 비슷하게 화산 분출과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지형으로 변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기범 연구원과 소병달 강원대 지구물리학과 교수팀이 2018년 한반도와 가까운 동해 남서부 해저 지각 구조를 밝혀 국제학술지 ‘지질학’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한반도와 동해 경계에서 얇은 지각이 두꺼운 지각 아래로 파고드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는 동해와 한반도 경계가 초기 섭입대라는 지형으로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언젠가는 현재 일본 동부처럼 마그마가 끓고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곳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이후에는 동해가 사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현재 연구로는 이 같은 지형으로 변하기까지 수백만 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반도가 화산 지대로 변할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2020년 2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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