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이익 안나면 버린다”… 한진 구조조정 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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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뉴욕 간담회서 군살빼기 강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항공산업에 주력하겠다”면서 “형제간 맡은 분야에서 충실하게 기업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제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항공산업에 주력하겠다”면서 “형제간 맡은 분야에서 충실하게 기업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제공
“내년 경제가 굉장히 안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 비용 절감 방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44)이 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들을 정리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선언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관계 악화 등 어수선한 국내외 정세 속에서 항공 수요마저 좋지 않자 당장 할 수 있는 처방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비용구조를 들여다봤는데 상당히 높더라. 관리를 하고 있다”며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193cm의 큰 키에 청바지와 스웨터를 입은 편안한 차림으로 간담회에 참석한 40대의 젊은 회장은 신중했다. 그는 “할아버지 때부터의 신념인 ‘운송 하나에만 집중해서 최고가 되자’는 생각을 나도 갖고 있다”며 “항공운송 관련 사업 외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대한항공을 주축으로 이를 지원하는 항공기 제작, 여행업, 호텔업 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4월 별세한 조양호 회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조 회장은 “있는 것 지키기도 어려운 경영 환경”이라면서 구조조정 대상 사업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해본 것은 없지만 이익이 안 나면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진그룹은 대한항공과 한진칼, 진에어, ㈜한진 등 5곳의 상장사와 칼호텔네트워크, 정석기업, 제동레저 등 26개의 비상장사를 보유하고 있다. 2016년 1조 원을 웃돌던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올 들어 1600억 원대(1∼9월)까지 떨어졌고 칼호텔네트워크는 2015년 이후 매년 적자를 내고 있으며 제동레저 역시 수년째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조 회장은 “연말 전에 구체적인 경영 방침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모친과 조 회장 등 3남매의 경영권 분리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부친의 지분을 법정 상속 비율대로 나눈 것에 대해 “가족 간 협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든 것”이라며 “제가 독식하고자 하는 욕심은 없다. 어머니를 끝까지 모시겠다는 것과 형제들끼리 잘 지내자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3남매 간 역할 분담에 대해서는 “맡은 분야에 충실하기로 세 명이 합의했다”며 “아직은 (KCGI 등 사모펀드의) 외부 공격에 대한 방어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2700억 원가량의 상속세를 어떻게 납부할지 묻자 “많이 어렵다. 1차분까지는 좀 넣었는데, 저는 소득이라도 있지만 다른 사람은 소득도 없어서 힘들어하고 있다”고 솔직히 답했다.

조 회장은 부친의 가르침을 받들겠다는 점을 피력하면서도 그룹 문화를 바꾸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한진그룹이 전체적으로 보수적이며 올드패션”이라며 “조금 더 젊어질 수 있는 게 있다”고 했다. 조 회장 취임 이후로 그룹 내에서는 복장 자율화가 실시되고 점심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등의 변화가 이뤄졌다. 조 회장은 “9월 첫 출근 때 청바지를 입고 출근했더니 직원들이 깜짝 놀라더라. 내년 여름에는 반바지를 입고 출근할 계획”이라며 “아직 멀었다.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내 규제 및 기업 환경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다른 국가 항공사와의 조인트벤처 설립에 대해 “우리나라 법이 많이 까다롭다. 델타와 조인트벤처도 10개월 걸려 3년 조건부 허가를 얻었다”며 “저희도, 상대도 협력하고 싶어 하는 데가 많지만 국내법상 한계가 있어 주저하고 있다. 완전히 엮이는(결합된) 조인트벤처가 아니더라도 협력은 가능할 것 같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너무 부끄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 신뢰가 금방 회복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민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 회장은 20일 미국 뉴욕 비영리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한미 관계의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올해 ‘밴 플리트’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선정된 부친을 대신해 상을 받는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변종국 기자
#조원태 회장#한진그룹#대한항공#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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