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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틀리면 대통령도 폭행…‘정부 위의 정부’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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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틀리면 대통령도 폭행…‘정부 위의 정부’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체는?

카이로=이세형특파원 입력 2019-09-20 15:29수정 2019-09-2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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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혁명수비대. 사진 출처 IRNA
이란 혁명수비대(IRGC·The 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는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도 특히 많은 주목을 받는 군사조직이다. 올해 내내 계속된 미국과의 갈등에서 최전선에 섰고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과도 걸핏하면 충돌하고 있다.

이란의 해외 군사 활동은 사실상 모두 혁명수비대가 담당한다. 14일 사우디 원유시설 피습도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다.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는 자신들의 소행이라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과 사우디는 모두 이란이 직접 공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의 소행임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

6월부터 이어진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해협에서의 서방 유조선 나포 등도 혁명수비대가 주도하고 있다. 중동 전문가들이 “혁명수비대가 곧 이란 그 자체”라며 ‘정부 위의 정부’라고 부르는 이유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에서 일개 군사조직이 어떻게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에 맞먹는 힘과 권위를 갖게 됐을까.



주요기사

● ‘정부 위의 정부’

이란 혁명수비대. 사진 출처 IRNA
혁명수비대는 이슬람 혁명 두 달 후인 1979년 4월 탄생했다. 현지에서는 페르시아어로 ‘수호군’을 뜻하는 ‘파스다란’으로 더 유명하다. 친미 팔라비 왕조를 무너뜨린 아야톨라 호메이니를 위시한 일군의 혁명세력들이 “이슬람 공화국 체제를 보호하려면 정규군과 별도의 군사 조직이 필요하다”며 만들었다. 총사령관 등 주요 간부들은 지금도 시아파 최고 성직자 겸 국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가 직접 임명한다.

혁명수비대는 육해공군, 특수전 및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정예부대 ‘쿠드스’, 민병대 조직 ‘바시즈’ 등 크게 5개 단위로 나뉜다. 전체 병력 규모는 12만5000~15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40만 정규군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란 헌법은 혁명수비대의 역할을 ‘쿠데타 및 외국 간섭을 방어해 이슬람 체제를 수호하라’고 규정한다. 정규군은 국내 질서 유지 및 국경 방어로 각각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했다. 한마디로 자국 정규군조차 혁명수비대의 제어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 사우디, 바레인 등이 혁명수비대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혁명수비대의 위상과 영향력이 그만큼 막강하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대통령도 폭행… 시아파 성직자 권위도 능가

이란 혁명수비대 로고
이란에서 혁명수비대의 위세는 상상을 초월한다. 신정일치 국가에서 ‘이슬람 수호’란 업무는 그야말로 모든 일을 관장할 수 있는 초법적 권한을 의미한다. 선거로 선출된 행정수반인 대통령도 이들에겐 자신의 아랫사람처럼 보일 뿐이다.

혁명수비대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전임자인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63)이 집권하던 2005~2013년 세를 대폭 불렸다.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하고 헌법이 정규군 업무로 규정한 국내 질서 유지도 사실상 이들의 관할로 넘어갔다. 계기는 아마디네자드가 재선한 2009년 6월 대선이었다. 부정선거 논란이 심했던 탓에 같은 해 12월까지 전국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혁명수비대는 집권층 내부의 우려에도 유혈 진압을 통해 시위를 끝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 총사령관(62)과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격렬하게 충돌했다. 독일 dpa통신 등이 공개한 위키리크스 문건에 따르면 2010년 초 두 사람은 혁명수비대의 유혈 진압을 두고 공개석상에서 언쟁을 벌였다. 격분한 자파리가 아마디네자드의 얼굴을 가격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수틀리면 대통령을 폭행할 수 있고 그런 일을 벌여도 제재가 전혀 없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자파리는 2007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무려 12년간 총사령관을 지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이런 그의 눈에 2015년 서방 5개국과 핵합의를 체결한 ‘온건파’ 로하니 대통령이 곱게 보일 리 없다. 그와 주요 간부들은 로하니 대통령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교장관의 온건 실용주의형 외교를 반대한다. 이들의 반발은 미국이 지난해 5월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깼을 때 극에 달했다. 당시 자파리 총사령관은 “정부가 서방이라는 외부의 힘에 의존했던 게 문제”라며 로하니 정부의 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2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2011년 내전 발생 후 처음으로 이란을 방문했을 때도 혁명수비대의 영향력이 확인됐다. 아사드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로하니 대통령과 회담을 할 때 자리프 외교장관 대신 카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이 배석했다.

이들의 영향력은 이제 자신들을 탄생시킨 성직자 집단을 능가할 기세다. 가디언 등은2009년 반정부 시위 당시 혁명수비대의 권위가 시아파 최고위 성직자들을 능가했으며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유명 기업 다수 보유한 ‘공기업 재벌’


군사 조직이지만 경제력도 막강하다. 정확한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혁명수비대가 직접 소유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국영 및 민간 회사가 이란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뉴욕타임스(NYT), 미국의소리(VOA) 등에 따르면 혁명수비대의 경제활동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30%에 달한다. 정확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이 돈이 언제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도 철저히 비밀에 가려져 있다.

건설·에너지사 ‘하탐 알안비아’, 석유·천연가스업체 ‘오리엔탈오일키시’, 자동차업체 ‘바흐만그룹’, 건설사 ‘하라’ 등 이란을 대표하는 유명 기업이 혁명수비대 관할이라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하탐 알안비아는 철도, 항만, 도로 등 주요 인프라 사업을 독식하며 돈을 쓸어 담고 있다.

미국이 올해 4월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혁명수비대와 이슬람 최고지도자 몇몇이 출처를 알 수 없는 막대한 돈을 주무르는 만큼 이들의 돈줄부터 차단해야 이란의 강경 노선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이슬람 수호’란 명목하에 자신들의 배만 불린다고 비판한다. 해외에 거주하는 상당수 이란인들은 “혁명수비대가 반(反)서방, 반개방 노선을 고수하는 이유는 신앙 때문이 아니다. 시장을 개방하면 유명 외국 기업이 이란에 진출해 자신들이 소유한 회사와 경쟁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이란이 폐쇄된 상태로 있어야 자신들이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취하므로 서방과의 대화를 거부한다는 의미다.


● IS 퇴치 등 전투 실력도 뛰어나

이란 혁명수비대. 사진 출처 IRNA
외교, 정치, 경제 등 사회 각 분야를 주무른다고 해서 본연의 군사 역량이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혁명수비대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퇴치에도 상당한 공을 세웠다. 2014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국가를 선포한 IS는 2017년까지 상당한 군사 능력을 보유했다. 당시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은 공군력을 동원해 공격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혁명수비대는 이와 달리 지상군을 직접 투입했다.

IS 퇴치에 나선 쿠드스 특수부대원은 본인들도 직접 싸웠을 뿐 아니라 이라크와 시리아의 현지 시아파 민병대를 교육시키는데도 열심이었다. 체계적 군사 훈련을 받고 무기 지원까지 받은 현지 민병대들은 IS 퇴치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IS와의 전투로 600여 명의 대원을 잃었음에도 혁명수비대는 IS와의 일전을 멈추지 않았다. 올 들어 IS는 사실상 궤멸 상태다. 한 외신 중동전문기자는 기자에게 “쿠드스 부대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민병대를 단기간에 체계적으로 훈련시켰다. 본인들이 직접 나선 전투에서도 강경하게 IS와 맞섰다”고 전했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2006년 34일간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일 때도 혁명수비대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헤즈볼라는 혁명수비대로부터 지원받은 수백 대의 로켓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인 160여 명이 숨졌다. 한 군사외교 전문가는 “중동에서 혁명수비대보다 나은 군사 역량을 갖춘 조직은 이스라엘정규군(IDF)뿐”이라며 “사우디 등 걸프만 수니파 아랍국들은 넘쳐나는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최신식 무기는 많이 확보했지만, 실제 이를 운용하는 역량도, 실전 경험도 적다”고 진단했다.

이번 사우디 석유시설 피습 후 이란의 공격용 무인기(드론) 개발 및 운용 역량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드론은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한 탄도미사일과 전투기 등에 비해 값싸고 운용이 쉬울 뿐 아니라 파급 효과도 엄청나다. 1980년대부터 드론을 개발한 이란은 올해 3월 드론 50여 대를 동시에 띄우는 대규모 비행 훈련을 실시했다. 최근 5000m 고도에서 1000㎞까지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공격용 드론도 선보였다. 군사 드론 분야에서는 미국에 맞먹는 세계 최강자로 꼽힌다. 미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인터리스트가 “드론, 사이버 공격 등 이란의 비전통적 무기가 미 안보에 점점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한 이유다.


아랍판 나토 탄생 가능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아랍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로 불리는 ‘중동전략동맹(MESA·Middle East Strategic Alliance)’ 창설을 중동 핵심 외교안보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MESA는 아랍 연합군으로 반미 국가 이란을 제어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아랍 전문 싱크탱크 아랍센터,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을 필두로 요르단 등 친미 성향 수니파 아랍국까지 포함시켜 MESA를 구성하려 한다.

미국이 MESA를 추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개별 아랍국 군대가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한 이란의 우수한 군사력에 맞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론이 있다. 또 비용 문제로 해외 주둔 미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할 때 미국이 과거처럼 중동 분쟁에 적극 개입하기가 어려워졌다.

MESA가 출범하면 미 첨단 전투기들을 꾸준히 구입해온 수니파 아랍국의 특성상 공군력에서는 이란을 앞설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후 40년간 서방의 경제 제재를 겪어 해외 신무기 도입에 한계가 많았다.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같은 수니파 국가라 해도 주요국 간 갈등이 상당하다. 사우디, UAE, 바레인은 2017년 이란과 부쩍 밀착한다는 이유로 카타르와 단교했다. 카타르와 이란은 아라비아해에서 천연가스 유전을 공유하는 처지다. 예멘 내전에서 각각 정부군과 남부 분리주의파를 지원해온 사우디와 UAE의 갈등도 최근 부쩍 심해졌다. 쿠웨이트와 오만 등도 특정 세력에 가담하기보다 중립 노선을 걷겠다는 분위기다.

카타르 아랍조사정책연구원의 마르완 카발란 정책분석본부장은 알자지라 기고를 통해 “집단 안보체제에는 ‘한 국가를 위해 모두가 희생할 수 있다’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현재 MESA 참여를 논의하는 나라들은 이런 원칙을 전혀 공유하고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MESA 참여가 거론되는 나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지니고 있다. 이마드 하브 아랍센터 연구본부장은 “이란을 강하게 압박하다가도 갑자기 트위터로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고 발언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뢰가 떨어졌다”고 꼬집었다.

천문학적 돈이 필요한 출범 및 운영비 논의는 아직 시작조자 못 했다. 다만 14일 사우디 석유시설 피습 이후 압델아지즈 알루와이셰그 GCC 사무차장은 “MESA 창설을 서둘러야 한다”는 글을 사우디 영문매체 아랍뉴스에 기고했다. 이란의 안보 위협이 커진 만큼 수니파 중동국이 설립에 박차를 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천신만고 끝에 MESA가 탄생한다고 해도 과제가 많다. 무엇보다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을 필두로 다양한 실전을 겪어온 이란에 비해 수니파 연합국의 실전 경험은 현격히 부족한 편이다. 또 이란 정규군과 혁명수비대는 투철한 애국심과 풍부한 실전 경험으로 무장했지만 수니파 중동국 군대는 용병이 대부분이라 기세 싸움에서부터 밀린다는 지적도 있다. 아무리 돈과 신무기로 무장한다고 해도 이 차이를 쉽게 좁히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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