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가 美서 사온 수십억짜리 무기, 드론 못 막았다”

  • 뉴스1
  • 입력 2019년 9월 18일 15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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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에서 수십억대 패트리어트 대공미사일 시스템을 구매했지만 정작 이번 원유시설 피격 사건에서 아무 힘을 쓰지 못했다고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사우디는 수년간 미국산 무기의 주요 구매국이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고 이란과 갈등이 심화되면서 미국과 사우디 간 군사적 동맹 관계는 더욱 깊어졌다. 글로벌 투자연구소 24/7 월스트리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2008~2018년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사는 데 137억달러(약 16조원)를 지출했다.

USA투데이는 지난 5월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위협을 명목 삼아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 동맹국에 81억달러(약 9조6000억원) 상당의 새 무기 구매를 종용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사우디 국영회사 아람코의 원유시설 2곳을 타격한 무인기(드론)와 크루즈 미사일은 사우디가 배치한 6개 포대 미국산 패트리어트 시스템 방어망을 뚫었다. WP에 따르면 사우디는 이 포대 하나당 약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지출했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 근동정책 연구소(WINEP)의 마이클 나이츠 선임연구원은 이번 원유시설 공격에 사용된 미사일 20기 중 단 한 기만이 빗나갔다고 지적하며 “정말 흠잡을 데 없는 공격”이라고 말했다.

나이츠는 “(이번 피격에 이용된) 크루즈 미사일과 드론은 지상에 가깝게 접근하기 때문에 레이더로 감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고도가 낮으면 뒤늦게 감지하고 요격했을 때 민간 항공기를 잘못 타격할 수도 있다.

토머스 카라코 전략국제문제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원래 탄도미사일 방어용으로 설계된 패트리어트 시스템은 이론적으로 저고도로 날아오는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지만 방어구역이 매우 작다”며 “패트리어트 시스템 1000개를 갖고 있다고 해도 한계는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사우디에 S-300과 개량형 S-400 등 방공미사일 시스템 구매를 제안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6일 “러시아 무기들은 사우디의 모든 기반 시설을 보호할 수 있다”며 “어떤 미사일을 살 지는 사우디 스스로 선택하면 된다”고 말했다.

카라코 연구원은 사우디가 눈독 들일 만한 새로운 무기로 이스라엘 방위업체 라파엘과 미국 방위청 레이시온이 합작해 개발한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대공미사일 시스템을 언급하기도 했다. 아이언 돔 시스템은 가자 지구와 레바논 남부에서 날아오는 로켓을 요격하는 데 이용된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에 계속 더 많은 무기 판매를 제안하고 있지만 정작 미국이 사우디를 보호할 의무는 없다는 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우리가 뭔가 (돕기로) 결정한다면 사우디도 더 많이 관여해야 할 것”이라며 “그것은 비용도 포함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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