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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옆 사진관] 어머니 손에 붙들려 찾아간 ‘보세천국’ 동대문, 최근 가보니 충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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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옆 사진관] 어머니 손에 붙들려 찾아간 ‘보세천국’ 동대문, 최근 가보니 충격적

송은석 기자 입력 2019-05-17 10:07수정 2019-05-1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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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K 패션의 부활을 기대하며 IMF로 대한민국이 어려움을 겪던 2000년대 초.
어머니 손에 붙들려 찾아간 동대문은 신세계였습니다.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나는 촛불처럼
두타와 밀리오레의 네온사인은 저녁에 더욱 현란했죠.

최신 테크노 가요에 맞춰 광장 앞 무대에서 춤을 추는 댄서들,
상인들과 흥정을 하는 수많은 고객들과
성인의 키만큼 쌓여 있던 구두와 옷들.

이른바 ‘보세’ 라고 불리는 브랜드가 없는 동대문 패션은
경제 위기 속에서 저렴하고 다양한 디자인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구세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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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취재를 위해 10년 만에 방문한
동대문 대형복합쇼핑상가들은
‘공사 중인 건물’을 연상케 하는 충격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동대문 밀리오레 지하 1층에 입점 문의가 붙어 있습니다. 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대표 소매 쇼핑몰인 밀리오레는
핵심층인 지하 1층~지상 3층 곳곳에 ‘입점 문의’ 안내가 붙어 있었고
주 소비층인 여성 의류 코너인 3층에도 공실은 여전했습니다.

굿모닝시티 쇼핑몰 같은 경우는
서너 층이 불이 꺼진 채 입점 준비라는 안내만 붙어 있었습니다.
이웃 건물인 굿모닝 시티 쇼핑몰도 높은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한 층 전체가 입점 준비중이라는 간판만 놓인 채 불이 꺼져 있었다.
일본어로 쓰여진 50% 할인 세일 매대가 버려진 채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동대문 패션 클러스터의 붕괴는
중국 패션산업의 성장, 온라인 쇼핑몰 증가, 인건비 상승 등을 원인으로 꼽습니다.

패션 업계는 4년 전만 해도 30조 원에 달했던 동대문 클러스터 매출은
최근 15조 원으로 절반가량 떨어졌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도 중국 생산업체들과 직접 거래하면서
도매 물량도 줄어드는 ‘동대문 패스’ 또한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대문에서 30년째 도매 사업을 하고 있는 정모 대표는
‘과거엔 지방에서 소매상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와 옷을 대량으로 떼어 갔는데
이제는 온라인에서 몇 개씩만 주문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원단 배달을 위해 모여 있는 이륜차들과 지게꾼들이 일이 없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배달 온 원단을 계단으로 옮기는 일을 하던 지게꾼들도 쉬고 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동대문 시장의 붕괴가 단순히 경기 변화나 관광객 감소 등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인 만큼 동대문 시장 상인과 신진 디자이너, 정부가 힘을 합쳐 패션 산업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복합쇼핑상가 또한 이러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통해 영화관과 VR(가상현실) 등
엔터테인트먼트 시설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IMF 시절 어두웠기에 더 빛났던 동대문, 다시 전성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쇼핑과 여가를 함께 즐기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신할 예정인 동대문이
재기에 성공할 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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